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형우가 괴물타자로 진화 중이다.
삼성 최형우. 알고 보면 매우 뛰어난 타자다. 그냥 좋은 타자라고 말하기엔 매력이 너무나도 넘치는 타자다. 일단 성적을 보자. 86경기서 타율 0.370 27홈런 76타점 81득점이다. 장타율도 0.694, OPS는 1.133이다. 득점권타율이 0.299로 옥에 티지만, 전반적 세부성적은 완벽에 가깝다.
전반기 막판 늑골 통증으로 약 1개월 결장했다. 그런데 복귀 이후 더 무서워졌다. 7월까지 꾸준히 3할 타율에 적지 않은 홈런과 타점을 신고했던 최형우. 8월에는 10경기서 타율 0.590 5홈런 14타점 맹폭이다. 그 결과 타율 1위, 장타율 2위, OPS 2위, 홈런 3위, 득점 6위, 타점 12위로 타격 지표 대부분 최상위권이다.
▲ 이율배반적 지표, 타율과 홈런의 조화
최형우가 대단한 건 타율과 홈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율배반적이다. 고타율을 유지하면서 많은 홈런을 때리기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한 방과 정교함을 동시에 갖춘 타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은 일본으로 떠난 이대호 정도가 롯데 시절 한 방과 정교함을 동시에 뽐냈다. 2006년과 2010년 트리플크라운 원동력.
최형우는 2011년 타율 0.340으로 2위였고, 동시에 30홈런 118타점으로 홈런과 타점왕을 석권했다. 당시 이대호에게 밀려 타격왕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타율과 홈런 모두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찍으면서 화려하게 잠재력을 폭발했다. 2012년 살짝 주춤했지만, 지난해에도 타율 0.305에 29홈런을 때렸다. 2009년(0.284, 23홈런), 2010년(0.279, 24홈런)에도 0.280에 근접한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으로 가능성을 보였던 매력적 자원. 최형우의 올 시즌 성적은 반짝 혹은 우연이 아니다. 타격 스타일 자체가 타율과 홈런을 동시에 장악한다.
한 야구관계자는 “최형우가 상황에 맞는 타격이 매우 뛰어나다”라고 한 적이 있다. 스코어, 볼카운트, 주자 유무 등 경기상황에 따라 정교한 타격과 장타를 노리는 타격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의미. 재능도 뛰어나지만, 꾸준히 중심타자로 경험을 쌓으면서 진화하고 있다. 올 시즌은 그 위력이 극대화하고 있다. 시즌 내내 슬럼프 없이 꾸준하면서도 폭발적이다.
▲ 괴물타자 진화의 증거들
최형우가 괴물타자로 진화하는 결정적 증거가 있다. 최형우가 올 시즌 타격왕에 오를 경우 이만수와 이대호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타격왕, 홈런왕, 타점왕을 모두 차지한 타자가 된다. 좌타자로선 역대 최초. 천하의 이승엽도 홈런왕은 밥 먹듯 했지만, 타격왕에 오른 적은 없었다. 과거 정교함으로 유명했던 장효조와 양준혁도 홈런왕과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이대호는 한 시즌에 타율, 홈런, 타점을 석권하며 트리플크라운을 해냈다. 비록 최형우는 3년에 걸쳐 동시 석권에 도전하지만, 삼성 레전드 타자들 케이스만 봐도 그 조차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최형우가 대단한 증거는 또 있다. 사이드암에게 타율 0.545로 매우 강하다. 그런데 좌투수에게도 타율 0.381에 7홈런 30타점을 기록 중이다. 우타자에겐 0.341 18홈런 40타점. 좌타자로서 사이드암에 강한 건 이해가 되는데, 좌투수에게도 매우 좋은 모습. 한 마디로 최형우는 잡식성 타자다. 상대 벤치 입장에서 최형우를 상대로 투수를 표적 등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득점권 타율은 0.299로 눈에 띄지 않지만, 주자 있을 때 0.333으로 강했다. 볼카운트별로 봐도 2B2S서 타율 0.379로 강한 게 눈에 띈다. 타자에게 크게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카운트서 노림수 혹은 집중력이 대단히 좋았다는 의미. 이닝 별 타율을 봐도 1~3회 0.361, 7~9회 0.448로 매우 강했다. 어떠한 제반 조건을 가리지 않고 좋은 타격을 했다. 삼성이 최형우를 믿고 4번에 배치할 수 있는 결정적 이유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타자다.
현재 국내 왼손타자 중 최형우처럼 많은 홈런을 때리면서도 정교한 타격에 클러치능력까지 갖춘 타자는 없다. 최근 몇 년간의 기록을 봐도 그렇다. 반짝 활약이 아니다. 단지 박병호(넥센)와 강정호(넥센)의 엄청난 위력에 가려있을 뿐이다. 늑골 부상 이후 더 좋아진 최형우는 단순히 좋은 타자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괴물타자로 진화 중이다. 세부적 스탯과 체감적 위력이 그렇다.
[최형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