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구원왕 레이스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치열한 구원왕 레이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임창용(삼성)이 26일 부산 롯데전서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8세이브째를 따내면서 단독선두로 나섰다. 뒤이어 봉중근(LG)이 27세이브, 손승락(넥센)이 26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4위 김진성(NC)이 22세이브, 5위 하이로 어센시오(KIA)가 19세이브다. 구원왕 경쟁은 사실상 임창용 봉중근 손승락 3인 체제로 굳어졌다.
사실 안정감 측면에서 우려를 낳았다. 세 사람 모두 평균자책점을 보면 리그 정상급 클로저의 수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봉중근이 3.24지만, 짧은 이닝을 막는 걸 감안하면 결코 좋은 기록이 아니다. 손승락은 4.76, 임창용은 4.85다. 그만큼 얻어맞을 때 제대로 얻어맞았다는 의미. 블론세이브만 봐도 임창용은 8개로 세이브와 함께 동반 선두다. 봉중근과 손승락도 4개로 적지 않다.
▲ 팀 환경 변수
삼성은 101경기를 치렀다. 넥센과 LG는 105경기를 치렀다. 단순 계산상 임창용이 봉중근, 손승락보다 세이브 기회를 4차례 더 잡을 수 있다. 시즌 막판까지 세 사람의 세이브 경쟁이 극심할 경우, 임창용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삼성이 올 시즌 타격의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이브 기회가 그만큼 더 많이 찾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넥센 역시 타격이 좋다. 손승락에게 세이브 기회가 그리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삼성과 넥센은 리그에서 가장 많이 이기는 팀이지만, 임창용과 손승락이 적절한 간격으로 세이브를 따낼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물론 그 조차 극복해야 진정한 특급 마무리다.
봉중근은 임창용, 손승락과는 환경이 살짝 다르다. LG는 후반기 들어 이동현, 임정우 등이 이끄는 불펜이 안정적이다. 타선의 한 방 능력은 삼성, 넥센보다 한 수 아래다. 이런 환경이 오히려 봉중근의 세이브 기회를 높인다. 그리고 LG는 두산, 롯데 등과 함께 치열한 4위다툼 중이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까지 이어질 전망. 선수단 전체적인 집중력이 높다. 봉중근이 집중만 하면 세이브를 꾸준히 챙길 수 있는 환경이다. 때문에 구원왕 레이스는 아직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 임창용-봉중근 동반 상승세
최근 흐름을 보면 봉중근이 가장 안정적이다. 5월과 6월 4세이브씩을 따냈지만, 평균자책점은 5.40, 7.11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팀이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찾기 시작한 7월과 8월 세부성적은 좋다. 7월 1승1패7세이브 평균자책점 2.16, 8월 7세이브 평균자책점 2.35. 최근 5경기 연속 세이브에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임창용도 무더기 블론세이브를 뒤로 하고 최근 안정감을 찾았다. 6월 2승3세이브 평균자책점 6.43, 7월 1승1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11.57로 크게 부진했다. 그러나 8월에는 8경기서 7세이브 평균자자책점 3.38로 위력을 되찾았다. 6~7월 피안타율이 0.355, 0.367이었으나 8월 피안타율은 0.207로 뚝 떨어졌다. 6일 청주 한화전 블론세이브 이후 6경기 연속 세이브에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최근 6경기서는 안타와 볼넷을 단 3개씩만 내줬다.
임창용과 봉중근이 동반 상승세인 건 의미가 있다. 구원왕 레이스의 품질이 좋아졌다는 의미도 있고,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야구대표팀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KBO 기술위원회와 류중일 감독은 임창용과 봉중근을 대표팀 더블 마무리로 선발했다. 류중일 감독은 최종엔트리 발표 당시 “우타자에게 임창용, 좌타자에게 봉중근을 마무리로 낼 것”이라고 했다. 임창용이 우타자(피안타율 0.306)보다 좌타자(0.200)에게 더 강하고, 봉중근이 좌타자(피안타율 0.407)보다 우타자(피안타율 0.192)에게 더 강한 걸 감안하면 기용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선 두 마무리가 안정감을 찾은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 동반 30세이브 유력, 그 이상은
임창용, 봉중근, 손승락의 30세이브 돌파는 시간문제다. 관심사는 세 사람이 동반 40세이브를 할 수 있느냐다. 임창용은 41경기, 봉중근은 43경기, 손승락은 47경기서 25세이브 이상을 돌파한 상태. 마무리의 특성상 산술적 등판 가능성 혹은 세이브 적립 속도를 체크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팀 경기 상황에 따른 변수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한 시즌 30세이브 3명은 1994년, 2000년, 2004년, 2013년까지 4차례 배출됐다. 2012년엔 무려 5명, 2006년엔 4명이 배출됐다. 그러나 한 시즌 40세이브를 2명 이상 쌓은 케이스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세 사람이 아시안게임 휴식기라는 변수를 넘어 시즌 막판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팀 상황이 세이브 적립을 허락할 경우 최대한 많은 세이브를 따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최종수치가 40세이브까지 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산술적으로는 분명 쉽지 않다. 다만, 이들의 세이브가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구원왕 경쟁의 흥미가 배가될 것이다.
[위에서부터 임창용, 봉중근, 손승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