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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1965년 8월 11일생. 불혹을 넘어 한국 나이 50세의 투수가 승리투수가 됐다. 사회인야구가 아니다. 쟁쟁한 투수들이 즐비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그것도 현재 센트럴리그 A클래스(1~3위) 팀인 한신 타이거즈를 상대로 거둔 승리다. 게다가 구원승이 아닌 선발승이다. 주인공은 주니치 드래건스 좌완투수 야마모토 마사.
야마모토는 5일 일본 나고야돔서 열린 한신과의 경기에서 5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투로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야마모토는 49세 25일의 나이로 승리투수가 돼 1950년 하마사키 신지(당시 한큐 브레이브스, 48세 10개월)를 넘어 일본프로야구 최고령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령 등판과 타석 기록은 덤이었다.
야마모토의 노익장,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살펴보자. 현재 일본프로야구 12개 구단 감독(대행 포함)들 중 주니치 다니시게 모토노부 감독 겸 선수(1970년생)를 비롯해 다나베 노리오 세이부 감독대행, 히로시마 노무라 겐지로 감독(이상 1966년생)까지 3명이 야마모토보다 어리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토 쓰토무(지바 롯데), 아키야마 고지(소프트뱅크), 와다 유타카 감독(한신, 이상 1962년생)은 야마모토보다 3살 많다.
지도자를 하고도 남을 나이에 선수로서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것. 한국프로야구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최연소 감독인 염경엽 넥센 감독(1968년생)보다 3살, 최고령 선수 류택현(1971년생, LG)보다 5살 많다. 선동열 현 KIA 감독(1963년생)이 주니치에서 마무리로 활약하던 시절, 이마나카 신지와 함께 에이스 노릇을 하며 '베테랑' 소리를 듣던 야마모토가 아직도 현역으로 뛰며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건 당연하다.
야마모토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선발투수라는 점. 198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5위로 주니치에 입단한 프로 31년차 야마모토는 올해까지 통산 577경기에 등판해 219승 164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10년에는 40대 중후반의 나이로 완봉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에도 16경기에 등판해 총 70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 2패 평균자책점 4.46의 성적을 남겼다. 40대를 훌쩍 넘어선 2006년과 2008년에도 나란히 11승(7패)-3점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 연속 100이닝 이상 던졌다.
올해는 꾸준히 웨스턴리그(2군)에서 등판하며 1군 진입 기회를 노렸고, 팀의 영건 하마다 다쓰로의 팔꿈치 부상을 계기로 1군에 올라 시즌 첫 등판해서 승리를 따냈다. 2회초 아라이 다카히로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몸쪽 낮은 107km 커브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2-0 상황에서 물러나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으나 6회 40세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가 대타로 나서 적시타로 3점째를 뽑아줬고, 6-0의 넉넉한 리드에도 필승조인 마타요시 가즈키와 후쿠타니 고지를 투입하며 승리를 지켜줬다.
6일 일본 스포츠전문지는 온통 야마모토 관련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5일 열린 다른 5경기는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도쿄 주니치신문'과 '데일리스포츠'는 같은 날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우루과이의 축구 A매치가 아닌 야마모토의 최고령 승리투수 등극 기사를 1면에 실었다. 1면부터 4면까지 야마모토 및 주니치-한신전 관련 기사였다. 신문을 훑어보던 한 일본 야구 팬도 "야마모토는 정말 대단하다. 일본에 이런 투수가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 일화가 있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1세 2개월 무렵에 아파트 2층 베란다에서 4m 아래로 떨어졌다. 두개골 골절상을 당했다. 머리 모양이 바뀔 정도의 중상이었다. 하늘이 그를 도왔다. 땅은 아스팔트가 아닌 흙이었고, 유아였기에 두개골이 부드러운 상태였다. 그렇게 야마모토는 주니치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야마모토는 "태어날 때부터 튼튼한 몸과 천운의 소유자였다"고 말한다. 스스로 "나는 정말 행복한 야구선수"라고 말한 이유.
"이제 한계가 왔다"는 주변 얘기도 많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컨디션 난조로 야구장에 출근하지 않을 때도 집 근처에서 운동을 쉬지 않았다. 훈련 메뉴 중 하나인 '50m 전력질주 10회'도 꾸준히 하고 있다.
야마모토의 16살 연하 아내 미치코 씨의 아낌없는 지원도 조명받고 있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미치코 씨는 매일 아침 각종 과일과 채소를 섞은 일명 '파워 업 주스'를 제공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최고령 승리투수 등극 당일에는 야마모토의 요청에 따라 채소를 듬뿍 넣은 카레를 대접해 힘을 보탰다. 미치코 씨는 5일 경기 직후 승리 기념구를 전달받고, 또 한 번 눈물을 펑펑 쏟아 주위를 숙연케 했다.
내년에는 일본 나이로도 50세. 불혹을 넘어 야구선수로는 환갑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야마모토의 전진은 계속된다. 그는 "끝이 아니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야구를 계속하게 해준 '야구의 신'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제 야마모토의 승리뿐만 아니라 등판 자체로도 새 역사가 쓰이게 된다. 이 대단한 투수, 일본을 넘어 아시아의 자랑이다.
[6일 자 도쿄 주니치신문(첫 번째 사진)과 데일리스포츠의 1면, 야마모토 기사로 도배돼 있다. 사진 = 강산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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