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하루에 강우콜드 무승부만 2경기가 나왔다.
우중혈투가 벌어진 2일 인천 SK-한화전, 대구 삼성-NC전. 많은 관심거리를 낳았다. 역대 16번째~17번째 강우콜드 무승부. 강우콜드 게임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강우콜드 무승부가 나오는 건 더더욱 희귀하다. 그런데 그 강우콜드 무승부가 하루에 2경기가 나왔다.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최초였다. 그 속에 한국야구의 고민 몇 가지가 있다.
▲ 우천시 경기중단, 심판도 난감하다
야구장에 비가 내릴 경우 경기 전에는 경기감독관이 경기 시작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일단 구심의 플레이볼이 선언되면 이후에는 심판에게 경기진행 재량이 부여된다. 원칙은 최대한 정상적으로 끝까지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 중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거나, 경기 전부터 비가 왔지만, 취소하기엔 양이 미미할 경우 심판들은 경기 도중에도 긴장을 바짝 하게 된다.
특히 올 시즌은 모든 야구관계자가 우천에 민감하다. 인천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9월 15일부터 30일까지 16일간 잡혔다. 예년보다 포스트시즌 일정이 늦춰지면서 정규시즌 일정을 최대한 빨리 마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주말 3연전 취소시 월요일 게임 편성도 정규시즌 일정을 최대한 뒤로 미루지 않겠다는 KBO의 의지였다.
그런데 야구가 비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변수다. 한국 기후는 아열대성으로 바뀐지 오래다. 장맛비가 큰 의미가 없다. 장마철에는 오히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케이스가 많다. 오히려 장마전선이 물러난 뒤 국지성 폭우, 태풍, 가을장마 등으로 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올 시즌만 해도 7월엔 단 10경기만 취소됐고 주말 3연전에 취소된 4경기는 월요일에 모두 정상 진행됐다. 그 전까지도 취소경기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8월엔 무려 23경기가 취소됐다. 월요일에 4경기를 소화했으나 예상보다 취소가 많이 됐다.
때문에 최근 심판들은 노게임, 강우콜드 등을 선언하는 데 굉장히 민감하고 또 난감하다. 여기서 일정이 더 밀리면 한국시리즈 종료일이 11월 중순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KBO도 예년과는 달리 아직 잔여경기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단 4일 오후까지 전국에 비 예보가 있어 섣불리 발표하기가 좀 그렇다. 더구나 순위다툼마저 극심해 일정을 최대한 공평하게 짜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 투수운영, 노게임과 강우콜드의 희비
경기를 운영하는 감독 입장에서도 비는 중대한 변수. 비가 내리는 상황서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 입장에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노게임과 강우콜드게임에 따라 다음경기 마운드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감독들은 비가 내려고 경기가 시작하면 되도록 5회를 넘겨 정식경기로 인정되길 바란다. 노게임이 되면 나중에 경기를 다시 치러야 하는데, 쓸데없이 투수만 낭비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노게임이 됐다고 해서 그날 던진 선발투수를 그 다음날에 또 던지게 할 순 없다. 특히 극심한 타고투저로 각팀 마운드 사정이 썩 좋지 않다. 에이스가 출격한 경기서 노게임 선언될 경우 그 팀은 피해가 심각하다. 5회 이전에 중간계투를 가동했다면 그 역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다.
반대로 강우콜드게임이 될 경우 이긴 팀은 웃을 수 있다. 9이닝을 채 소화하지 않은 채 이긴다는 의미. 당연히 정규 9이닝 소화보다 투수 소모를 적게 하고 이길 수 있다. 강우콜드게임으로 패배한 팀도 패배 자체는 뼈 아프지만, 마운드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다음 경기를 위한 반격에 나설 수 있다. 장기레이스이기 때문에 절대 1~2경기만을 바라본 마운드 운영을 할 수 없다.
2일 경기의 경우 일단 정식경기로 인정됐지만, 적지 않은 투수를 동원하고도 무승부로 끝나면서 헛심만 쓴 모양새가 됐다. 특히 4연패의 NC와 5연패의 삼성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마운드 총력전을 펼쳤으나 실질적 소득이 없었다. 물론 승률계산 상으로는 지는 것보다는 강우콜드 무승부가 낫긴 하다.
▲ 여전히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
현재 9개구단 홈 구장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소유다. 일부 구단이 장기임대를 했지만, 구단 관리는 지자체가 맡는 게 원칙. 때문에 구단이 구장관리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게 쉽지 않다. 대행사를 통해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지만, 막상 비가 와서 그라운드 사정이 악화됐을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지 않다.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그라운드 관리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천연잔디 구장의 경우 비가 내리면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2일 문학의 경우 배수시절이 준수했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그라운드 사정이 악화돼 7회 이후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문학구장엔 내야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초대형 방수포가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데 번거로움이 많아 옳게 활용되진 못하는 실정이다.
대구에선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경기 중반부터 비가 내렸는데, 8회 이후 투수들의 스파이크에 너무나도 많은 흙이 끼였다. 마운드가 질퍽해지면서 투수들의 밸런스가 흔들렸다. 삼성 임창용과 NC 김진성이 나란히 무너진 건 이런 점도 원인이었다. 급기야 삼성 류중일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은 9회 도중 그라운드에 나와 마운드 보수작업을 하고 경기를 속개하자고 건의했다. 결국 경기 중 긴급 보강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상시에 대비해 준비된 흙이 많지 않았다. 그라운드 관리 전문 인력이 부족해 심판들이 직접 도구를 들고 마운드 정비를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런 점은 구단과 지자체가 협의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비 내리는 대구구장.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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