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일명 '황우석 사태'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바로 '제보자'다.
'제보자'는 초반부터 "본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으나 영화적으로 재구성된 픽션임을 밝혀드립니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당 부분 충실히 '황우석 사태'를 그려낸다.
줄기세포 복제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이장환(이경영) 박사팀의 연구팀장으로 있던 심민호(유연석)는 연구팀을 나온 후 'PD 추적'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의 PD인 윤민철(박해일)에게 줄기세포가 없다고 제보한다. 이후 윤민철은 제보자만 있고 증거는 없는 이 사건의 진실을 쫓으며 고군분투 하게 된다.
사실 '제보자'가 베일을 벗기 전에는 민감한 소재를 어떻게 그려냈을지에 이목이 쏠렸다.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황우석 사태'를 영화화 한다는 건 뜨거운 감자나 다름없었고, 영화가 개봉된 후의 후폭풍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
베일을 벗은 '제보자'는 수의대 출신인 이장환 박사가 언론과 국민, 국가적 관심 속에 대한민국의 영웅이 되는 모습을 그려내며 곳곳에서 '황우석 사태'를 연상케 한다. 논문 속 11개의 줄기세포가 조작됐고, 제보자가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다는 소식에 제보를 결심하게 된 것, 제보자가 진실이 먼저냐 국익이 먼저냐고 물었던 점, 진실을 보도하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냉담한 시선과 마주하는 것 등 10년 전 사건을 떠올릴 만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제보자'를 본 후에는 어디까지를 진실로 보고 어디까지를 픽션으로 볼지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보자'는 '황우석 사태' 그 자체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이를 통해 맹목적 믿음, 진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자행되는 마녀사냥, 이해관계 때문에 진실을 눈감아 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무엇보다 양심을 저버린 언론과 참된 언론인이 가야할 길, 진실의 가치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메가폰을 잡은 임순례 감독이 "줄기세포 존재의 진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그는 이 영화를 한 언론인의 집요한 투쟁으로 그려냈다. 이와 함께 10년 전과 지금, 무엇이 변하고 변하지 않았는지를 곱씹어 볼 수 있게 한다.
임순례 감독은 무겁고 민감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제보자'를 날 서 있는 영화로 그려내지 않았다. 소재는 민감하지만 특유의 휴머니티가 담겨 있다. 또 그들은 진지하지만 보는 이들로서는 웃을 수밖에 없는 웃음 코드도 포진돼 있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건을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며 몰입도를 높인다.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 류현경, 박원상, 권해효, 송하윤 등의 배우들도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휘몰아치는 스토리의 중심에 서 있는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 모두 압도적 연기력을 선보이지만 특히 이경영은 임순례 감독이 "(황우석 박사에게 면죄부를 줄) 여지를 준다면 그건 100% 이경영이 연기를 잘 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신뢰감 있고 묵직한 연기를 선보인다.
'제보자'는 한 사람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가 아니다.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임순례 감독의 말처럼 황우석 박사와 언론, 진실을 넘어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곱씹어 볼 만 하다.
한편 대한민국을 뒤흔든 줄기세포 조작스캔들을 모티브로 해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제보자'는 내달 2일 개봉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영화 '제보자' 포스터와 스틸.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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