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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청신호다. 차원이 다른 쾌속항해다.
손연재(연세대)가 마침내 아시안게임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연재는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리듬체조 팀경기서 볼 17.833점, 후프 17.850점, 리본 17.983점, 곤봉 18.016점으로 네 종목 합계 71.732점을 받았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볼을 제외한 점수도 53.882점. 결국 한국의 리듬체조 팀경기 역사상 최초 은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손연재는 볼 17.550점, 후프 17.633점, 리본 17.300점, 곤봉 17.700점으로 합계 70.193점,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리본을 제외한 점수 52.883점을 받은 덩센유에(중국)를 압도했다. 둘 다 세계선수권(손연재 70.933점, 덩센유에 69.766점)보다 점수를 잘 받았다. 하지만, 손연재의 우위는 변함 없었다.
▲ 홈 부담감은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특징은 각 종목 간판스타들이 줄줄이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점이다. 김재범(유도) 정도를 제외하곤 주 종목에서 대부분 쓴잔을 들이켰다. 박태환이 자신의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금맥을 캐지 못했고, 양학선은 부상이 겹쳐 시니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도마 금메달을 놓쳤다. 이용대도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으나 주종목 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다들 좋은 성과를 얻었고 박수를 받을 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들이 금메달을 놓친 뒤 나온 분석이 “홈 부담감”이었다. 한국 관중 앞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됐다는 의미. 손연재 역시 귀국 당시 “홈에서 치르는 대회다. 부담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때문에 한국 선수단 관계자는 손연재마저 홈 부담감 속에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손연재는 무너지지 않았다. 팀 경기서 무결점 연기로 홈 부담감을 떨쳐냈다. 네 종목 모두 이렇다 할 실수가 없었다. 후프 연기 도중 수구 처리 과정에서 약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손연재가 올 시즌 예년에 비해 좋아진 부분이 네 종목 점수가 고르다는 점인데, 홈 부담감을 떨쳐내면서 이런 강점이 극대화됐다. 네 종목 모두 최대 호적수 덩센유에를 압도했다.
▲ AG 사상 첫 금메달 보인다
손연재는 2일 개인종합 결선을 치른다. 팀 경기서 상위 24위에 올라간 선수들만 치르는 하이라이트 무대. 손연재가 팀 경기서 보여준 모습만 보면 금메달은 크게 문제가 없을 듯하다. 가장 우려됐던 홈 부담감이 전혀 없는 모습. 손연재가 정상적으로 연기를 펼칠 경우 덩센유에가 사실상 아시아 정상을 노릴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손연재는 개인종합 결선서도 자신과의 싸움이 유일한 과제. 팀 경기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것도 마인드 컨트롤을 잘 했기 때문이다. 이날 역시 사소한 실수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덩센유에를 비롯해 자밀라 라크마토바(우즈베키스탄) 하야카와 사쿠라(일본) 등이 단체전서 보여준 연기는 위력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손연재와는 갭이 있었다. 이들이 극강의 컨디션으로 손연재를 위협하지 않는 한 손연재의 우승이 유력하다.
손연재는 지난해 전국체전이 끝나자마자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 어머니와 동행했다. 예년보다 시즌 출발이 훨씬 빨랐다. 부상을 철저히 치료했고, 종목별 난도를 높였다. 그리고 상반기 월드컵 시리즈에 꼬박꼬박 출전하면서 세계적 선수들 사이에서 맷집을 키워왔다. 이 모든 게 아시안게임 사상 첫 리듬체조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였다. 이제 최종관문만 남았다. 2일 밤, 손연재가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러 나선다.
[손연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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