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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상대 선발투수가 아닌 타자와 싸워야 한다."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이태양이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았다. 22일 대전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⅔이닝 동안 정확히 100구를 던지며 8피안타 3볼넷 1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팀의 8-3 승리에 일조한 이태양은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와 더불어 시즌 6승(8패)째를 챙겼다. 팀 내 다승 공동 1위. 자신의 평균자책점도 종전 5.22에서 5.00으로 끌어내렸다. 퀄리티스타트 11회로 토종 선수로는 양현종(13회), 김광현(12회)에 이어 리그 공동 3위에 등극했다. 이만하면 아시안게임 대표에 선발된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6월까지 14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던 이태양은 7월 5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9.26의 부진을 겪었다. 특히 후반기 첫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으로 고전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 발표 직후 부진이라 우려는 더 컸다.
하지만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2승을 챙기며 살아났다.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는 중이다. 한창 좋지 않았던 후반기 첫 3경기에서는 직구 힘으로만 승부하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강약 조절에서 내공이 쌓인 것 같다. 주자가 있을 때는 변화구를 최대한 낮게 던져 땅볼로 유도하면 된다"고 말했다.
리그를 넘어 국가대표 에이스인 김광현과의 맞대결서 승리했다는 점도 의미가 컸다. 전날 김광현은 5이닝 동안 무려 115구를 던지며 10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8패(11승)째를 떠안았다. '국대 에이스'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끈 이태양의 생각은 어떨까.
"김광현 선배님은 한국 최고의 투수다. 내가 배워 나가는 입장이니 부담 가질 이유가 없었다. 단순히 한 경기일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상대 선발투수가 아닌 타자와 싸워야 한다."
이태양은 지난 1월 인터뷰에서 "캠프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 꼭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 선발투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그런데 지금 이태양은 한화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에이스로 등극했다. 지난해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7.71 좋지 않았던 게 오히려 소중한 경험이 됐다. 그러면서 한층 여유가 생겼다.
전날 2회초 SK 나주환의 강습 타구를 발등에 맞고도 7회 2사까지 호투를 이어간 건 이태양의 책임감을 보여준 대목이다. 구위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이태양은 "던질 때는 몰랐는데 경기 끝나니 조금 아프더라. 아이싱하고 관리 잘하면 다음 등판에도 문제없을 것이다"며 웃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승수에 대한 목표는 없다.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로 6이닝 이상 책임지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오늘 100구만 던지고 교체된 건 7회초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탓이다. 앞으로는 매 이닝 선두타자에 더 집중하겠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이제는 성숙미까지 갖춘 이태양이다.
[한화 이글스 이태양.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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