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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송혜교에게 엄마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아직 미혼인 이유도 있지만 화보나 CF를 통해 보여준 그녀의 이미지는 언제나 화려하고 예쁘다. 이런 이미지는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성애 가득한 '엄마'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송혜교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을 통해 엄마로 국내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것도 얼굴은 80살이지만 마음은 16살인 소년, 선천성 조로증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아들을 가진 아름이의 엄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고,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지만, 송혜교가 그린 엄마는 친구같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송혜교가 맡은 미라는 강한 모성애를 지녔지만 모두가 생각하는 엄마와는 조금은 달랐다. "모두가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너무 어려웠을"테지만 송혜교와 같은 나이였고, 철없는 남편과 살아가는 털털한 친구같은 엄마였다. 그러기에 송혜교가 다가가기에 "덜 부담"스러웠다. 송혜교는 아름이(조성목)를 "당연히 아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친한 친구처럼 생각"했다.
"'극중에서 엄마니까 현장에서도 엄마'가 아니라 가식없이 편안하게 친구처럼 대했다. 그런 느낌들이 영화에서 많았다. 이런 느낌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엄마와 나도 친구같은 관계다. 엄마의 모습들이 많이 지나갔던 것 같다. 우리 엄마도 어른이지만 소녀감성이 있다. 가끔 철없으실 때도 있고 그렇다 엄마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롤모델로 잡아둔건 아니었지만 촬영하면서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더라."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이 처음 접해보는 인물들이지만 '엄마'는 유독 어려운 느낌이 있다. 엄마로 살아본 적 없는 미혼일 경우 더욱 그렇다. 영화를 찍으며 송혜교는 "친구같은 엄마는 될 수 있겠지만, 미라처럼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리고 큰 병을 가진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용기나 책임감이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했다. 친구같은 엄마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가정을 꾸리는 책임감 부분에서는 확신이 없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열일곱 살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열일곱 살을 앞두고 여든 살의 신체 나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슬픔에 대한 정서가 깔려있다. 하지만 '두근두근 내 인생'의 색채는 덤덤하다. 아름이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면 동화적인 느낌마저 든다. 비극과 희극의 균형이 잘 맞았다.
"큰 균형은 감독님께서 다뤄주셨다. 매 순간순간 촬영 들어가기 전에 배우와 감독님이 이야기 할 시간이 많았다. 감독님이 워낙 꼼꼼하다보니 촬영 전에 대부분의 틀을 잡고 가길 원했다. 신 하나하나를 다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나갔다. 촬영 들어갈 때는 무난했던 것 같다. 촬영하는 동안 우리는 그 신에 맞게 항상 이야기했던 것처럼 연기를 진행했다. 항상 큰 그림을 생각하고 있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것에서 어긋나면 다시 찍고 다시 맞춰 가면서 연기를 했다."
예쁜 배우 송혜교지만,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는 예쁜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웃고 있지만 항상 지쳐 있었고, 단정한 것보다는 언제나 부산한 모습이었다.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 역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송혜교는 이런 부분에 대해 "믿어 줄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예뻐 보일 때는 많다. 광고나 화보촬영, 시사회 현장 등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작품에서 예뻐보여야지라는 욕심은 없었다. 이번 작품은 육체적으로 정말 편안하게 찍었다. 카메라에 서기 전까지 5분도 안 걸렸다. 나의 외적인 부분을 포기하고 배역에 맞게 현장에 있으니까 보는 사람들이 송혜교라는 이름을 생각 안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작품에서까지 너무 예쁜 것을 추구하고 있다면 캐릭터로 보지 않고 송혜교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기자로서 오히려 재밌는 작업이었다."
망가짐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에서 송혜교는 찰진 욕설 연기를 보여준다. 일명 'X발공주'인 송혜교는 극중 아버지를 향해 욕을 날리기도 한다. 이런 욕설을 송혜교의 육성으로 듣는 즐거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쾌감도 있고 재밌었다"는 송혜교는 현장에서 욕으로 사람들을 놀래게 만들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욕설을 하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친한 사람들과 농담을 하다가 짜증이 나면 욕을 했다. 지인들이 당황하면 '영화 때문에 그런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송혜교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통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강동원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송혜교의 말에 따르면 여자 배우가 먼저 캐스팅 되고 남자 배우를 캐스팅하기가 힘들다. "강동원 씨가 시나리오를 읽고 관심을 보여줘서 감사" 했다고. "처음 만난 배우들과는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놓치고 가는 연기와 신들이 있다. 하지만 (강동원과는) 그 전에 작품을 했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필요 없었다."
한동안 송혜교는 중국에서 활동을 했다. 중국 현장을 보고 듣고 느꼈으며, 영화 '일대종사'를 통해 왕가위 감독의 현장에도 있었다. 중국활동을 작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국에서의 촬영이 외롭기도 했고, 하루하루 통보식으로 이뤄지는 현장 스케줄에 지치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고.
"왕가위 감독님의 작품을 할 때 시골에서 촬영을 했다. 통역과 둘만 있으면서 외롭기도 했고, 한국처럼 타이트한 스케줄이 나와있는게 아니라 하루하루 통보식으로 이뤄진다. 기복이 좀 심해지기도 하더라. 힘든 부분이 많았다. 나도 사람이니 짜증도 났고,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배우로서도 많이 배웠고, 여자 송혜교로도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 왕가위 감독님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끌어내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작품이 끝나고 한국에서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했는데 모든 것이 감사하더라. 중국에서 보고 배운 게 많이 묻어 나온 것 같았다."
송혜교는 어느덧 데뷔 17년차가 됐다. CF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했고, 드라마와 시트콤, 영화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익숙해질 만 할 수도 있었지만 여전히 연기는 어렵기만 했다. 아니,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연기라고 했다. 20대에 했던 막연한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여유롭게 연기를 할 줄 알았지만 막상 해보니 아니더라는 생각도 들려줬다. 송혜교는 연기에 대해 "산 넘어 산"이라고 표현했다. 쉬운 것은 없었다. 자신이 찍은 작품에 대해 좋은 반응이 오면 행복함을 느꼈다. 무엇인가 인정을 받는다는 것에 오는 행복감이었다. 좋은 글을 읽고 용기를 얻고, 다른 글을 읽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 평범한 여배우였다.
'두근두근 내 인생' 개봉을 앞두고 송혜교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 당시에도 시작하기 전 세금 탈루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하며 "요즘은 아무생각도 없다. 영화를 잘 끝내자는 생각 밖에 없다. 개인적인 문제로 영화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잘 끝내자는 생각 밖에 할 수가 없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 송혜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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