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하다디를 막아야 한다.
남자농구대표팀이 24일 12강리그 D조 첫 경기서 몽골에 승리했다. 사실 전반전 경기력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경기가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 25일 요르단전 역시 이변이 없는 한 승리가 예상된다. 한국의 진짜 시험대는 8강리그와 4강 결선 토너먼트. 8강리그서 필리핀, 대만, 카타르 혹은 일본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서는 중국 혹은 이란을 만나게 돼 있다. 대회 일정과 전력을 종합하면 그렇다.
객관적 전력상 아시아 남자농구 최강자는 이란이다. 스페인월드컵 예선서 1승4패로 패퇴했지만, 거의 매 경기 유럽 팀들과 대등한 승부를 벌였다. 이란의 파워, 테크닉, 전술적 완성도는 세계 정상급 팀들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한국이 이란에 제대로 대적하려면 우선 필리핀과 중국을 넘어야 한다. 필리핀은 가드진의 테크닉이 좋지만 패스워크는 다소 약하다. 중국은 신장이 좋지만, 세대교체 여파로 경험이 부족하고 전체적인 경기운영능력은 살짝 떨어진다. 한국이 준비 중인 회심의 3-2드롭존, 강력한 전면강압수비와 스위치 디펜스 등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 결국 대표팀의 최대 호적수는 이란이란 결론이 나온다.
▲ 하다디의 위력
이란이 24일 인천에서 인도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렀다. 역시 강력했다. 간판센터 하메드 하다디(218cm, 118kg)가 23분간 16점 4어시스트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물론 인도의 전력이 매우 약했다. 기록의 변별력은 떨어졌다. 그래도 하다디의 기본적인 컨디션과 위력을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다디는 월드컵서 보여준 위력을 변함없이 보여줬다.
일단 힘과 테크닉의 조화가 완벽했다. NBA를 경험한 선수다웠다. 기본적 포스트업 등 1대1 공격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볼 핸들링도 부드러웠다. 피딩능력도 있었고 외곽으로 나와서 스크린을 걸어주는 등 기본기가 좋았다. 특히 니카 바라미(198cm)와의 2대2 공격이 매우 위협적이었다. 픽앤 롤과 픽앤 팝은 교과서적이긴 했지만, 완벽함 그 자체. 일전에 한 농구관계자는 “하다디가 과거엔 공격루트가 단순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아시아에선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예선서 하다디에게 30점 13리바운드를 내줬다. 존스컵서도 34점 15리바운드를 헌납했다. 신장, 파워, 테크닉 등 하다디를 제대로 상대할 한국 빅맨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유재학 감독은 최근 “이란이 작년보다 전력이 더 좋아졌다”라고 했는데, 이는 하다디의 개인기량과 하다디를 활용한 각종 부분전술 활용, 조직력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
▲ 2-2 공격 봉쇄가 관건
한국은 아시안게임서 최소 1번은 이란을 만나야 한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결승전서 만나는 것이다. 만약 8강리그서 필리핀에 덜미를 잡히면 준결승전서 만나야 한다. 이란 대비책은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일단 하다디가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한국으로선 파울 아니면 2실점이다. 하다디를 막으려면 기본적으로 감수를 해야 하는 부분. 하다디에게 볼이 최대한 늦게 투입되도록 강력한 오버가딩을 하거나 가드진을 압도하는 지능적인 수비가 필요하다.
하다디 옵션에서 가장 위협적인 부분은 인도전서 드러난대로 바라미와의 2대2 공격이다. 그런데 한국은 상대의 2대2 공격 봉쇄에 유독 취약하다. 지난해 필리핀과의 아시아선수권서도 그랬고, 올해 뉴질랜드 평가전, 월드컵서도 그랬다. 2대2 공격에 대한 완벽한 수비가 이뤄지려면 기본적으로 코트에 있는 5명 전원 완벽한 스위치 디펜스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빅맨들의 외곽수비 테크닉이 뛰어나야 한다.
유 감독은 “(이)종현이나 (김)종규의 외곽수비가 많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파워와 테크닉이 약하다. 두 사람이 외곽에서 바라미와 매치될 경우 그대로 픽앤 롤, 혹은 픽앤 팝에 당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오세근이 가장 믿을만한 카드. 유 감독은 “오세근은 상대 외곽공격을 몸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된다”라고 했다. 오세근은 김종규와 이종현에 비해 완성형 빅맨이다. 벌크업이 잘된 이상적 몸매에 기동력과 테크닉이 김종규, 이종현에 비해 한 수 위다. 오세근은 지난 4개월간 대표팀에서 훈련과 재활을 꾸준히 해왔다. 최상의 몸 상태에 가까워졌다. 오세근의 경우 이란전 물론이고 필리핀, 중국전서도 적극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오세근이 최대한 하다디와 바라미의 2대2 공격을 저지해내야 한다.
확실한 계획을 갖고 이란전에 임하지 않는다면 하다디와 이란을 막긴 매우 어려워 보인다. 첫 경기 몽골전 전반전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더더욱 곤란하다. 뚜껑을 연 이란은 역시 강했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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