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강산 기자] 경기장의 불은 모두 꺼졌다. 팬들은 휴대전화로 불빛을 만들어 비췄다. '영원한 캡틴' 조성환의 등장에 팬들은 패배의 아픔도 잊은 채 감동에 젖었다.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조성환의 은퇴식이 열렸다. 당초 롯데 구단은 은퇴 경기를 생각하고 있었으나 조성환은 마지막 순간까지 팀과 후배들을 생각해 이를 마다했다. 구단은 조성환의 의사를 존중해 은퇴경기가 아닌 은퇴식을 진행했다. "나 때문에 엔트리 한 명을 뺄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팀을 생각한 조성환이다.
이날 행사는 식전, 식후 행사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식전 행사에서는 조성환의 아들 영준, 예준 군이 각각 시구자와 시타자로 나섰고, 조성환은 2루 베이스에 섰다. 영준 군의 시구를 받은 포수 강민호의 송구를 받은 조성환은 2루 베이스를 찍고 번쩍 들어올렸다.
경기 후 본격적인 은퇴식 행사가 시작됐다. 카퍼레이드를 위해 차량을 타고 팬들에게 손을 흔들 때부터 조성환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롯데의 0-3 영봉패에 잠시 실망했던 팬들은 조성환의 등장에 언제 그랬냐는 듯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상당수였다.
조성환이 인사를 마치고 2루를 향해 걸어가자 조성환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팬들은 어느 때보다 목청높여 응원가를 불렀다. 휴대전화 불빛은 마치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잠시 후 팬들이 선정한 '조성환의 Best Play 10'이 상영됐고, 각계 인사와 팬들의 격려 메시지가 전광판을 통해 공개됐다. 특히 조성환은 부모님의 메시지가 전광판에 노출되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경기 전 "사직구장에서 부모님을 뵈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던 조성환이다. 그는 "부모님께서 잠실에는 자주 오셨지만 사직구장에 직접 오신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마음을 추스른 조성환은 직접 쓴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내 마지막이 외롭지 않게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사랑하는 자이언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가족들의 헌신과 배려 덕에 지금 제게 이런 귀한시간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당신들의 사랑과 열정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자이언츠 팬들은 저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진정한 감동입니다"라는 메시지로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후 최하진 롯데자이언츠 대표이사에게 기념패를 전달받은 조성환은 김시진 감독과 기념 촬영을 했다. 주장 박준서는 조성환의 등번호였던 2번이 새겨진 유니폼 표구 액자를 선물했다. 롯데 선수단은 모두 그라운드에 나와 조성환과 동료로서 마지막 인사를 했고, 그를 헹가레쳤다. 그리고 불꽃이 터졌다. LG 양상문 감독도 "조성환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뜨거운 눈물을 식혀주려는 배려였을까. 마무리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였다. 조성환은 배우 조승우의 지목을 받았다. 조성환은 자신이 지키던 2루 베이스에 앉아 황재균이 뿌려주는 얼음물을 맞았다. 조성환의 두 아들은 은퇴식이 끝나자 펑펑 눈물을 쏟아 보는 이들을 숙연케 만들었다. 그야말로 '뜨거운 안녕'이었다.
[롯데 조성환.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