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7할, 꿈의 승률이다.
선두 삼성이 최근 5연패로 주춤하고 있다. 삼성의 승률은 후반기 초반 고공비행 할 당시 6할 7~8푼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일 현재 0.644까지 내려왔다. 삼성의 잔여경기는 22경기. 전승할 경우 승률은 0.706까지 치솟는다. 그러나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 최근 5연패로 삼성의 7할 도전도 사실상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서도 7할 승률이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1일까지 메이저리그는 83승53패(0.610)의 LA 에인절스가 전체 승률 1위였다. 내셔널리그는 77승58패(0.570)의 워싱턴이 가장 높은 승률. 일본에선 이대호가 소속된 소프트뱅크(69승5무46패)가 정확히 승률 6할로 12팀 중 가장 높다. 시즌 막판에 접어든걸 굳이 감안하지 않더라도 7할과는 거리가 있다. 올 시즌 한미일 프로야구서 가장 승률이 높은 팀이 삼성이다.
▲ 희미해지는 7할의 기억
물론 7할 승률을 찍은 팀들은 있었다. 국내야구의 경우 1982년 원년 OB가 정확히 승률 7할(56승24패)을 찍었다. 1985년 삼성도 전후기 통합 77승1무32패로 승률 0.706을 찍었다. 그러나 원년에는 80게임에 불과했고, 1985년에는 전, 후기 승률을 따로 계산했다. 결국 단일리그 개편 이후 단 한 차례도 7할이 나오지 않았다.
국내야구엔 해태, 현대, SK, 삼성으로 이어지는 왕조 계보가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7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역대 최고의 팀으로 불리는 2000년 현대가 91승40패2무로 승률 0.695를 찍었으나 역시 강하다고 평가받은 2008년 SK도 83승43패, 승률 0.659에 그쳤다. 2008년 SK 승률은 21세기 최고승률. 올해 삼성은 이 기록에 도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메이저리그는 9팀이 총 19차례 7할 승률을 찍었다. 1876년 시카고 컵스(52승14패, 승률 0.788)가 최초로 7할을 찍었으나 당시 경기수가 적었다. 가장 최근 기록은 2001년 시애틀로 116승46패 승률 0.716. 메이저리그서도 최근 13년간 7할이 나오지 않았다. 수 많은 명문구단들과 왕조들도 7할의 벽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 현실적 어려움
흔히 3연전 체제서 감독들은 2승1패를 목표로 한다. 2승1패의 승률은 0.667이다. 쉽게 말해서 2승1패 시리즈를 40차례해도 80승40패로 승률은 0.667에 불과하다. 그런데 80승을 거두는 건 과거 133경기 체제서도 쉽지 않았다. 모든 시리즈서 2승1패를 거두는 건 불가능하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면 투타 엇박자, 부상 등 각종 내, 외적 변수가 많다. 결국 엄청난 연승을 이어가지 않는 한 7할은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력 평준화도 7할 승률이 점점 쉽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FA제도가 활성화됐다. 전력이 약한 팀이 전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 상대적으로 최강팀의 경우 전력이 떨어질 수 있다. 삼성도 최근 몇 년간 정현욱 오승환 배영섭 등 팀을 이탈한 선수가 적지 않았다. 삼성 역시 올 시즌 승률 고공행진이지만, 근본적으로 과거 왕조들에 비하면 전력이 도드라지는 편은 아니다.
때문에 1~9위로 늘어섰지만, 실제 전력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상위권이든 하위권이든 언제든지 연승연패를 할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최하위 한화가 호조인 것도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이런 현실이 3연전 시리즈 2승1패 그 이상을 해내는 걸 방해한다. 최강자가 장기간 고공 독주해 승률을 7할로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 2015년 kt 1군 가세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내년에는 국내야구가 10구단 체제 원년을 맞이한다. 지난해와 올해 기형적 9구단 체제를 보낸 건 10구단 체제 태동을 위해서였다. 10구단 체제서 kt가 고전할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지난해 NC도 그랬고, 역대 신생팀들의 첫 시즌은 힘겨웠다. 야구관계자들은 kt가 NC보다 전력을 극대화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미 최근 몇 년간 NC가 좋은 선수들을 많이 수집해가면서 상대적으로 kt가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kt는 2년 전 퓨처스리그를 평정했던 NC와는 달리 올 시즌 40승37패10무, 승률 0.510으로 북부리그 3위가 확정적이다. 이날 kt는 퓨처스리그 최종전을 갖는다.
물론 kt 역시 NC와 마찬가지로 신생팀 전력 극대화 특권으로 FA, 외국인선수 선발에서 기존 9개구단에 비해 이점을 얻는다. 올 시즌 종료 후엔 기존 9개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인 외 1명을 데려간다. 그럼에도 kt가 2013년 NC(52승72패4무, 승률 0.419, 7위)보다 전력이 강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kt가 내년 기존 9개구단의 승수쌓기 집중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약팀보다 강팀이 당연히 kt를 더 많이 잡을 것이다. 그럴 경우 내년 상위권 팀이 승률을 어디까지 끌어올리느냐가 관전포인트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144경기 체제다. 그만큼 승수를 쌓을 기회가 많다. 사실 올 시즌만 해도 삼성 못지 않게 2위 넥센도 0.606으로 승률이 높은 편이다. 삼성만 아니면 선두를 달려도 될 수준의 승률. 삼성과 넥센은 내년에도 상위권 성적이 유력한 팀들. 내년엔 kt 가세로 승률을 지금보다 더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 하위권 팀들 역시 kt전을 통해 승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때문에 내년에 실제로 7할 승률이 나올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물론 예년보다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한미일 야구 역사가 말해주듯 승률 7할은 절대 만만한 기록이 아니다.
[삼성 선수들(위), 2008년 SK 선수들(가운데), kt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t 위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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