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이유 없는 성과는 없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만의 금메달. 21세기 들어 암흑기에 시달린 한국 남자농구에 한줄기 빛이 들어온 우승이다. 한국은 1970년 방콕, 1982년 뉴델리, 2002년 부산 대회에 이어 통산 4번째로 아시안게임 우승에 성공했다. 아시안게임 우승과 함께 유재학호의 여정도 막을 내렸다.
남자대표팀은 지난 5월 중순 진천선수촌에 소집됐다.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무려 4개월 반 가량 합숙했다. 그 사이 뉴질랜드 전지훈련, 일본, 브리검영대학, 대만,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치렀다. 아시안게임 직전에는 스페인월드컵에 다녀오면서 세계농구의 위력을 체감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직전 제대로 된 실전 평가전을 치르지 못해 경기력 하락 현상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스파링파트너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그간 약점이었던 파워와 테크닉 열세를 절감했고, 일정 부분 보완한 것도 사실이었다. ‘만수’ 유재학 감독은 확실한 컨셉을 잡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외곽 수비가 약한 빅맨들에게 집중적으로 보완훈련을 시켰고, 전면강압수비와 3-2드롭존 등을 구축 및 지시해 한국농구 현실 속에서 최선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월드컵서 근본적인 한계를 맛봤지만,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또 다시 맞춤형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이 2회 연속 은메달을 딴 것도 결국 유 감독의 지도력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다.
물론 극복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스크린 이후 외곽 공격수 움직임에 대처하는 순간적 스피드와 테크닉 문제, 1대1 테크닉과 파워 열세 등은 몇 개월 합숙 훈련한다고 해서 달라질 부분이 아니었다. 탄탄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도 있어야 하고, 좋은 지도자들과 좋은 행정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도 남자대표팀은 주어진 환경서 최선을 다했다. 할 만큼 했다. 월드컵서는 한계를 맛봤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았다. 월드컵서 뼈 저리게 느낀 부분들을 완벽하게 보완하진 못했다. 그래도 유재학 감독은 월드컵을 통해 아시안게임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대표적인 게 아시아권에선 3-2 드롭존과 같은 변칙 수비가 통할 수 있다는 사실. 대표팀은 월드컵 이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3-2 드롭존을 집중 연마했다. 그리고 강호들과 맞붙은 8강리그와 준결승전, 결승전까지 쏠쏠히 활용했다. 선수들 개개인 역시 월드컵 이후 좀 더 적극적이고 와일드한 농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월드컵서 무참히 깨진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서 강한 응집력을 갖고 부딪혔다. 부작용도 있었으나 얻는 부분이 더 많았다.
이란과의 결승전서 그 철저한 준비와 강력한 응집력이 동시에 표출됐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은 이란에 뒤진다. 그러나 김종규 이종현 오세근 등이 아시아 최고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더블팀으로 꽁꽁 묶었고, 가드들부터 하다디에게 들어가는 패스를 철저하게 불편하게 만들었다. 니카 바라미에게 많은 실점을 했지만, 하다디를 집중 봉쇄하면서 어차피 각오했던 부분이다. 공격에선 외곽포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란 수비 빈공간을 노린 패턴 플레이가 단연 돋보였다. 기본적으로 하다디 수비에 성공하면서 리바운드서 대등하게 간 게 컸다. 철저한 준비와 강인한 집중력으로 금메달을 만들었다.
아시안게임은 끝났다. 한국농구는 미래를 위해 또 달릴 때가 됐다.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느낀 경기력, 행정력에서 부족한 부분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중, 단기 계획을 세워 한국농구 국제경쟁력 향상 로드맵이 완성돼야 한다. 당장 내년 아시아선수권대회는 2016년 리우올림픽 티켓이 걸린 대회다. 올해보다 더 좋은 대표팀 운영, 더 발전적인 모습이 나와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서 선수들은 할 만큼 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농구는 끝난 게 아니다.
[유재학 감독. 사진 = 인천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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