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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가장 개성이 강하고, 자유로울 것만 같은 가요계에 염색 제한이 풀린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가수 문희준, 이효리, 배우 문소리, 영화감독 봉만대 등이 연예계에 사라진 혹은 여전히 남아있는 '금지'에 관한 얘기를 풀어놨다.
30일 밤 방송된 SBS '매직아이'에서는 영화감독 봉만대, 배우 백성현,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나르샤 등이 출연한 가운데 '금지'를 주제로 한 판 토론이 벌어졌다.
방송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담배값 인상 등 흡연금지와 같은 시사적인 이슈도 다뤄졌지만 출연진의 특성상 가장 빛난 것은 방송계와 영화계의 금지에 관한 토크였다.
먼저 봉만대는 "'영화 '인간중독'과 '만추'의 포스터가 같은 키스신이었는데 다른 심의가 나왔다"며 영화인들 사이에서 심의를 비판하는 예로 사용됐던 포스터 문제를 언급했다. 이에 문소리는 "맞다. 같은 키스신이었는데 '인간중독'은 에로틱하다는 이유로 심의통과가 안됐다. 반면 '만추'는 통과가 됐다. 그 속에서 무언가 차이를 본 모양이다. 또 영화 '폼페이' 포스터도 화산 앞에서 애절하게 키스하는 남녀의 모습이 담겼는데 그게 통과가 안됐다"며 오락가락하는 심의 기준을 비판했다.
이효리는 의상에 관한 황당한 경험을 얘기했다. 그녀는 "한 번은 똑같은 배꼽티를 입었는데 나는 심의에 걸리니 안 된다고 하고, 다른 가수는 괜찮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이효리는 야해서 안 된다'고 하더라"며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직접 나서 금기를 넘어선 사례도 존재했다. 바로 1990년대 10대의 아이콘이었던 HOT 리더 문희준의 이야기였다. 그는 "HOT 시절 염색머리를 하면 검정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두건으로 가려야 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10대의 대변인'을 자부하면서 염색을 가리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번은 염색머리를 가리는 두건을 느슨하게 묶었고, 생방송에서 춤을 추다 염색머리가 방송에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 발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희준은 "대기실에서 멤버들끼리는 '잘했어. 이게 10대들의 승리지'라며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커졌더라. 결국 HOT가 1년간 해당 방송사의 출연 정지를 당하게 됐다. 다행히 소속사에서는 '괜찮아. 다른 방송국에서 활동하면 되지'라며 이해를 해줬다. 그렇게 5년 간 염색을 놓고 방송국과 싸워서 지금처럼 염색 규제가 풀리게 됐다. 가수 지드래곤이 자유롭게 염색머리를 할 수 있는 건 내 덕분이다"며 경험담을 얘기했다.
끝으로 문희준은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새로운 금지를 만든다면 금지를 금지했으면 한다. 우리의 의식이 깨어나서 금지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지켜나가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금지'에 관한 의미있는 토론이 벌어진 '매직아이'였다.
[봉만대, 문소리, 이효리, 문희준(위부터).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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