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이토록 시끄러웠던 상영작이 없었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이 영화는 관객들 앞에 얼굴을 내밀기도 전에 이름이 먼저 유명해졌다. 제 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영작인 314편 중 한편이었던 '다이빙벨'은 그렇게 세상으로 먼저 나왔다.
'다이빙벨'은 제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된 다이빙벨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안해룡 감독과 세월호 참사를 보도해 온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다이빙벨'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314편 중 하나의 작품이었지만, 상영 반대 목소리에 일어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 측이 "유가족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라고 말했고,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것"이라며 상영 취소를 요구했다. 여기에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도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상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렇게 논란이 일었고, 대중들은 '다이빙벨'의 운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논란이 일었지만, '다이빙벨'은 아무런 문제없이 상영됐다. 첫상영과 GV(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된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CGV 상영관 앞은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첫 상영인지라 이정도의 취재 열기는 예상했다. 또 이날과 10일까지 두 번의 상영이 예정 돼 있었지만, 안해룡 감독과 이상호 기자를 만날 수 있는 날은 이날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논란'의 작품을 본 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영화가 상영된 후 그 논란은 사라졌다. 영화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실체가 없었던 논란이었다. 어느 곳에서도 공개된 적 없는 영화였고, 보지도 않은 영화의 소재만 가지고 논란이 일었던 적도 없었다. 결국 '실제'는 그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실체가 공개되는 자리가 바로 6일이었다.
실체 없이 사라진 '다이빙벨' 논란은 상영 전이 훨씬 강했다. 지난 2일 개막작 '군중낙원'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개막작과 상관없는 '다이빙벨'과 관련된 질문을 받아야했고, 다음날인 3일에는 뉴 커런츠 심사위원단 기자회견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이 이어받았다. 짧은 질문과 짧은 답변이었지만,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봉준호 감독의 발언은 기자회견보다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말 많고 탈 많았던 '다이빙벨'이 6일 공개됐다. 상영관 밖은 시끄러웠지만, 안은 조용했다. 간혹 흐느끼는 관객들이 있었고, 분노의 한숨을 쉬는 관객들이 있었을 뿐이다. 이어진 GV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논란이 일었던 만큼 잡음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문제는 없었다. 이상호 기자와 관객들의 눈물이 있었을 뿐이다.
공개된 후 논란은 어디로 갔을까. 1차 상영이 끝나고 이틀이 지난 8일, "'다이빙벨' 드디어 베일 벗었다. 뜨거운 반응 속 10월 개봉 확정"이라는 보도자료가 도착했다. '다이빙벨'은 실체가 공개된 후 더 많은 대중들에게 공개된 준비를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에 담긴 내용에 대한, 영화적 완성도는 이제 관객이 판단할 일이다.
[영화 '다이빙벨' 포스터(위), '다이빙벨' 첫 상영관 풍경.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시네마달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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