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파주 안경남 기자] 첫인상은 중요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의 첫훈련은 그런 의미에서 제법 많은 전술적 의미를 줬다.
슈틸리케호 1기에 발탁된 23명의 선수들이 7일 파주NFC에 소집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됐다”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진 슈틸리케 감독의 디테일은 첫 훈련에서도 취재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두겠다던 첫 공식 훈련은 2시간 넘게 수비 조직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수비수들을 따로 불러 일일이 움직임을 지시하는 등 매우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식적인 출항을 알린 슈틸리케 감독은 향후 팀 전술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태용 코치가 지난 달 베네수엘라, 우루과이를 상대로 4-1-4-1 포메이션과 스리백을 사용하는 걸 지켜봤다. 현대축구에서 중요한 건 전술의 유연성이다. 선수들이 얼마나 유연하게 전술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포메이션은 달라질 수 있다. 말로만 4-4-2를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첫 번째 경기와 두 번째 경기의 전술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슈틸리케 감독은 특정 시스템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다. 자신의 축구철학에 선수들을 가두지 않겠다는 의도다. 선수들의 스타일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팀 전술을 짜겠다는 말이다.
● 슈틸리케 수비는 ‘포백’이다
유연성을 강조한 슈틸리케 감독은 첫 훈련에서 수비수들을 불러 모아 포백을 구성한 뒤 특훈을 가졌다. 8명을 2개조로 나눴다. 먼저 1조는 ‘차두리-곽태휘-김영권-홍철’이 짝을 이뤘다. 2조는 ‘이용-김주영-김기희-김민우’가 발을 맞췄다. 4명은 서로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밸런스를 맞추는 훈련을 했다. 상황에 따라 1명의 센터백이 상대 수비를 견제하기 위해 전진하면 나머지 3명이 안으로 간격을 좁혀 빈틈을 메웠다. ‘수비수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건 잘 조직된 수비였다. 그리고 그 기본은 4명이 일자로 선 ‘포백 수비’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거친 팀에서 3-4-3과 4-2-3-1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첫 훈련에서 선보인 포백 훈련이 향후 팀의 기본 전술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작이 포백인 건, 적어도 현 시점에선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에 가장 어울리는 수비 시스템으로 포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구나 이번에 소집된 ‘슈틸리케 1기’의 수비 구성상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둔 ‘스리백’보다 ‘포백’에 더 무게감이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 박주호는 기성용의 짝이다
슈틸리케호에서도 박주호는 미드필더였다. 본래 박주호의 포지션은 ‘왼쪽 수비수’다. 물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이광종호에서도 박주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그 모습이 슈틸리케 감독에게 인상적으로 작용한 것일까?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소집에서 박주호를 미드필더로 분류한 듯 하다. 이는 첫 훈련에서 보다 확실해졌다. 박주호는 전술 훈련에서 기성용과 짝을 이뤄 미드필더로 뛰었다. 앞서 언급한 포백 수비 훈련에서도 박주호는 제외됐다. 대신 그의 자리에는 홍철과 김민우가 포진했다. 김진수가 빠진 상황에서도 박주호는 ‘왼쪽 수비’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 슈틸리케의 손흥민 활용법은?
‘독일파’ 슈틸리케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은 벌써부터 많은 기대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손흥민은 소속팀 레버쿠젠서 윙포워드로 뛰고 있다. 좌우 가리지 않지만 주로 왼쪽에 선다. 이는 대표팀에서도 그대로 적용됐고, 손흥민은 지난 브라질월드컵서 왼쪽 공격을 책임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떻게 손흥민을 활용할까? 그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슈틸리케는 “손흥민을 왼쪽에 세우진 않겠다”고 농담을 한 뒤 “오른쪽에 세울지 왼쪽에 세울지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았다. 일단은 23명을 골고루 활용할 생각이다. 손흥민의 활용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손흥민 본인도 위치보단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에 자신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새로운 감독님에게 또 다른 점을 배울 기회라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그라운드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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