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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선택과 조합이 중요하다.
남자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준결승전 상대 일본을 쉽게 보지 않았다.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서 중국을 누르는 등 만만찮은 경기력으로 준결승전까지 왔다. 유 감독은 “히에지마(190cm, 가드)를 (양)동근이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라고 했다. 국내에서 1대1 수비력이 가장 좋은 양동근도 제대로 막지 못할 정도로 히에지마의 테크닉이 좋다는 의미. 또 유 감독은 “일본은 지역방어에 약하지만, 외곽슛 능력은 좋다”라고 했다. 진천 연습경기 때 파악한 부분이다.
유 감독의 설명대로 일본은 나름대로의 강점이 있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상 한국은 일본에 한 수 위다. 또 대표팀은 3-2 드롭존과 2-3지역방어, 풀코트 프레스 등 다양한 전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정도로 조직력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경기력 기복은 여전히 심하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강점과 약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완성형 선수가 사실상 없다. 때문에 유 감독이 상대멤버 기용과 상대 팀 전력, 경기 흐름에 따라 멤버의 선택과 조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경기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 선택과 조합이 실패할 경우 일본에 패배할 수도 있고, 성공할 경우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보다 객관적 전력이 한 수 위인 이란과도 대등한 승부를 벌일 수 있다.
▲ 3-2 드롭존과 대인방어
대표팀은 8강리그서 3-2 드롭존으로 재미를 봤다. 필리핀이 결국 깼지만, 한동안 고전했다. 카타르는 끝내 제대로 깨지 못했다. 유 감독이 일본전서 3-2 드롭존을 꺼낼 확률은 100%다. 일본이 지역방어에 약하다는 건 내, 외곽을 오가는 패스워크가 썩 좋지 않다는 의미. 하지만, 유 감독은 그와 별개로 일본의 외곽슛을 경계한 상황. 오픈찬스를 많이 내줄수록 위험하다.
중요한 건 3-2 드롭존을 언제 사용하느냐다. 일본은 그동안 외곽슛에 강점을 보였기 때문에 카타르전 후반전처럼 장기간 사용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폭발적 외곽포가 돋보였던 필리핀은 한국의 전면강압수비에 오히려 고전했다. 일단 대인방어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신장은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다만, 2m가 넘는 다케우치 형제 수비를 위해선 상황에 따라서 스위치 디펜스가 필요하다.
이런 고민은 결승전에 올라갈 경우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다케우치 형제는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란 간판센터 하다디는 꾸준하다. 하다디를 막기 위해선 더블팀은 기본이다. 스위치 디펜스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극심한 체력소모가 우려된다. 그렇다고 정통 지역방어를 오래 사용할 경우 이란의 정교한 패스워크와 부분전술에 의한 외곽포가 걱정되는 상황. 필리핀전, 카타르전처럼 유 감독의 냉철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 유 감독은 ‘만수’답게 큰 경기일수록 벤치미스가 적은 편이다. 결정적인 수비변화가 중요하다.
▲ 개개인의 강점과 약점
대표팀이 조직력을 강조하는 건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도 강점과 약점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완성형 선수가 드물다는 건 한국농구의 구조적 한계. 하지만, 일단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해선 상황에 맞는 멤버 조합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피드와 돌파력에 비해 1대1 수비가 좋지 않은 김선형은 대인방어보다 3-2 드롭존 때 중용될 때가 많다. 3-2 드롭존 장점 중 하나가 속공연결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반면 양동근은 수비력이 좋아서 어떤 수비를 사용하든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공격에서의 확실한 장점은 부족한 편. 그럴 때는 외곽슛과 뱅크슛 등을 갖춘 김태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태술은 파워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가드진은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이 높지 않다. 유 감독이 필리핀전 막판 3-2 드롭존이 뚫리는 걸 확인한 이후에도 쉽게 전면강압수비를 지시하지 못한 이유다. 앞선에서 1대1로 붙여놓으면 결과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일본전서도 가드진을 수시로 교체할 전망이다.
빅맨 활용도 마찬가지다. 김종규와 이종현은 공격 적극성은 물론이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외곽수비도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외곽수비에 여전히 약점이 있다는 게 유 감독 설명이다. 유 감독은 “스위치 됐을 때 외곽수비를 나가는 타이밍과 간격 조절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센스의 문제인데,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순 없다”라고 했다. 스위치로 빅맨이 외곽으로 나왔을 때 상대의 스크린에 취약하다. 일본전서도 이 부분이 가장 큰 고민. 파워와 득점력이 좋은 오세근, 노련한 김주성 활용이 필요한 이유. 그런데 베테랑 김주성은 빅맨이 갖춰야 할 모든 테크닉을 갖췄지만, 체력과 스피드가 예전만 못하다는 약점이 있다.
포워드진도 문태종 의존도가 심하다는 고민이 있다. 가드지만 사실상 포워드 역할도 수행하는 슈터 조성민은 꾸준하다. 다만, 허일영이 생각만큼 큰 보탬이 되지 못하는 실정. 허일영의 경기력이 좋아질 경우 문태종과 조성민의 체력 세이브에도 도움이 된다. 상황에 따른 유연한 기용 및 운영이 가능하다.
눈 앞의 일본전부터 많은 고민이 있다. 분명 우세한 게임이지만, 압도적이진 않다. 유 감독의 섬세한 게임운영과 선수들의 전술소화능력, 전투력이 금메달로 가는 열쇠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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