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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단 1% 확률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현희(성남시청)는 한국 여자 플러레 전설로 거듭났다. 개인전 동메달로 아시안게임 3연속 2연패가 좌절됐지만, 단체전 금메달로 아시안게임 4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런 남현희는 걱정이 많다. 올해 만 서른 셋으로 펜서로서 나이가 적지 않다. 결정적으로 오른쪽 무릎 상태가 썩 좋지 않다. 그녀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고 말한 이유다.
▲ ‘독한펜서’도 사실은 ‘엄마펜서’
그동안 대중에 인식된 남현희는 ‘독한펜서’였다. 157cm라는 작은 키로 세계를 집어 삼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스토리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하지만, 피스트 밖에서 만난 남현희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였다. 그녀는 결혼도 했고 슬하에 2살짜리 딸이 있다. 남현희는 “나이를 먹으니 점점 마음이 약해진다”라면서 “딸이 1년 7개월됐는데 말도 잘 한다.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했다.
남현희는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피스트에 서지 않았으나 지난해 복귀해 아시안게임 준비에 나섰다. ‘엄마펜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에게 선물하기로 한 약속을 지켰다. 남현희는 “딸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게 돼 기쁘다”라고 웃었다. 그런 엄마는 딸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단 1%의 확률만 있어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강한 딸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런 ‘엄마펜서’가 아시안게임 4연속 금메달을 딴 날, ‘펜싱 여제’이자 ‘베테랑 펜서’로서 또 다른 기로에 섰다.
▲ 오른쪽 무릎 연골이 없다
펜서는 빠른 풋워크가 기본이다. 키가 작아 팔과 다리가 짧은 남현희는 성공하기 위해 남들보다 2배 이상으로 많이 움직였다. 남현희는 “오른쪽 무릎에 연골이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했다. 갑자기 다친 게 아니다. 그녀는 “20년동안 펜싱을 했다. 병원에서 무릎 뼈가 변형됐다고 하더라. 연골은 없어졌다”라고 했다. 펜서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훈장. 남현희는 쉽게 설명했다. “투수가 공을 계속 던지면 어깨 근육이 손상되는 것과 같다.”
지난 5월 심하게 탈이 났다. 무릎 인대가 파열돼 훈련을 중단한 것. 아시안게임 준비에 치명타. 남현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훈련에 지장을 받았다. 무릎이 아픈 걸 참고 훈련을 하니 다른 부위에 순차적으로 무리가 갔다”라고 회상했다. 남현희는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주사를 맞고 연습을 했다”라고 했다.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혹시 수술을 받으면 무릎 걱정 없이 선수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 남현희는 “가장 좋은 건 푹 쉬는 것이다”라고 했다. 간단히 말해서 선수생활을 접으면 무릎 상태는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무릎에 더 이상 부하를 가하면 안 된다.
▲ AG는 마지막이다, 은퇴는 아니다
남현희는 “아시안게임은 마지막”이라고 했다. 4년 뒤엔 만 37세다. 그때 선수생활을 이어갈 마음은 없는 듯하다. 그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정말 고민스러운 건 2년도 채 남지 않은 리우올림픽. 남현희는 “5월에 치료를 받은 뒤 무릎 상태가 오히려 예전보다 좀 더 좋아졌다”라고 했다. 여기서 좋아졌다는 건 선수생활을 겨우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인들과 같은 수준이 절대 아니다.
남현희는 “일단 은퇴는 아니다. 무릎은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된다”라고 했다. 이어 “리우올림픽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확신에 찬 어투는 아니었다.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 적지 않은 나이에 체력적 어려움도 분명히 따를 것이다. 남현희 스스로 그걸 알기에 고민스럽다.
그래도 남현희는 “쉬면서 랭킹이 많이 내려갔다. 대진도 나빠졌고 예선부터 치르면서 힘들었다. 이제 다시 14위까지 끌어올리면서 내년부터는 예선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다. 국제대회서 체력을 비축하면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정황상 남현희는 2년 뒤 리우올림픽까지는 선수생활을 이어갈 생각이 큰 것 같다.
남현희는 아직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 베이징 개인전 은메달, 런던 단체전 동메달이 전부다.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 20년간 칼을 잡으면서 올림픽 금메달이 없는 아쉬움이 얼마나 클까. 남현희가 공식적으로 리우올림픽 도전을 선언한다면, 필생의 목표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자신과의 마지막 싸움도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남현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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