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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김미리 기자] 진가신 감독이 다시 한 번 악인이 없는 영화로 돌아왔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된 영화 '디어리스트' 진가신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진가신 감독은 자신의 24년 영화 인생 중 “뉴스에 나왔던 소재를 영화화 시킨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진가신 감독은 “난 사실 어떤 사회성을 다루는 뉴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아니었다. 2년 전 이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너무나 드라마틱한 이야기라는 걸 느꼈다. 그걸 보고 나선 영화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했지만 그 때 직감이 왔다. 이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기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스토리의 좋은 점은 풍부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반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그런 좋은 점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실제 ‘디어리스트’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 그 아이를 키우고 있던 어머니 모두 피해자로 그려진다. 진가신 감독은 이중적 가정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각각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 다른 면들을 보며 인생을 검토하고 생각해보길 원했다. 때문에 이 영화에는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만한 인물이 없다. 아이를 데려온 리홍친의 남편이 악인이기는 하지만 ‘디어리스트’ 속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진가신 감독은 “지금까지 영화를 찍으며 줄곧 내 영화에는 나쁜 사람이 없었다. 물론 내가 찍었던 영화들이 사랑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중국에 있는 어떤 영화 평론가가 ‘진가신 감독 영화는 대등한 관계의 삼각형 영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삼각형을 띠고 있는 인간관계가 형성된다는 평론을 해줬다. 그게 ‘금지옥엽’ 때부터인 것 같다. ‘금지옥엽’에 출연한 유가령이 자세히 보면 나쁜 역할이다. 하지만 나쁘게 표현하지 않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유가령인데, 나쁘지만 나쁘지 않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유형의 인물로 ‘퍼햅스 러브’의 장학우, ‘첨밀밀’의 증지위 등을 꼽을 수 있다. ‘명장’의 경우 이연걸과 반대편에 서 있는 금성무, 유덕화 중 누가 나쁜 사람인지 결론내리기 쉽지 않다.
진가신 감독은 “쌍방 인물의 구조로 바라보는 관점은 변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인물의 양면성, 상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그렇게 표현해 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디어리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유괴 피해자에 관한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티안웬준은 세 살 된 아들 펭펭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다. 그러던 중 펭펭을 키우던 리홍친을 만나게 된다. 펭펭과 지팡을 키우고 있던 그는 펭펭이 다른 여자에게서 태어난 아들인줄 알고 있었다. 6개월간의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리홍친은 지팡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을 통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황을 그려냈다.
진가신 감독은 장편 데뷔작 '쌍성고사'로 1991년 홍콩 감독 조합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90년대 초반, 영화사 UFO를 설립해 꾸준히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를 만들어왔으며 '첨밀밀'(1996)로 홍콩에서 스타 감독으로 부상한다. 90년대 후반부터 할리우드로 활동영역을 넓힌 그는 '러브 레터'(1999), 뮤지컬 '퍼햅스 러브'(2005) 등을 감독한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 '금지옥엽'(1994), '금지옥엽2'(1996), '명장'(2007) 등이 있다.
[진가신 감독. 사진=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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