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밤낮을 잊었다. 단 하나의 목표, 우승을 위해서다.
프로배구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지난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7시즌 동안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전통의 라이벌'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명가 재건'을 꿈꾸며 김호철 감독과 '월드 리베로' 여오현을 영입해 비상을 꿈꿨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 3패로 돌아서야 했다. 모두가 "이제는 우승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지난 7년간의 아픔을 씻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김 감독은 "우승팀 사령탑으로 올라서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고, 새 주장 여오현과 문성민, 외국인 선수 리버맨 아가메즈도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색깔 없는 배구 탈피
김 감독은 전날(7일) 구단 복합 베이스캠프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열린 2014~2015시즌 구단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지난 시즌에는 상대 팀에 맞게 맞춤형 배구를 했는데, 시즌이 다 끝나고 보니 우리 색깔이 전혀 없었다. 시즌을 마치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게 우리 색깔을 찾는 것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아가메즈라는 좋은 공격수도 나머지 선수들이 잘해서 더 살려줘야 한다. 우리 색깔은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속공과 양 날개 공격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의 선수 구성을 보면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다. 세터 권영민과 최태웅, 리베로 여오현, 양 날개 공격수 문성민과 아가메즈, 센터 최민호와 윤봉우 모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4년차가 되는 최민호는 국제대회까지 경험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굳이 외국인 선수만 바라보는 '몰빵 배구'를 할 이유가 없다. 임동규의 리시브도 안정적이다.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 그야말로 막을 자가 없다. "색깔 없는 배구를 했다"는 김 감독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 '뉴 캡틴' 여오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여오현은 입단 2년 만에 팀의 주장을 맡게 됐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 라이벌 팀인 삼성화재에서 넘어와 한 시즌만 치르고 주장 완장을 찼다는 건 여오현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주는 대목. 지난 시즌 세트당 평균 2.786개의 디그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그는 실력에 리더십까지 겸비한 리더로 손색이 없다.
여오현은 "지난해에는 산 정상에 올라갈 듯했는데 중턱에서 내려왔다"며 "올해는 우리가 할 것만 잘하면 분명 우승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정상에 올라서서 환호할 수 있는 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장을 맡아 부담이 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코트에서는 뒤에서 한 번이라도 더 넘어지면서 공을 받아낼 것이고, 주장으로선 정신적으로 선수들을 많이 돕겠다"고 다짐했다.
▲ 밤낮 잊은 강훈련, V3 향한 의지
무릎과 발목 부상으로 재활에 몰두하던 문성민의 회복도 호재. 6일부터 훈련을 재개한 문성민은 전날 중국 절강성훈련단과의 연습경기에도 출전했다. 공격과 블로킹 모두 문제없이 해냈다. 올해는 1라운드부터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문성민은 "월드리그 당시 다친 무릎도 괜찮다. 체력도 많이 좋아졌다. 올해는 처음부터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 1라운드부터 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훈련도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선수 일부는 밤 8시경 연습장에 다시 모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훈련한다"고 말했다. 운동복을 갖춰입은 문성민이 리시브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김 감독과 안남수 현대캐피탈 단장은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연습장에 붙어 있는 V리그 개막 D-데이 사인은 선수들의 의욕을 더 강하게 한다. 훈련은 밤 11시까지 이어진단다.
체력훈련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체력 훈련을 특히 많이 했다. 지난 시즌에는 6라운드 들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컸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순간에 범실이 자주 나왔다.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유독 자주 뛴다. 전날 연습경기를 마친 선수단은 어김없이 러닝 훈련을 소화했다. 문성민은 "뛰는 게 가장 힘들었다. 처지거나 쓰러지는 선수들도 있었고, 많이 뛰다 보니 살도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새 유니폼 디자인도 선수들이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게 만든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011~2012시즌 이후 3시즌 만에 새로운 유니폼을 들고 나왔다. 100% 기능성 폴리에스테르 소재인 이번 유니폼은 기존 제품보다 얇고 신축성이 좋다. 그만큼 타이트하다. 일명 '쫄쫄이' 유니폼이다. 구단 관계자는 "굉장히 타이트한 유니폼이라 몸매가 드러난다.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못 입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선 쉬지 않고 땀흘려야 한다는 얘기다.
7시즌 동안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아픔을 기필코 씻어내겠다는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 행보, 한 번 주목해볼 만하다.
[현대캐피탈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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