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중국과의 준결승전서 너무나 값진 교훈을 얻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하 한국)의 아시안게임 예선 3경기는 그야말로 거칠 게 없었다. 37점을 내고 단 한 점도 주지 않았다. 강력한 우승 경쟁자로 꼽히던 대만전에서도 10-0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최정예 멤버를 구성한 한국과 나머지 국가의 전력 차는 너무나 커 보였다. 실제 분위기도 한국의 우승은 떼놓은 당상이고, 결승전서 몇 점 차로 이기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였다.
27일 열린 중국과의 준결승전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과 주장 박병호가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주위에선 '엄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대만이 일본을 10-4로 꺾고 결승에 오르자 모두가 대만과의 결승에만 초점을 맞췄다. 중국전은 이미 뒷전이었다. 류 감독은 경기 전에도 "대만은 좌타자가 많으니 좌투수를 내세워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중국전이 문제였다. 많은 이들이 한국의 콜드게임승을 예상했으나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5회초까지 2-2 동점이었다. 오히려 역전 당할 위기도 있었으나 다행히 동점으로 끊었고, 5회말 터진 나성범의 결승타와 6회말 박병호의 스리런 홈런 등을 앞세워 7-2로 이길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전 경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썩 만족스럽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공격에서 그랬다. 선발 리신과 치지핑을 필두로 한 중국 투수 5명을 상대로 13안타 10사사구를 얻어내고도 7득점에 그쳤다. 잔루는 무려 14개였고, 주루사도 2차례 있었다.
주루사는 두 번 모두 경기 초반 홈에 들어오다 아웃당한 상황이라 아쉬움이 컸다. 경기 흐름이 묘하게 흘러간 요인 중 하나다. 1회말 2사 1, 2루에서 강정호의 안타 때 2루 주자 김현수가 홈에서 아웃당했고, 2회말 1사 만루 상황서 민병헌의 펜스를 원바운드로 때리는 2루타에 2루 주자 황재균이 득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3루와 홈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려 돌아서고 말았다. 초반부터 완전히 기선제압할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것. 과감한 주루 플레이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 독이 돼 돌아왔다. 류 감독은 경기 후 "어려운 경기였다. 과거에도 중국전이 잘 안 풀리곤 했는데 오늘도 초반에 그랬다. 2회 무사 만루 대량 득점 기회에서 1-로 맞선 건 분명 아쉬워싸.
이날 홈런을 터트린 강정호는 "어차피 9회까지 하면 되기 때문에 동점 상황에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한국이 확실한 리드를 잡은 6회말 이전까지 매 순간이 살얼음판과 같았다. 만약 상황이 더욱 급박해져 이재학(4이닝 2실점)-이태양(4이닝 무실점)한현희(1이닝 무실점)까지 투수 3명으로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면 결승전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만은 중국과 선수단 구성부터 다르다. 해외파들이 즐비하다. 비록 마이너리그 싱글A급 선수들이 대부분이나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특히 대만 리그(CPBL) 출신인 궈옌원(라미고 몽키스) 등은 엄연한 프로 선수다. 궈옌원은 지난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출전했던 대만 정상급 2루수다. 예선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쉽게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야구 모른다'는 속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물론 여전히 한국이 유리한 건 사실이다. 홈 그라운드 이점에 프로야구 무대에서 뛰는 최정예 멤버를 선발했다. 사회인야구 선수로 구성된 린즈셩(라미고) 등 간판 타자들이 빠진 상황에서 대만 타선의 무게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뤼밍츠 대만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단다. 그는 준결승 직후 "내일 금메달에 대한 의지가 무척 강하다. 모두 최선을 다해 이기겠다"고 말했다. 주장 궈옌원도 "준비한 대로 하면 후회 없이 경기할 수 있을 것이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국은 27일 중국과의 준결승까지 4경기를 치렀다. 이제 딱 한 경기 남았다. 중국전의 실수를 되풀이한다면 끌려가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초반 어이없는 주루사로 흐름을 넘겨준 것과 무조건 본인이 해결하겠다는 일명 '영웅 스윙'은 득될 게 아무 것도 없다. 약체로 꼽히던 중국전서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경험을 한 셈이다.
예선서 10-0으로 꺾었던 대만이지만 중국보다 더 어려운 상대임은 틀림없다. 일단 결승 하루 전날 큰 교훈을 얻었다는 건 어찌보면 반가운 일이다. 전날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예선서 보여준 경기력이 나온다면 금메달 가능성은 크다. "5전 전승으로 우승하겠다"던 류 감독과 선수단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보자.
[한국 야구 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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