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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강산 기자]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전날(22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다. '빅보이'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와 SBS스포츠 김민아 아나운서, 롯데 김시진 감독이 양 감독을 지목했다. 양 감독은 "좋은 일인데 기꺼이 해야 하지 않느냐"며 행사에 동참했다.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이라는 취지에 맞게 하겠다는 것. 최근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놀이 문화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 양 감독은 진지한 표정으로 제자 이동현이 뿌려주는 얼음물을 맞았다.
그런데 양 감독은 경기 중에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냉철함을 유지한다. 취임 당시 "승률 5할이 될 때까지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 그 시간에 다음 플레이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고 공언한 것처럼 늘 무표정이다. 방송 중계 카메라에 비치는 양 감독의 표정은 언제나 진지하다.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때나 경기 전 취재진을 맞이할 때 보여주는 웃음을 경기 중엔 찾아보기 어렵다.
다 이유가 있다. 양 감독은 "스스로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때보다 4강 다툼이 치열한 상황. 결정적인 한 방이라도 터진다면 기쁨을 마음껏 드러낼 만도 한데, 양 감독은 아니다. 아직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는 "어디선가 봤다. 꽉 찬 물체 있는데, 조금만 웃고 떠들면 공간이 생긴다. 잠시 기뻐하는 순간에 결과적으로 긴장감이 빠져나간다. 결정적 순간에 허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왕이면 경기 마칠 때까지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나는 500승, 700승 감독도 아니다. 그렇게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커리어가 아니다. 경기 끝날 때까지 냉정함을 유지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은 숨기지 않는다. 양 감독은 "우리가 '기적을 일궈냈다'는 말을 들으려면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며 "LG 때문에 4강 구도가 요동치게 한 건 처지지 않고 버텨준 우리 선수들 공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부임할 때는 상상도 못 했다. 창피하지 않은 팀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우리 선수들은 최하위에 있을 선수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LG는 올 시즌 현재 48승 1무 55패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5위 두산 베어스(45승 54패)에 단 한 경기 앞선 불안한 4위지만 부임 당시 최하위였던 팀을 여기까지 끌어올린 데는 양 감독의 공도 적지 않다. 양 감독 취임 전날인 5월 12일만 해도 LG는 11승 23패 1무로 리그 최하위였다. 하지만 이후 37승 1무 32패(승률 0.536)로 선전하며 순위를 5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전날도 4강 경쟁팀인 롯데에 3-0 영봉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양 감독이 경기 내내 냉철함을 유지한 건 물론이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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