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부드러울 유(柔)에 아름다울 미(美). 부드럽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고 부모님이 지어주셨어요."
84년생 배우 정유미는 동명의 83년생 정유미와 더불어 30대에 들며 여배우로서 입지를 더욱 견고히 다지는 중이다. 사람들은 더러 이름 같은 두 여배우를 헷갈려 할 때도 있지만, 둘은 서로 다른 작품으로 자신들만의 색깔을 이름에 덧칠하는 과정이다.
2011년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한 남자만 오매불망 바라보는 노향기를 맡아 통통 튀는 눈웃음과 안타까운 눈물을 동시에 보여주더니 최근에는 MBC 드라마 '엄마의 정원'에서 눈물 연기의 절정을 일군 정유미다.
▲ "'천일의 약속' 첫 등장, 가장 행복했던 순간"
'천일의 약속' 6회 때 첫 등장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배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제가 등장하고 잘 나오던 시청률을 말아먹으면 김수현 작가님 얼굴에 먹칠하는 거란 마음에 대본이 닳도록 준비했었죠. '죽을 만큼 사랑한다'란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손에 칼을 갖다 대고 꾹 눌러보기도 했어요. 촬영 날 되기 전까지 매일 눈만 뜨면 그 감정이 다시 나오는지 확인했고요. 혹시라도 안 나오면 불안하고 미칠 지경이었죠." 다행히 시청률을 말아먹기는커녕 사람들은 향기의 꿋꿋한 사랑을 응원했다. "6회가 방송되던 날, 촬영 대기하며 차 안에서 제 장면을 봤어요. 잊혀지지 않아요. 행복하면서도 묘한 기분."
▲ "H.O.T.만 따라다니던 숫기 없는 아이"
학창시절에는 내성적인 아이였다. 집안도 보수적이라 밤 10시 통금도 있었고 부모님은 "교사 아니면 공무원이 되어라"고 해서 그대로 따를 생각이었다. 유일한 관심사는 H.O.T.였는데, SM엔터테인먼트 근처를 기웃거리다 캐스팅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 "강타 오빠 한 번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솔깃했으나 부모님이 "절대 안 돼" 해서 그대로 접은 마음.
그러던 어느 날 문학 선생님이 대뜸 "너 연기학원 한번 다녀볼래?" 해서 반신반의 하며 난생 처음으로 연기란 걸 해봤고, 엄격하게 자라온 여고생은 무대 위에서 마음대로 뭘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자유를 만끽했다. "H.O.T.만 쫓아다녔지 열정을 뿜을 곳이 없었나 봐요. 연기를 해보니까 정말 재미있던 걸요. 제 열정을 그때 처음 느꼈어요." 지금은 부모님도 딸이 TV에 나와 드라마에서 열연하는 걸 보면 함박웃음이다. 얼마 전 '엄마의 정원'에 출연할 때는 어머니도 친구들 사이에서 '윤주 엄마'로 불리며 어깨 으쓱했다.
▲ "30대 때는 날 찾고 싶어"
취미는 달리기로 가끔 한강 근처에 나가면 민낯에 땀 뻘뻘 흘리며 혼자 달리고 있는 정유미를 마주칠지도 모른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달리고 나면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다 지워져요. 제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에요." 첫사랑은 대학생 때, 이전에는 오직 H.O.T.만 좋아하던 순정파였다. 30대로 접어들며 결혼 생각도 간혹 하는데, 결혼하기 전까지 지금보다 더 '정유미' 스스로에게 충실할 각오다.
"이제는 제 자신을 찾고 싶어요. 20대 때는 휴대폰을 손에 놓은 적이 없어요. 언제 오디션 연락이 올지 몰라서 불안하고,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도 연락 오면 바로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때는 일밖에 몰랐어요. 그동안 쌓아 놓은 걸 놓치고 싶지 않은 조급함이 있었나 봐요. 제 자신을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보질 않았죠. 30대가 되니 조금은 여유로워진 느낌이에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생겨도 예전보다는 덜 흔들리고요. 그리고 이젠 '정유미'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언젠가 결혼하게 될 텐데,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남편과 아이에 몰두하면서 나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결혼 전까진 '정유미'로 살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어요."
[배우 정유미.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