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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임순례 감독이 한 때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들고 관객들 곁을 찾는다. 바로 영화 '제보자'다.
'제보자'에서 임순례 감독은 줄기세포의 진위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을 도덕적으로 심판하지도 않는다. '제보자'는 진실을 제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진실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하지만 왜 굳이 줄기세포 조작 사건일까. 그동안 동물, 사람, 인권 등에 대해 이야기하길 주저하지 않았던 임순례 감독이지만 짚어봐야 할 여러 이야기들 중 왜 줄기세포 조작 사건이어야 했는지 궁금증하지 않을 수 없다.
임순례 감독은 "난 논란이 되거나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제보자'를 했냐고 질문한다면 할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다. 모티브가 된 사건이 워낙 큰 사건이기도 했지만 동물복제라든지 줄기세포라든지 생명에 관한 일이 연관돼 있다. 생명을 산업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많은데 그런 것이 무의식중에 작용했던 것 같다. 생명을 다루는 학문 혹은 산업에 대해 몇 배의 신중함과 검증 등이 필요하다는 걸 부가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주요하게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진실이라는 것이 점점 알기 힘들어지고, 진실을 보도하는 게 원래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왜곡 보도되거나 아예 보도가 되지 않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상업영화, 대중영화의 틀이기는 하지만 관객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임순례 감독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제보자'의 연출을 맡은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 역시 껄끄러운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 일각에서 후폭풍을 염려할 정도로 민감한 소재였던 탓에 임순례 감독이 느꼈을 껄끄러움은 당연해 보였다.
임순례 감독은 "그 사람들(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밝힌 사람들)이 사건의 중심에서 뭔가를 감당했던 위험성에 비하면 우리는 한 발 떨어져 있고, 시간도 지났고, 당사자도 아니지 않나. 혹시 잠깐 제 자리에 서게 되더라도 그 분들에 비하면 세발의 피나 다름없다. 그런 것에 용기를 얻은 것 같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나의 불편함이나 고통이 찻잔의 태풍이라면 그 분들은 쪽배 하나로 풍랑이 이는 망망대해에 내던져 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할 말을 안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집중 받는 건 싫어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사를 했다. 주변에서도 많이 말렸다. 귀가 얇아서 하지 말라면 안 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주변에서 반대를 해도 '제보자'를 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잘 한 것 같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임순례 감독의 품에 안기게 된 '제보자'는 실제와 가상을 넘나들며 진실 그리고 그 진실을 전하는 행동이 얼마나 쉽지 않으면서도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닫게 한다. 이 과정에서 돋보이는 건 임순례 감독의 전작들과 다른 돌직구 스타일의 빠른 호흡. 이는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임순례 감독의 고민의 흔적들이기도 하다.
임순례 감독은 "소재 자체가 안고 있는 한계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다. 줄기세포 같은 이야기들을 지루해할 수도 있고, 무겁고 복잡한 이야기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여지도 다분했다. 이런 것들을 커버할 대책을 세워야 했다. 우회적으로, 물리적으로 해야 할 말들이 많아 빨리 본론으로 들어갔다. 상업적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스타일적인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건을 몰입도 있게 선보이기 위해 스타일 적으로도 변화를 꾀했던 그는 '제보자'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라 평했다. 자신이 만든 영화 중 가장 사회성이 짙은 영화인데, 무겁고 진지한 사회성 메시지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흥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하나의 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
임순례 감독은 "많은 분들이 '제보자'가 무겁거나 복잡하거나 지루할거라고 예상할 것 같다. '메시지와 주제만 강한 영화인가', '생각할 수 있는 영화'인가 그런 생각들을 빼고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며 깨알 홍보도 잊지 않았다.
임순례 감독의 말대로 무거운 소재를 그렸지만 유머와 묵직한 메시지를 적절히 가미한 영화 '제보자'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줄기세포 조작스캔들을 모티브로 해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 류현경, 박원상, 권해효, 송하윤 등이 출연했다. 내달 2일 개봉.
[임순례 감독,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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