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2014 세계 남자배구 선수권대회에서 이란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 31일(현지시각) 세계랭킹 3위 이탈리아를 세트스코어 3-1로 격파했던 이란은 2일 크라크푸 아레나에서 벌어진 1라운드 D조 경기 2차전에서 세계랭킹 4위이자 2014 월드리그 챔피언 미국마저 풀세트 접전 끝에 3-2(25-23, 25-19, 19-25, 18-25, 17-15)로 이겼다.
박기원 감독과 임도헌 코치, 문성준 전력분석관은 현장에서 이란배구의 위력을 확인했다. 택시를 대절해 왕복 200km가 넘는 길을 오가며 경기를 지켜본 박기원 감독은 "공격의 차원이 다르다. 블로킹도 마찬가지다. 높고 파워가 있다"고 했다. 임도헌 코치는 "한마디로 이란 배구가 견고하다"고 표현했다. 두 사람이 현지에서 지켜본 이란-미국전의 경기내용을 복기했다.
1세트에서 이란은 집중력 높은 경기를 펼치며 미국과 23-23까지 팽팽했다. 여기서 미들블로커 세예드 무사비(203cm)가 미국의 연타공격을 높은 타점의 블로킹으로 막아낸 뒤 중앙속공을 성공시키며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이란의 강력한 서브에 미국이 쉽게 허물어졌다. 특히 17-14에서 에이스를 성공시킨 아미르 가포(202cm)의 스파이크 서브가 위력적이었다. 가포는 이탈리아전에서 17득점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에이스다.
이란은 선수마다 서브의 특징과 주로 공략하는 코스가 있었다. 오른손 가포와 왼손 파하드 만이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플로터 서브를 넣었다. 2세트까지 미국을 압도했던 이란은 3세트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다. 여기서 이란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박기원 감독과 임도헌 코치가 눈여겨 본 부분이기도 했다.
박기원 감독은 이란의 베테랑 세터 사에이드의 성격문제를 집었다. 팀을 좌지우지하는 사에이드가 1세트 도중 공격수 모즈타바가 토스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자 감독에게 바꿔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것을 끄집어냈다.
"선수가 감독위에서 논다. 나라면 세터를 경기에 서 빼버렸다"고 했다. 임도헌 코치도 같은 포인트에서 3,4세트를 정리했다. "이란의 세터가 흥분했는지 3~4세트에 까불었다. 중요한 점수가 몇 개 있었는데 거기서 실수를 했고 결국 팀이 쉽게 허물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이란과의 대결에서 파고들 빈틈은 상대 세터의 멘탈이었다. 쉽게 흥분하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서 경기를 지배하고픈 사에이드의 욕심이 때로는 이란 팀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사이에드는 5세트가 되자 다시 정석으로 돌아가 토스를 했다. 대담성이 드러난 것은 13-13에서의 득점. 공격수에게 몇 차례 토스를 올려줬지만 결정을 내지 못하자 패스 페인트로 매치포인트를 만들었다. "용감하지 않으면 그런 상황에서 쉽게 시도할 수 없다"고 임 코치는 말했다. 이란은 서브아웃으로 듀스를 허용했지만 결국 15-15에서 파하드의 공격과 V-리그 현대캐피탈에서 활약했던 매튜 앤더슨의 공격아웃으로 승리를 따냈다.
이란-미국전 때 박기원 감독이 유심히 살핀 대목은 이란 선수들의 순간반응 속도였다. 임도헌 코치는 이란의 공격코스를 집중 정리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때 이란을 상대할 방법이 무엇인지를 묻자 박 감독은 “오늘 밤부터 곰곰이 생각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임 코치도 “근래에 본 경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경기”라고만 했다.
한국시각으로 3일 오후 11시 30분에 시작하는 한국-핀란드전을 하루 앞둔 마지막 코트 적응훈련 때 박기원 감독은 이란전을 대비한 훈련을 지시했다. 선수들에게 전진수비와 예측을 통한 자리잡기를 강조했다. 이란전을 대비한 2가지 키워드였다. 이를 위한 훈련으로 5-5 연습경기를 했다.
5명씩 팀을 나눠 사이드 블로커 1명이 상대 공격을 막을 때 나머지 수비수들이 어떤 곳에 미리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를 집중 반복했다. 우리의 서브가 이란의 리시브를 흔들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박기원 감독은 "수비가 안전하게만 움직여서는 답이 없다. 용감한 판단과 결단, 사전 예측으로 상대가 공을 때리기 전에 미리 자리를 잡아야 이란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공격이 상대의 높은 블로킹에 걸렸을 때 가장 공이 떨어지기 쉬운 위치를 지정해주며 그 곳에 전진수비를 할 것도 함께 주문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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