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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아이돌 가수 중 온전히 음악만 하는 이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요즘이다. 그래서 '만능돌'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아이돌 가수들은 특히 민족의 대명절 추석 시즌이 되면 그 누구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명절 기간 TV 채널 어디를 돌려봐도 아이돌의 모습을 안 보기는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지상파 3사(KBS MBC SBS)에서 준비한 특집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아이돌들이 점령했던 지난 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2010년부터 아이돌들의 연례 행사처럼 여겨지던 MBC '아이돌 육상 풋살 양궁 선수권 대회'가 올 추석에는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인지 아이돌들의 빈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올해 편성된 각 방송사의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돌들의 활약은 상당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KBS의 경우 '쟁반 노래방'의 부활을 알리는 '쟁반 릴레이송'에는 마마무의 솔라가 출연하고, 평범한 주특기로 대결을 펼치는 '결벽대결 1mm'에 틴트의 상미가 출연하는 것이 전부다.
MBC는 띠동갑 차이 나는 나이 어린 스승과 나이 많은 제자들의 좌충우돌 과외 리얼 버라이어티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이,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에 씨스타의 효린이 출연 소식을 전하며 면을 세웠다. SBS에서는 내 인생의 OST를 사연과 함께 소개하고 가수들과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만드는 '썸씽'에 악동뮤지션이, 중국 최대의 중식당 서호루에서 중국 본토 주방의 요리와 규율을 배우고 본격적인 요리 대결을 펼치는 '주먹쥐고 주방장'에 에프엑스 빅토리아, 슈퍼주니어 강인, 그리고 헨리가 출연한다.
이같은 아이돌들의 출연 현황은 지난해 특집 프로그램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아육대'를 비롯해 SBS에서 준비한 '스타페이스 오프'는 모두 아이돌들이 주축이 된 프로그램들이었다. 이 밖에도 각종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돌들은 MC 또는 패널로 심심치 않게 등장해 존재감을 알렸다. 또 일부 신인 아이돌 그룹에게는 좀처럼 출연하기 힘들었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해 유독 아이돌들의 출연이 주춤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각 방송사 주말 인기 예능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등은 모두 아이돌이 아닌 결혼해 한 가정을 이룬 스타들이 주축이 된 프로그램들이다. 이들 모두 현재 최고의 화제를 낳고 있는 프로그램들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추석 특집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다. 파일럿이라는 미명 아래 새 프로그램들의 평가의 장이 됐던 추석. 그러나 올해에는 아이돌 또는 화려한 볼거리가 아닌 '가족'이 그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또 아이돌보다는 개그맨, 배우, 심지어 일반인까지 특집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면서 아이돌들의 설자리는 더욱 줄었다. 당분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한 예능 프로그램 PD는 "요즘 TV를 보면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아닌가. 특히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성공을 보면 가족 리얼 버라이어티가 유행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추석 특집에서 시작해 이만큼 성공을 거둔 것"이라며 "여기에 각종 가상 결혼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도 같은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능프로그램에도 일종의 트렌드가 반영된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예능의 트렌드는 '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아이돌이 들어갈 틈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인 빅토리아 김희철 악동뮤지션 효린 헨리(첫번째), 위부터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진지희 SBS '주먹쥐고 주방장' 스틸컷(두번째), 2013년 방송된 MBC '아이돌 육상 풋볼 양궁 선수권대회' 현장. 사진 = 마이데일리 DB, MBC SBS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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