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6년만의 세계무대. 5연패로 허무하게 끝났다.
남자농구대표팀이 스페인월드컵 일정을 마쳤다. 기대했던 1승은 결국 거두지 못했다. 예상된 시나리오다. 한국은 지난 16년간 우물 안 개구리였다. 그 사이 전 세계 강호들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대표팀은 지난 5월 중순부터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준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뉴질랜드, 대만 평가전 때의 좋았던 경기력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대표팀은 곧바로 귀국한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한다. 12년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 일단 아시아권에서 좀 더 성장해야 다시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농구에 아시안게임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이번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서 확인한 부분을 바탕으로 한국농구 발전을 위한 중, 장기적 계획 설계가 필요하다.
▲ 이종현과 김종규의 성장
빈 손으로 귀국하지만, 얻은 건 있다. 젊은 빅맨 이종현과 김종규의 성장이다. 두 사람은 5경기를 치르면서 분명 성장했다. 유 감독은 이종현은 게으르고, 김종규는 센스가 부족하다고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달라졌다. 2m 넘는 신장으로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했다. 많이 밀리고 깨졌지만, 기 죽지 않고 또 달려들었다. 이종현은 경기당 2.6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김종규는 경기당 8.8점으로 선전했다.
물론 두 사람은 부족한 부분이 더 많다. 진천선수촌에서 집중적으로 연마한 외곽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다. 골밑에서도 정신없이 깨지면서 외곽 움직임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자신만의 확실한 공격 테크닉도 부족하다. 중거리슛을 연마한 김종규가 월드컵서 계속 슛을 시도한 건 의미가 있었다. 좀 더 다듬어야 한다. 이종현 역시 훅슛과 중거리슛 연마가 필수적이다. 파울 관리 요령도 익혀야 한다. 자신보다 크고 강한 상대를 재대로 막아본 경험이 없으니 골밑 수비 테크닉이 떨어졌다. 파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점들을 세계적 선수들을 상대로 깨달았다는 것 자체가 두 사람에겐 수확이다.
▲ 준비과정에서의 뼈 아픈 실책
월드컵 준비과정서 의미 있는 사건도 있었고,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선수들은 국내에 갇혔지만, 유재학 감독은 갇힌 사령탑이 아니었다. 세계무대서 살아남는 방법을 제시했고, 그 방향대로 이끌었다. 그 과정서 경험한 뉴질랜드 전지훈련, 브리검영대학, 일본, 뉴질랜드, 대만과의 연습경기 및 평가전은 좋았다.
월드컵에 임박해 좋은 스파팅파트너와 평가전을 치르지 못한 건 넌센스였다. 한국처럼 전력이 약한 국가는 꾸준한 실전감각이 필수다. 결국 앙골라와의 첫 경기서 너무나도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국가대표협의회의 지원은 분명 좋아졌다. 하지만, 더 좋아져야 한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행정적 측면에서도 월드컵 같은 세계대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효율적인지 깨달았다. 언제 다시 이런 큰 대회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만약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이번 월드컵 준비과정을 교훈으로 삼아 수정 및 보완해야 한다.
▲ 기술+파워, 너무나도 현격한 차이
가장 큰 과제는 크게 현저하게 밀린 경기 내용. 한국은 월드컵 5경기서 평균 21.6점차로 대패했다. 앙골라, 멕시코는 한국의 1승 제물이 아니었다. 부족한 실전감각을 극복할 환경이 주어졌다면 앙골라에 이겼을 것이란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앙골라는 한국을 34점차로 완파한 호주를 잡았다. 물론 16강 진출이 확정된 호주가 핵심멤버를 제외하기는 했지만, 앙골라 역시 만만찮은 상대였다.
파워와 기술 모두 한국은 월드컵에 나온 24개국 중 가장 뒤처졌다. 몸싸움에 약하다 보니 수비수의 어지간한 접촉에 공격 밸런스를 잃었다. 몸이 휘청거리면서 슛, 패스가 나가는 타이밍이 늦어졌다. 결국 공격작업이 뻑뻑해졌다. 개인기술 부족과 결합해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다. 유 감독이 부단히 가르친 전원 스위치와 로테이션이 거의 제대로 되지 않았다. 체격이 강한 상대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소모가 너무나도 컸다. 때문에 간격과 타이밍이 생명인 스위치, 헷지 등 각종 수비 기술이 원래 갖고 있는 역량이 발휘되지 않았다. 풀 코트 프레스도 마찬가지였다. 결정적으로 한국의 이런 전략을 상대팀들은 훤히 꿰뚫었다. 여유있는 움직임과 테크닉으로 한국의 수비를 무참히 깼다.
유 감독은 진천선수촌에서도 수 차례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연습뿐이다”라고 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서 국제용 농구의 맷집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 단기적으로는 월드컵서 드러난 이런 약점을 아시안게임서 반복하지 않도록 수정 및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내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16년 리우 올림픽. 다음 월드컵으로 이어가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농구계가 수년째 해결되지 않은 대표팀 전임제 감독 도입, 귀화선수 영입 및 활용, A매치 추진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16년만의 월드컵이 끝났지만, 한국농구는 이제 다시 시작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도 많다. 아시안게임 막바지 대비는 그 출발점이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스페인 그린카나리아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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