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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한국 리듬체조 역사가 바뀌었다.
손연재(연세대)가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손연재는 2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서 곤봉 18.100점, 리본 18.083점, 후프 18.216점, 볼 17.300점을 받아 합계 71.699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손연재는 스포츠 국제종합대회서 한국인 사상 최초로 리듬체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동메달을 따면서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에 진입했다. 이후 폭풍 성장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종합 5위를 차지한 손연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5위, 올해 세계선수권 4위를 차지하면서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냈다. 또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서 우승을 차지하며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청신호를 밝혔다.
이유가 있다. 손연재는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 난도를 높여왔다. 본래 손연재는 풍부한 표현력이 최대 강점인데 국제무대 경험을 쌓으면서 연기 테크닉과 내공이 상당히 좋아졌다. 위기관리능력도 탁월해졌고,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체력도 많이 끌어올렸다. 손연재는 어지간한 위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홈에서 치러진다면서 “부담스럽다”라고 실토했지만, 결국 다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손연재 외에 리듬체조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가 많지 않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신수지 역시 국제무대서 꾸준히 활약했으나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다. 2009년 아시아선수권 동메달이 역대 최고 성적. 그러나 손연재는 1년 뒤 치러진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국제종합대회 최초 리듬체조 한국인 메달리스트가 됐고, 4년 뒤 치러진 아시아선수권서 한국인 최초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날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로 썼다.
손연재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고, 또 지난 수년간 손연재가 피와 땀을 흘려온 노력의 대가다. 손연재는 올 시즌 최대목표를 일찌감치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정하면서, 지난해 전국체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에 들어가서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바뀐 리듬체조 채점 규정을 간파해 난도를 높였고, 장점은 표현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한, 손연재는 상반기에 숱한 월드컵시리즈에 출전해 맷집을 키워왔다. 비록 톱랭커들이 빠졌지만, 리스본 월드컵 우승(4관왕)을 차지했고, 이후 월드컵 시리즈서도 꾸준히 메달을 수확했다. 마르가티나 마문,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 등 세계 최고 선수들에게 수 차례 깨지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그 경험이 이번 아시안게임서 손연재에게 피와 살이 됐다.
한국은 리듬체조 불모지다. 한국인 특성 자체가 리듬체조를 잘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손연재는 약점을 극복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새 역사를 만들었다. 성실함은 기본이요, 독종은 옵션이다. 다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결국 손연재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 우리가 손연재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박수를 보내줘도 아깝지 않은 이유다.
[손연재. 사진 = 인천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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