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5할 넘으면 해야죠.”
LG 양상문 감독은 5월 13일 취임식 당시 “5할 승률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선수들이 홈런을 치거나 타점을 기록하고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 맞이하러 나가지 않겠다”라고 했다. 보통 야구 감독들은 경기 중 홈런이나 결정적 타점, 득점이 나왔을 때 해당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한다. 그러나 양 감독은 5할이 되기 전까지 하이파이브, 혹은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다짐했다. 물론 팀 승리 직후 그라운드에서 일렬로 서서 실시하는 하이파이브는 예외.
양 감독 취임 당시 LG는 10승23패1무. 최하위였다. 그러나 양 감독 부임 후 서서히 상승세를 탄 LG는 8일 현재 60승61패2무를 기록 중이다. -13이었던 승패적자가 -1까지 줄어들었다. 순위도 최하위에서 가을잔치 마지노선 4위까지 뛰어올랐다. 결국 LG는 9일 잠실 KIA전서 5할 승률에 도전한다. 승리할 경우 11일 잠실 두산전부터는 양 감독의 하이파이브와 세리머니를 감상할 수 있다.
▲ 지켜지지 않은 약속?
사실 양 감독은 LG 사령탑이 된 뒤 경기 중 하이파이브를 한 적이 있다. 6월 13일 잠실 SK전서 3연타석 홈런을 때린 이진영을 마중 나간 뒤 손바닥을 마주쳤다. 당시 양 감독은 “대기록이라서”라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이후 양 감독의 경기 중 하이파이브 혹은 세리머니를 누구도 본 적이 없다. 양 감독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끝내 지켰다. 이젠 그 마지노선에 도달하기 직전에 이르렀다.
양 감독이 5할 직전까지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는 건 가벼워 보이지 않겠다는 의미. 팀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까진 묵직한 리더로 팀의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양 감독은 부임 이후 불안했던 마운드를 상당히 안정시켰다. 선발, 불펜 보직을 정비했다. 타선에서도 채은성, 황목치승 등 몇몇 뉴페이스에게 기회를 확실하게 제공하면서도 베테랑들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했다.
양 감독은 7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하이파이브? 5할 되면 해야죠”라며 웃었다. 이어 “처음부터 이 팀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서서히 올라가면 몇 계단 위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돌이켜보면 급하게 하지 않았던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라고 했다. 단순히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에 그친 게 아니었다. 최하위 LG를 차근차근 단단하게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결국 성과를 거뒀다. 이젠 정식으로 하이파이브를 해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 끈끈해진 LG, 믿음이 커진다
확실히 양 감독 부임 이후 LG는 끈끈해졌다. 말이 ‘한 계단씩 오르겠다’지, 시즌 초반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이 시즌 막판 4강싸움을 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장기레이스서도 ‘시즌 초반 성적이 결국 끝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다. 하위권에서 아무리 발버둥치고 팀을 다잡는다고 해도 기존 중, 상위권 팀들도 앉아서 당하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LG는 그걸 극복했다.
지난해 한창 잘 나갔던 당시의 끈끈함과 믿음이 살아났다. 요즘 LG 야구를 보면 쉽게 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5일 잠실 넥센전, 6일 잠실 NC전서는 연이틀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특히 6일 경기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팀 노히터를 달성했다. 7일 잠실 삼성전서는 경기 내내 끌려가다 8회말 극적으로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6~7일 경기 결승타는 모두 주장 이진영이 쳐냈다.
양 감독은 “진영이가 뭐 하나라도 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 타격 집중력이 좋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있다. 팀이 필요할 때 좀 더 해보려는 집중력이 좋다. 경기를 끝낼 것이라는 느낌이 오더라”고 돌아봤다. 이진영의 응집력을 칭찬한 코멘트였지만, 알고 보면 요즘 대부분 LG 선수의 기세이기도 하다.
하이파이브는 하지 않았지만, 양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신뢰가 제법 두터워졌다. 양 감독은 합리적 야수 운영, 철저한 마운드 분업화로 이길 수 있는 전력을 구축했다. 선수들을 믿어줬다. 굳이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아도 LG 선수들은 양 감독의 진심을 느낀다. 남들 눈에 보이는 요란한 하이파이브 대신, 조용히 내실 쌓기에 성공했다.
양 감독은 그 노력의 산물이 5할승률이라고 봤다. 그리고 양 감독은 5할 승률이 되면 선수들과 더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기로 했다. 최하위 당시 팀이 무너진 상황에서 겉으로만 요란하게 손뼉을 마주치는 건 의미 없었다. 대신 양 감독은 묵묵히 자신이 내뱉은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5할이 되기 전엔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부족했던 LG 야구를 믿음과 끈끈함으로 채울 것이라는 약속을 결국 지켰다. 이제 양 감독과 LG 선수들은 1경기만 더 이기면 그 누구보다 자신있게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다.
[양상문 감독(위), LG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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