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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박경림이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제 기사를 보면요. '박경림, 몰라보게 날카로워진 턱 선', '얼굴에 자신 있어요' 이런 제목이 있는데, 댓글은 굳이 안 봐도 다 알아요. '미친 거 아냐?', '네가 어딜 봐서 자신이 있냐!' 아니, 옆에서 찍은 건 그나마 나은데, 정면에서 찍어서 정말 네모나게 보이는데도 '몰라보게 날카로운 턱 선'이란 기사도 있어요. 대체 저한테 왜들 그러시는 거예요?"라고 넉살 피우자 인터뷰를 위해 모인 기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 대중과 늘 소통하고 싶은 친근한 언니 혹은 누나 박경림
'네모공주' 박경림. 고등학생 때 교복 입고 방송에 무턱대고 나선 게 1998년이다. 이후 정식으로 데뷔해 소위 '사각 턱'을 콤플렉스로 숨기지 않고 도리어 당당히 드러내더니 '여성 방송인'의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그가 2001년 수상한 MBC 방송연예대상은 역대 최연소 연예대상으로 지금까지 아무도 그 기록을 깨지 못하고 있다. 당시 박경림은 겨우 22살이었다.
"그땐 너무 경황이 없어서 얼마나 큰 상이고 어떻게 받았는지 느끼질 못했어요. 운이 정말 많이 따랐던 거예요. 다시 기회가 된다면, 받아도 부끄럽지 않은 제가 되어야 할 텐데 그러려면 아직 멀었죠."
숱한 프로그램을 거치며 실수할 때도 있었고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나이 어리던 여고생 시절부터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지금까지 굳건히 연예계에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박경림의 솔직한 목소리와 다른 이에게 공감할 수 있는 마음 때문이다. 하물며 입버릇이 "솔직히 말해서요…"였겠는가.
박경림을 만나본 이들 중에는 누구 하나 그를 욕하는 이 없었고, 박경림은 "살면서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욕을 해본 적이 없어요"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지만 왠지 '박경림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는 솔직함이 그에게서 전해진 또렷한 인상이었다.
그리고 자만 없는 따뜻한 자신감. 누구보다 우월해서가 아니라 누구 앞에서나 진심으로 상대방의 눈을 직시할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남들이 절 못생겼다고 말해도 '난 괜찮아' 하는 게 자신감 같아요. 솔직히 전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 안 해요. 물론 예쁘다고도 생각은 안 하지만 못생겼단 생각도 안 하거든요."
그 따뜻한 자신감으로 박경림은 청취자들의 고민에 가까이 귀 기울이며 라디오 DJ로 맹활약 중이다. 자신에게 "꿈의 프로"였단 '별이 빛나는 밤에'와 박경림의 인생보다 더 오랜 역사인 '2시의 데이트'를 처음 방송하던 순간의 "심장이 떨리던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아는 언니 같은 친근함이 박경림의 강점으로 얼마 전에는 남편이 조기퇴직 해 네 아이를 키울 길이 막막하다던 한 청취자와 전화연결을 해선 펑펑 울었다. 마치 제 일처럼 걱정하고 챙겨주는 박경림의 진실된 마음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믿고 따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거창하게 '10년, 20년 뒤에 제 이름을 건 토크쇼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얘기한 게 솔직히 부끄러워요.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고 사람들과 기쁨, 슬픔을 나누며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고도 싶어요. 그리고 최종 목표는 나이가 들더라도 누구와도 대화가 끊이질 않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예요."
▲ 시댁 식구랑 함께 오면 안 되는, 여자들만의 토크콘서트
그리고 박경림이 최근 가장 야심차게 준비 중인 게 있다. 10월 1일부터 닷새간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있을 토크콘서트 '여자의 사생활-新바람난 여자들'. 결혼생활은 2007년 시작해 8년차로 귀여운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박경림이 결혼, 남편, 아이, 시댁식구 등을 주제로 솔직하게 관객과 대화하는 토크콘서트다.
박경림의 남편은 결혼 당시 훈남으로 화제였는데, 인터뷰 후 박경림이 슬쩍 꺼내 자랑한 사진을 보니 여전히 훈남이 아니라 이젠 미남인 데다가 여섯 살 난 아들은 30kg가 넘는 건장한 체격에 장난기 충만하다. 능숙한 방송 진행 실력만큼이나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도 야무진 박경림은 "제가 결혼은 막차를 탔어요. 아마 그때 안 했더라면 지금까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결혼 생활은 단 하루도 예상할 수 없죠"란 박경림은 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 딸들을 초대해 "오늘만은 그 역할을 버리고 나만의 사생활을 갖자"는 기획으로 토크콘서트를 마련했다. 그야말로 여자들만을 위한 허심탄회한 수다의 장이다.
여자로서 쌓인 스트레스도 시원하게 풀어보자는 요량이다. "방송이나 강연에서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고 하잖아요. 근데 정작 묻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행복하니? 뭐가 고민이니?' 묻지를 않아요. 엄마들은 스트레스도 우리가 알아서 받고 푸는 것도 다 알아서 하거든요. 이번 공연은 스트레스 받은 여자들에게 '너도 힘드냐? 나도 힘들다. 근데 너는 더 힘들지?' 하고 함께 힘든 걸 공감하고 해소하는 자리랍니다."
공연은 박경림과 관객이 함께 만들어 간다. 엄마, 아내, 며느리, 딸이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으면 박경림과 관객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박경림은 토크콘서트의 진행자, 주인공은 그날의 관객이다.
"시댁 식구와는 동반 입장 불가"이며 "남편과 함께 올 순 있지만 부부싸움은 책임 못 진다"가 주의 사항. 남자 혼자 보러 올 수는 있지만 "못 볼 꼴 볼 각오하고 오셔야 돼요. 여자들이 뭉쳐 있으면 어떤지 보여 줄 거예요"라고 의미심장하게 예고했다. 수, 목요일은 공연시각치곤 이례적으로 오전 11시인데, 여자들을 위한 박경림의 세심한 배려다.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 남편은 회사에 보내고 오세요. 쥐도 새도 모르게 놀고 가도 티가 안 날 거예요."
인터뷰 후 자신을 알아보는 시민이 "박경림씨 실제로 뵈니 참 예쁘네요"라고 하자 "제가 미디어의 피해자예요"라고 농담하며 웃어주는 방송생활 17년차 최연소 연예대상 수상자 박경림. 친근한 그녀에게라면 누구에게 말 못했던 고민이라도 한번쯤 솔직하게 털어놓고 진심 어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전히 변함없는 '네모공주' 박경림이다.
"'토크콘서트'가 열리는 그날만큼은 남편이나 시어머니, 아이 때문에 울거나 웃는 게 아니라 오롯이 내 감정 때문에 울고 웃을 수 있는 날을 만들어 주는 게 제 목표거든요. 누구의 영향이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가 기쁘고 슬플 수 있게요."
[방송인 박경림. 사진 = 코엔스타즈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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