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이 정규시즌 4연패 도전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류중일 감독 부임 이후 최다 5연패. 멀게만 느껴졌던 2위 넥센과의 승차도 3.5경기로 줄어들었다. 삼성이 22경기, 넥센이 18경기 남았다. 여전히 삼성이 선두를 넥센에 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두 팀의 잔여 맞대결도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단 1경기. 하지만, 삼성이 주춤한 사이에 넥센이 지난주 4승1패로 상승세를 타면서 단 1주일 사이에 무려 3.5경기가 좁혀졌다.
삼성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제 우승경쟁은 알 수 없게 됐다. 삼성의 정규시즌 4연패 매직넘버는 17. 산술적으로는 여전히 유리하다. 그러나 잔여 22경기서 반타작 정도의 승수로는 우승을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삼성으로선 내부적으로 전열을 가다듬는 게 시급하다. 넥센의 상승세는 삼성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 5연패 징조들
객관적 지표를 살펴보자. 삼성은 1일 현재 팀 타율 0.302로 1위, 팀 평균자책점 4.66으로 3위다. 그러나 최근 5연패 기간을 따져보면 경기당 2.8점에 6.6실점. 후반기 들어 마운드에 서서히 균열이 찾아왔다. 선발과 구원을 불문하고 얻어맞는 경기가 많았다. 기복이 있었다. 누가 봐도 팀 평균자책점 4.66은 과거 마운드 왕국과는 거리가 있다. 극심한 타고투저라고 해도 그렇다. 이것은 삼성의 걱정거리이자 약점이다. 대부분 팀이 안고 있는 문제이지만, 더딘 세대교체, 기존 투수진의 높은 의존도와 과부하 등이 복합적으로 투영된 결과다.
5연패 직전에는 이런 균열이 크게 표시가 나지 않았다. 팀 타율 3할을 자랑하는 막강 타선이 마운드 약점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언제든 방망이로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 경기 후반 역전승에 능했다. 몇몇 타자들이 돌아가면서 컨디션 난조를 겪었지만, 특유의 두꺼운 선수층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5연패 기간엔 타선이 마운드 약점을 상쇄하지 못했다. 삼성타선의 진정한 강점은 단순 팀 타율이 아닌 0.319를 자랑하는 팀 득점권 타율이다. 삼성을 제외하곤 NC(0.301)가 3할을 갓 넘는 수준. 삼성타선은 차원이 다른 결정력과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수년간 큰 경기를 많이 경험해본 타자들의 노하우와 업그레이드 된 기술, 완벽한 조직력과 신구조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정체.
그런데 이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야구인들이 늘 말하는 “방망이는 믿을 게 못 된다”가 그것이다. 아무리 완벽함에 가까운 삼성타선도, 업-다운 페이스가 있다. 26일 부산 롯데전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던 삼성타선이 이후 착 가라앉았다. 찬스에서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박석민 채태인 등 부상자들이 100% 경기력을 뽐내지 못한 것도 마이너스 요소가 됐다. 조금씩 균열된 마운드가 투수전 승리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실. 결국 경기 흐름을 넘겨주는 원인이 됐다.
▲ 어쩔 수 없이 스며든 느슨함
삼성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넥센에 7경기 앞섰다. 누구도 삼성의 정규시즌 4연패를 의심하지 않았다. 실제 삼성은 마운드가 흔들렸음에도 막강 타선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지금도 삼성은 여전히 18승10패로 넥센과 후반기 승률 1위다. 하지만, 이런 수치상의 안전함이 결과적으로 삼성이 살짝 느슨해지는 계기가 됐다.
한 야구관계자는 “삼성선수들도 사람이다. 승차가 벌어지면 현장에서 느끼는 게 있다. 자기도 모르게 느슨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삼성은 최근 유독 주루사와 실책이 잦았다. 과감한 플레이를 하다 나온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판단미스서 비롯됐다. 지난달 23일 부산 롯데전 8회에서 나온 심창민의 2루 송구실책. 25일 잠실 두산전 8회 2사 1,2루서 1루 대주자 박찬도가 포수의 1루 악송구에 3루에 무리하게 진루하다 아웃된 것. 31일 대구 넥센전서도 3회 2사 1,3루 최형우 타석서 3루주자 김상수가 상대 블로킹 실수에 무리하게 홈을 파고들다가 아웃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선수들 입장에선 최선을 다한 플레이였지만, 집중력 부족과 느슨한 마인드도 섞여있었다. 물론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얼마든지 이런 경기들이 나올 수 있다. 그동안 삼성의 톱니바퀴는 완벽하게 맞물렸었다. 문제는 복원능력. 지금이야말로 삼성이 갖고 있는 진정한 위기관리능력이 발휘돼야 할 때다.
▲ AG 휴식기 이후 진검승부
5연패라는 충격적 수치보다도, 넥센에 당한 2연패가 매우 뼈 아팠다. 워낙 격차가 컸으니 둔감해졌지만, 넥센은 시즌 내내 삼성과 선두를 다투던 팀이다. 삼성이 꾸준한 페이스를 보였다면 아시안게임 휴식기 직전 매직넘버를 모두 소멸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의 급반전으로 그럴 가능성은 낮아졌다. 넥센과의 이번 대구 2연전은 매직넘버 최대 4를 줄일 수 있는 기회였으나 결과적으로 단 1개도 줄이지 못했다.
결국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진검승부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12경기를 치른다. 넥센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8경기를 갖는다. 삼성과 넥센이 아시안게임 휴식기 직전까지 반타작한다고 가정하면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삼성이 지워야 할 매직넘버는 7. 그럴 경우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삼성과 넥센의 피 말리는 승부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목동에서 맞대결도 한 차례 있다.
싱겁게 끝날 줄 알았던 정규시즌 우승 레이스. 삼성의 마운드 균열이 주춤한 타선과 결합하면서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 사이 넥센의 상승세가 도드라졌다. 여전히 정규시즌 우승은 삼성이 넥센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삼성이 고삐를 바짝 조일 시기가 된 건 분명하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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