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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엄마의 탄생'으로 태어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아빠 어디가'로 성장하고 '우리 결혼했어요'로 짝을 만나 미래를 만들어간다. 그야말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황혼의 로맨스까지 그려내고 있는 요즘 TV에서 여전히 핫한 리얼리티 장르는 가상결혼 예능이다.
지난 2008년 첫 방송과 함께 센세이션한 반응을 일으킨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 이후 6년의 방송기간 동안 부침이 있기도 했지만, '우결'은 가상결혼을 뜻하는 대체어로 사용될 만큼 여전히 결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가상결혼 예능에 올해 들어 후발주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재혼 미리보기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종합편성채널 JTBC '님과 함께'와 남한 노총각과 북한 꽃미녀의 예측불허 결혼일기를 내세운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이하 '남남북녀')가 그 주인공이다. 방송가의 장르적 유사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따가운 요즘 단순히 '우결'의 아류작으로 여겨지던 두 프로그램은 콘셉트적 차별화를 보이며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가고 있다.
두 프로그램이 살아남은 힘은 출연자 섭외에 있었다. '님과 함께'는 재혼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프로그램의 조건 덕분에 아이돌과 청춘스타를 위주로 출연자가 꾸려지는 '우리 결혼했어요'와 차별화되는 구성을 갖출 수 있었다.
지금은 하차했지만 배우 임현식과 박원숙 커플은 이별의 아픔과 세월의 무게를 알고 있기에 더 진중하게 프로그램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고, 최근 방송분에서 다뤄지고 있는 가수 이상민과 방송인 사유리, 배우 박준금과 개그맨 지상렬 등의 기상천외한 조합은 말 그대로 몸을 사리지 않는 행동과 언행으로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순간이 포인트인 가상결혼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는 프로그램이 적은 TV조선이 내놓은 '남남북녀'도 섭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가상결혼이라는 형식을 택하며 끌어안은 키워드는 북한이었다. 큰 나이차와 문화적 차이까지 얼핏 가상결혼을 이뤄가기에 난관이 되는 요소들이 산적해있음에도 이들의 이야기가 자극일색이 아닌 진솔함으로 다가온 것은 야구해설가 양준혁과 개그맨 박수홍이라는 한국 대표 노총각 출연자들의 진지한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상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실제 같은 배려와 호감, 질투를 선보이는 두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모습은 가상결혼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인 "실제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시청자의 바람으로 연결되는 데 성공했다. ‘내 것인 듯 하지만 실제로는 내 것이 아닌’ 가상결혼 예능에서 ‘실제 같은’ 몰입을 가져올 수 있는 스토리 있는 출연자의 섭외가 후발주자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님과 함께' 임현식-박원숙, 박준금-지상렬, 사유리-이상민, '남남북녀' 양준혁-김은아, 박수홍-박수애 커플(위부터). 사진 = JTBC, TV조선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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