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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최근 예능계에는 국민MC, 아이들의 선전 못지 않게 스타급 인기를 얻는 라인이 있다. 이는 바로 PD, 프로그램의 연출자다.
PD의 기본적인 역할은 아이디어 창출 및 현장에서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리더 역할인데, CJ E&M 나영석 PD는 이외에도 예능의 기본코드인 웃음에 감동을 녹여내고 있다.
나영석 PD는 KBS '해피선데이-1박2일'로 주가가 한창 높아져 있었고, 지난해 1월 초 KBS를 떠나 CJ E&M으로 이적해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약 6개월 간의 고심 끝에 그가 케이블에서 선보인 첫 작품은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였다. '할배'라는 뉘앙스는 다소 버릇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오히려 친근감을 앞세워, 우리네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처럼 보이게 했다.
이에 그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의 '꽃보다 누나'를 연이어 히트시켰고 여기에 이서진, 이승기 등 짐꾼 캐릭터까지 가미해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꽃보다' 시리즈가 단순히 여행 프로그램이 아닌 이유는 출연자 각자의 삶을 고스란히 녹여냈다는 점이다. 꽃할배의 경우, 50여 년 동안 동료로, 선후배로 지냈지만 한 번도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낭여행 속에 할배들을 녹여내 대만, 스페인 등 여행지를 다니며 이들의 드라마 밖 모습을 조명했다.
"젊을 때 다녔으면 좋았을 걸", "내 생에 다시 여길 와볼 수 있을까"라는 말을 연신 내뱉는 꽃할배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노년층의 삶이었다. 노년을 함께하는 이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소 드센 이미지였던 '꽃보다 누나' 멤버들은 윤여정의 예민한 화장실 문제, 김자옥의 소녀 같은 매력, 김희애의 의외의 예능감, 이미연의 감춰있던 아픔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뤄 끄집어냈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TV화면에 모습을 보이며 큰 그림을 만들어주되, 그의 의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다소 뻔한 제작진의 휴먼스토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억지 감동이나 예측 가능한 스토리가 아니라 네 여배우라는 공통점으로 무작정 떠난 여행길에서 즉흥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의 표현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높였고 이들의 진짜 매력을 찾게 됐다.
이어 '꽃보다'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표현한 '꽃보다 청춘'은 배낭여행이라는 큰 포맷에서 40대 꽃청춘과 20대 꽃청춘이라는 재미를 줬다. 윤상, 유희열, 이적이 떠난 페루 편이 20여 년을 함께 했던 뮤지션들의 감성적인 이야기라면 최근 첫 방송된 20대 꽃청춘은 감동보다는 몸으로 부딪히는 진짜 청춘들의 이야기다. 특히 지난 꽃청춘 페루 편에서 가장 큰 감동을 준 부분은 마추픽추에서 각자 느낀 감정대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었다. 나영석 PD는 "시간이 너무 빨리가, 형. 너무 잊고 살았어"라는 유희열의 말을 화면 전체에 자막으로 띄우며 더욱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제 갓 시작한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은 23세 바로, 31세 유연석 손호준으로 이뤄진 피 끓는 진짜 청춘들이다. 이번 편을 함께 한 신효정 PD는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의 여행에서 감동은 쥐뿔도 없다"라고 말한 바, 이번 시리즈에서는 청춘이라는 날 것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할 예정이다.
개리, 정인의 듀엣곡 '사람냄새'의 가사 중 "하늘이 하늘답게 보여지듯이, 바람이 바람답게 느껴지듯이. 있는 그대로의 니 모습 꾸며지지 않은 니 모습,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어"라는 말처럼, 나영석 PD는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곳에 놓인 각 출연자들의 모습을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다뤄 그 안에서 배우, 가수라는 스타가 아닌 한 사람의 여행자로서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또 최근 미국 NBC 방송국에 '꽃보다 할배' 포맷이 수출돼 'Better Late than Never'(더 늦기 전에)라는 제목으로 할리우드 꽃할배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는 한국 예능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미국 지상파 방송사에 수출된 것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해 나영석 PD는 "어르신과 짐꾼의 여행이 동양만의 독특한 사상같지만 사실 살짝 뒤집어보면 버킷리스트적인 모습들, 감정은 만국 공통의 감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한 편의 예능이 아닌 그 안에서 인간의 페이소스를 표현하고 있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은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꽃보다'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기자간담회 당시 나영석 PD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만 잘 되면 난 정말 다리 뻗고 잔다. 도와달라"며 짊어진 부담감을 우스갯소리로 표현했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이제 '믿고 보는 나영석'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출자이지만 연출의 냄새가 아닌 사람냄새를 풍기는 나영석 PD의 독특한 연출법은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예정이다.
[CJ E&M 나영석 PD(맨위), '꽃보다' 시리즈 공식 포스터(가운데), 나영석 PD(세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CJ E&M 제공, tvN 방송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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