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계속 부딪히고 깨져야 한다.
한국이 16년만에 참가한 2014 FIBA 남자농구월드컵서 2연패를 당했다. 앙골라에 이어 호주에도 완패했다. 예상된 결과였다. 그래도 세계와의 격차, 한국농구 행정의 열악함이 너무나도 아쉽다. 한국은 1일(이하 한국시각) 휴식을 취한 뒤 3일 슬로베니아, 4일 리투아니아, 5일 멕시코전을 끝으로 D조 예선을 마감한다.
앙골라전과 호주전은 사뭇 달랐다. 똑 같은 패배였지만, 앙골라전은 아쉬웠고, 호주전은 안타까움이 컸다. 앙골라전서는 언론에서 걱정했던 부분이 그대로 터졌다. 7월 31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 이후 첫 공식경기. 이미 8월 19일 삼성과의 마지막 연습경기서 드러난 실전감각 부족의 폐단이 고스란히 반복됐다. KBL과 대한농구협회의 부족한 행정수완이 아쉬운 부분. 반대로 호주전은 실전감각을 거론할 수 없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 신장, 파워, 기술 모두 달렸다. 한국이 준비한 각종 전술의 효과가 떨어졌다.
▲ 김선형의 고군분투
그래도 앙골라, 호주전서 돋보인 선수는 김선형과 김종규였다. 김선형은 월드컵서 마음껏 부딪히고 깨지고 있다. 그는 화려한 돌파능력에 비해 수비와 외곽슛에서 약점이 있다. 대표팀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선 수비에서 구멍이 나면 안 된다. 그래서 유 감독은 김선형을 집중적으로 다그쳤다. 근성은 기본, 스텝과 자세까지 교정했다. 그 결과 수비가 굉장히 좋아졌다. 물론 양동근이나 박찬희만큼은 아니지만, 쉽게 구멍이 생기는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유재학 감독은 김선형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수비가 많이 좋아졌는데, 공격에서 소극적으로 변했다.” 수비의식을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격에서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의미. 김선형의 최대장점이 겁 없이 달리고, 부딪히는 저돌적 플레이다. 유 감독은 진천 소집훈련 막판엔 김선형의 장점을 복원하려고 했다. “공격은 마음대로, 자신있게 하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라고 했다.
김선형은 월드컵서 그 장점을 회복했다. 앙골라전서 15점 5어시스트, 호주전서 13점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호주전이 압권이었다. 신장, 운동능력, 파워에서 자신보다 앞선 선수들 사이로 과감하게 돌파하고, 볼을 빼줬다. 물론 턴오버도 속출했고, 패스가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강점과 세부적 약점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느끼는 건 자신보다 강력한 상대를 통해서 가장 확실히 할 수 있다. 그래야 또 다른 발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그런 과감함이 없다면 남는 것도 없다. 김선형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가져야 할 마인드.
▲ 김종규의 강렬함
유재학 감독은 이번 대표팀 훈련 과정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로 김종규를 지목했다. 경기력에는 세부적 약점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훈련 자세와 마인드만큼은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게 유 감독의 평가였다. 김종규는 부족한 외곽수비력을 깨우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LG서 꾸준히 연마한 중거리슛을 대표팀서도 계속 사용했다. 이런 유의미한 업그레이드 시도는 월드컵서도 이어졌다. 김종규 역시 김선형처럼 세기는 떨어졌지만, 저돌적이었다. 몸으로 많이 익혔다.
김종규에게 잊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필름도 만들어졌다. 호주전 2쿼터 막판 NBA 신인드래프트 5순위(유타 재즈) 포인트가드 단테 액섬의 레이업을 블록한 것. 김종규는 호주전서 10점에 블록슛 3개를 기록했다. 김종규의 운동능력과 테크닉이 세계무대서 나름대로 성과를 본 순간. 덩크슛과 중거리슛도 계속 나왔다. 블록을 당하기도 했지만, 몸으로 세계무대의 위압감을 체득했다.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 계속 부딪히고 깨져라
한국농구는 개개인과 조직력 모두 세계무대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한국이 자랑하는 풀 코트 프레스, 하프코트 프레스, 골밑과 코너에서 시도하는 기습적 트랩 디펜스 모두 테크닉과 패싱센스가 뛰어난 상대에 완벽하게 통하지 않았다. 공격작업 역시 테크닉의 한계로 어려움이 많다. 한국농구는 지금 그 냉정한 현실을 이론이 아닌 실제적 체험으로 느끼고 있다. 중간결과는 2패다. 2패 속에서 교훈을 얻고 앞으로의 방향을 잡으면 된다.
어차피 예상된 결과였다. 신장, 기술, 파워가 부족하다는 말도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 세계 최고선수들과 팀이 나오는 월드컵서 부딪히고 깨지면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부족하고,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국농구에 월드컵은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대회가 아니다. 하지만, 월드컵은 한국농구의 10년, 20년 미래를 위한 또 다른 스파링파트너들이 모인 곳이다. 문태종과 오세근이 부상으로 잔여경기 출전이 불투명하다. 그래도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멕시코전서 한국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전투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이 언제 다시 이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 과감해지고 치열해져야 한다.
[김선형(위), 김종규(가운데), 남자농구대표팀(아래). 사진 = 스페인 그린카나리아 KBL 사진 공동취재단]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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