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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단막극은 단 한 편으로 승부하는 드라마다. 내용이 짧고 간결하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다. 그래서 간혹 영화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단막극은 드라마 특성은 그대로 살린 채 방송이라는 접근성 좋은 매체를 통해 대중과 만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주는 강렬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올해는 유독 방송사들이 저마다 신인작가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동안 스타 작가에 의존하던 기존 드라마 제작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송사들의 몸부림이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어찌됐든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하고 참신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들은 언제나 환영 받아 마땅하다.
방송 3사는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단막극 편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KBS는 '드라마 스페셜'로, SBS는 '시네드라마'로, MBC는 '단막극 페스티벌'로 각각 단막극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효과는 미미했다. 당연했다. 저조한 시청률로 '단막극은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톱스타 섭외 역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이 줄을 이었던 것과 달리 지속적인 제작이 어렵다는 점은 단막극이 안고 있는 좀처럼 풀기 힘든 딜레마다.
이러한 단점을 제외하면 단막극은 장점이 참 많다. 우선 젊은 연출자와 신인 작가, 그리고 신인 배우에게 천금같은 '기회'를 준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미 단막극을 거쳐간 수많은 스타들이 온 몸으로 이를 입증했고, 감독과 작가 역시 단막극을 통해 기회를 잡아 실력을 인정받고 스타로 발돋움한 경우가 많다. 특히 1984년부터 30년째 단막극의 명맥을 있고 있는 KBS는 배용준 이영애 원빈 조인성 등 톱스타들을 줄줄이 배출하기도 했다.
좀 더 넓게 보면 단막극은 대한민국 드라마 시장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콘텐츠의 원료'라 할 수 있다. 단막극 제작에는 장르의 제한이 없다. 그간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 공포, 사극, 드라마, 스릴러는 물론, 두 개 이상의 장르가 합쳐진 복합장르물도 제작됐다. 물론, 넉넉하지 않은 제작비 탓에 수준 높은 퀄리티를 보장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단막극의 필요성은 현업 종사자들 역시 모두 인식하고 있다. 고영탁 전 KBS 드라마국장은 '드라마 스페셜' 기자간담회 당시 "단막극은 한국 드라마 콘텐츠의 본질이다. 단막극은 드라마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출발이자 끝이다. 단막극은 하나의 단편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이끌어가는 밑거름이다"라고 강조했다. 배우 김미숙은 지난해 '2013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단막극 '사건번호113'으로 특별 연기상을 받은 뒤 "바라는 게 있다면 모든 신인들에게 등용문 같은 좋은 단막극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수상의 영광을 신인 배우 후배들과 함께 했다.
단막극이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입소문을 탄 영화는 개봉 기간 내내 상승세를 탈 수 있고, 연속극은 스토리에 탄력을 받으면서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단막극은 한 번 방송 하면 그걸로 끝이다. 다시 보고 싶다면 인터넷이나 IPTV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단막극은 시청률 보다는 작품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사와 시청자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걸작은 결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백번이고 수천번이고 다듬고 또 다듬어져야 한다. 그 저변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실패'가 쌓여야 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대작'이 탄생한다. 밑거름이 탄탄하면 그 후에는 어떤 작품도 충분히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 밑거름을 단막극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아직도 더 많은 실패를 뿌리고 다듬어야 한다. 그러면 해외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스틸컷. 사진 = KBS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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