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비스) 돌아가면 큰일이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 3일 남자농구대표팀 아시안게임 우승 축하파티 현장에서 “휴가는 없다. 내일 곧바로 모비스 숙소로 들어간다”라고 했다. 이어 “돌아가면 쟤들(모비스 외 다른 팀 선수들) 때문에 큰일이다”라고 껄껄 웃었다.
유 감독은 지난 5개월간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선수들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게 한국농구가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봤다. 성과가 있었다. 예를 들어 속공전개와 돌파가 좋은 김선형의 조직적 수비 이해도는 많이 좋아졌다. 김종규와 이종현의 외곽수비력 역시 많이 좋아졌다. 물론 여전히 세부적으로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대표팀 젊은 선수들은 유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
대표팀에서 유 감독의 지도를 받고 업그레이드 된 제자들이 5일 앞으로 다가온 2014-2015시즌에 유 감독의 모비스를 향해 농구화 끈을 고쳐 맨다. 유 감독은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훈련이 한창 일 때 “모비스는 빅맨들에게도 외곽수비 연습을 시킨다. 여기서 배워가면 결국 시즌 중에도 본인과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당시 유 감독에게 “나중에 시즌 들어가면 모비스에 손해 아닌가요?”라고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유 감독은 웃으며 “그래도 할 수 없다. 여긴 대표팀”이라고 웃어 넘겼다. 유 감독은 대표팀에서 호랑이 새끼들을 키웠고, 시즌이 코 앞에 다가오자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 KGC-SK-LG, AG우승 최대 수혜자
프로농구 개막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함박웃음을 짓는 팀이 있다. KGC인삼공사, SK, LG다. 간판스타의 병역혜택으로 좋은 팀 전력을 장기작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상무에 입대한 오세근은 병역특례법에 따라 곧바로 전역한다. 전역 이후 KBL에 선수등록을 하면 2014-2015시즌에 정상적으로 뛸 수 있다. KGC는 오세근 없는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하지도 못한 보너스에 전력이 상승했다. 김태술이 KCC로 떠났지만, 강병현과 장민국이 합류한데다 오세근의 극적 컴백으로 전력이 오히려 상승했다.
SK와 LG도 웃었다. 당장 표면적인 플러스 효과는 없다. 하지만 간판스타 김선형과 김종규를 최소 2시즌간 더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본래 올 시즌은 정상적으로 뛰려고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잠시 팀을 떠날 운명이었다.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SK와 LG는 큰 선물을 받았다. 전력유지는 물론이고, 관중동원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 이종현도 주가폭등
아직 KBL에 진출하지 않은 이종현도 주가가 폭등할 조짐이다. 이종현은 KBL 신인드래프트에 나서기만 하면 1순위가 확실시된다. 게다가 병역혜택으로 군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됐다. 이종현 가치가 더 높아질 조짐이다. 관건은 이종현이 언제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느냐는 것이다. 고려대가 얼리엔트리 신청에 동의하지 않는 한 이종현은 2년간 대학리그에서 더 뛰어야 한다.
이종현도 지난 2~3년간 성인대표팀을 경험하면서 많이 성장했다. 게으르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탁월한 신체조건, 유 감독이 칭찬한 타고난 센스 등은 무시할 수 없다. 이종현을 잡는 팀은 최소 10년간 센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종현 역시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KBL서 더 오래 뛰면서 부와 명예를 쌓을 수 있다.
▲ 만수의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한편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유 감독은 “김재훈 코치가 그동안 팀을 잘 만들어 놓았으니까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4~5개월만에 팀을 다시 살펴보면 분명히 손을 댈 때가 생길 수 있다. 모비스는 최근 팀에서 말썽을 일으켰던 로드 벤슨을 내보내고 베테랑 아이라 클라크를 영입했다. 팀 케미스트리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기량은 분명 벤슨이 앞선다. 볼혹에 들어선 클라크는 오래 기용하기가 쉽지 않다. 벤슨의 퇴출은 분명 모비스 전력에는 악영향. 또한 모비스는 양동근 문태영 함지훈 등 주축들이 30대 중반으로 들어섰다. 백업 멤버들이 타 구단에 비해 풍족한 편도 아니다. 존스컵 우승으로 송창용, 박구영, 전준범 등이 성장한 건 고무적인 부분. 하지만, 전력을 가다듬는 과정에선 여전히 어려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에서 성장한 제자들이 모비스에 타격을 입힌다면, 유 감독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 감독은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국제용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모비스에선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유재학 감독(위), 김종규-이종현-오세근(가운데), 김선형(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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