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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손연재가 씽긋 웃었다.
2일 인천 남동체육관. 한국인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금메달을 목에 건 손연재가 시상식을 마치고 믹스트존으로 들어섰다. 취재진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던 손연재가 잠시 말끝을 흐렸다. 리우올림픽에 대한 질문. 손연재는 말 없이 씽긋 웃었다. 이제 막 아시안게임 정상에 등극해 기쁨을 누리는 손연재에겐 가혹한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우승에 이어 올해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더 이상 손연재에게 아시아 무대는 좁다. 손연재는 이미 수 없이 세계무대에 도전해왔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 선수가 갈망하는 무대, 올림픽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아있다. 손연재도 잠시 한 숨을 돌린 뒤, 리우올림픽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해볼 것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 마이웨이, 결국 정답이었다
일각에서 손연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단 한번도 세계최강에 오른 적이 없는데, 음지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선수 이상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아니냐는 것. 한 취재진이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서 직접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런 시선이 경기력에 지장을 받지 않느냐는 것.
손연재는 “나도 사람이다. 그런 걸(악플) 보게 되면 속상하고 힘 빠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손연재는 꿋꿋이 버텨냈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꿋꿋이, 열심히 하겠다”라고 웃었다. 손연재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달려왔다. ‘마이웨이’였다.
정답이었다. 손연재는 2년 전 런던올림픽 개인종합 5위 직후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을 최대목표로 설정했다. 지난 2년간 치른 모든 대회는 이번 영광을 위한 사전작업이자 모의고사였다. 바뀐 채점 규정에 따라 프로그램 난도를 높였고, 파워와 체력도 길렀다. 리스본월드컵 4관왕, 세계선수권 4~5위 등을 통해 체득한 노하우들이 결국 아시안게임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손연재는 그 사이 자신에게 향한 모든 삐딱한 시선과 걱정들을 묵묵히 받아내고 인내했다. 아시안게임 우승이 확정되고서야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매트 뒤에서 부담이 많이 됐다”라고 토로했다. 아시아 톱랭커도 이제 겨우 20세 소녀. 손연재가 그동안 심적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된다.
▲ 리우로 간다
손연재를 두고 주변 사람들은 ‘독종’이란 말을 많이 한다.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 선진화된 훈련을 받은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손연재는 “올 시즌에는 어머니와 함께 있었지만, 그 전엔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 그래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거의 매일 모의경기를 했고 채점도 했다. 어떻게 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됐다”라고 했다. 낯선 곳, 낯선 환경 속에서 독하게 훈련했고, 결국 살아남았다. ‘리듬체조 왕국’ 러시아에서도 손연재가 세계 톱랭커로 성장할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손연재를 인정한다.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그 믿음은 확신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손연재는 “많이 지쳤다. 너무 힘들었다. 일단 좀 쉬고 싶다”라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손연재의 2014시즌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현 시점에선 상반기 때 취소된 갈라쇼가 곧 예정된 상황. 아직 2015시즌은 결정된 게 없다. 하지만, 향후 진로에 대해 웃음으로 넘긴 손연재 스스로 그 공간을 확실히 채워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손연재는 이미 리듬체조 선수로서 많은 걸 일궈냈다. 아시아 선수권,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아시아 무대를 완전히 정복했다. 비록 세계 톱랭커들이 빠졌지만, 리스본 월드컵서 우승도 해봤고 세계선수권서도 메달을 따봤다. 그렇다면 남은 건 올림픽 메달이다.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서 개인종합 5위를 차지했다. 그때 손연재는 너무 어렸다.
지난 2년간 손연재는 폭풍성장했다. 그리고 2년 뒤 리우올림픽까지도 많은 경험을 쌓을 것이다. 당연히 리우에서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손연재는 리우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에 22살이 된다. 리듬체조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시기. 과연 2년 뒤 손연재의 모습은 어떨까. 그때도 매트에서 내려온 뒤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손연재에 대한 걱정, 의심의 시선을 벗어낸 지금, 앞으로의 2년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손연재. 사진 = 인천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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