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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어떡해"라고 뭇 오빠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아이유는 어느덧 '국민 여동생'의 수식어를 벗고 어엿한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너랑 나', '좋은 날', '마쉬멜로우' 등 특유의 발랄함이 녹아 있는 곡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아이유지만 그 속의 면면을 보게 되면 얘기는 많이 달라진다. 앞서 언급한 제목의 노래들에서 고개를 돌리면 짙은 외로움이거나 상실감을 노래한 아이유의 곡을 들을 수 있다. 16세에 데뷔해 고등학생이었던 당시 아이유가 소화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감성도 상당 부분 엿보인다.
가수 윤상, 김광진, 이적 등과 콜라보를 진행할 만큼 여타 아이돌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던 아이유는 데뷔 이후 삶 속에 녹아 있는 사소한 감정이거나 소외되고 버림 받은 것에 대한 위로가 녹아 있는 노래를 많이 불렀다.
아이유가 꽤 큰 전환점을 맞은 앨범은 지난해 가을, 겨울에 걸쳐 발매한 '모던 타임즈(Modern Times)'와 후속작 '에필로그'다. 댄스곡 '분홍신'을 비롯해 '을의 연애' 외에도 그룹 샤이니의 종현과 함께한 우울시계, 선배가수 최백호, 양희은과 호흡을 맞춘 '아이야 나랑 걷자', '한낮의 꿈'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폭 넓은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단순히 다양한 장르의 노래에 도전한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확실한 자신만의 색깔이 여러 장르로 발현됐다고 평하는 게 더욱 맞겠다.
이 같은 아이유의 음악은 지난 5월 발매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통해 한 걸음 도약했다. 아이유는 조덕배, 김광석, 이문세, 김완선, 산울림, 김현식, 클론 등 국내 가요사에 큰 획을 그어낸 가수와 그룹의 음악을 다시 불렀다. 22살의 아이유가 부르는 김광석의 노래라니. 그럼에도 아이유의 목소리에는 생동감 넘치는 감성이 있었고, 사람들의 귀를 잡아 끄는 힘이 있었다. 특히, 아이유는 '너의 의미'를 통해 산울림의 김창완과 세대를 뛰어넘는 호흡과 조화를 보이며 탁월한 곡 소화력을 보였다.
앨범에서뿐만 아니다. 아이유는 직접 관객들을 만나며 공연형 아티스트로 다시 거듭났다. 지난해 11월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단독 콘서트를 진행한 이후 지난 5월엔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총 8회에 걸쳐 '아이유 콘서트-딱 한발짝 그 만큼만 더'라는 타이틀로 소극장 콘서트를 열었다. 당시 아이유는 혼자 너끈하게 20여 곡에 달하는 라이브를 소화해 냈고, 특유의 발랄함으로 관객들과 소통을 꾀했다. 친구에게 하듯 푸념을 내뱉기도 하고, 친근감 있게 말을 걸며 자리한 관객들과 가깝게 호흡했다. 그럼에도 아이유에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새침한 듯 보이는 소녀에게 나오는 목소리였고, 가창력이었다. 이후 지난달 말께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바이브&아이유 콘서트'를 통해 대중들을 만났다.
최근 아이유가 방송에 나와 스스로 사이보그가 아닐까 의심한다고 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아직 무엇에도 무르익지 않은 흔들리는 청춘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것은 역설일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소녀는 성장하고 있고, 음악으로 대중들을 만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수 아이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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