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FIBA가 몸싸움에 파울을 불지 않는다는 건 오해입니다.”
한국농구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거치면서 강력한 몸싸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동안 한국농구는 이를 간과했다. 원인은 KBL와 FIBA(국제농구연맹) 파울콜 차이다. FIBA 룰은 상대적으로 몸싸움에 관대해 파울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KBL룰은 옷깃만 스쳐도 파울 콜이 불린 경향이 있었다.
이런 현상이 한국농구에 몸싸움 기피 풍토를 불러일으켰고, 국제무대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가뜩이나 파워와 테크닉이 밀리는 상황. 국내선수들은 몸싸움 요령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면서 정당한 몸싸움을 하는 세계적 선수들과의 매치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KBL은 김영기 총재 체제가 시작되면서 올 시즌부터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KBL 로컬룰을 상당 부분 없애고 FIBA룰을 받아들였다.
▲ FIBA, 몸싸움에 파울 불지 않는다?
10일 서울 신사동 KBL 센터. 올 시즌부터 도입되는 FIBA룰에 대한 언론 설명회가 열렸다. KBL 장준혁 심판이 강사로 나섰다. 장 심판은 취재진에게 알기 쉽게 설명했다. 파울 콜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사실 FIBA룰에 따르면, 몸싸움에 관대하다는 말이 따로 없다. 대신 실린더 원칙, 수직의 원칙이 철저하게 강조된다. 이는 KBL과 큰 차이가 없다.
실린더 원칙에서 실린더는 선수가 차지하고 있는 플로어와 그 위의 공간을 포함하는 가상의 원통이다. 앞으로는 두손의 바닥, 뒤는 엉덩이 끝 부분, 옆은 팔과 다리의 바깥 부분이다. 쉽게 말해서 팔과 다리를 어깨넓이 정도로 벌린 가상의 원통이 실린더다. 수직의 원칙에서 수직은 실린더 내에서 손을 뻗거나 점프할 때의 공간을 의미한다. 공격자와 수비자 모두 실린더와 수직 안에서는 자유롭게 충돌하고 수비할 수 있다. 이게 정당한 몸싸움이다. 그러나 신체가 실린더와 수직 범위를 벗어난 상황서 부딪힐 경우 그 선수에게 파울이 선언된다.
장준혁 심판은 “FIBA가 몸싸움에 대해 파울을 거의 불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FIBA 역시 실린더원칙에 어긋난 상황에 대해선 엄격하게 파울을 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설명을 곁들였다. KBL 역시 이제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FIBA 룰 속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게 장 심판의 설명. 결국 FIBA 심판들이 룰에 따라 깔끔하게 판정해왔고, 세계적 농구 강국들은 원칙에 맞는 세련된 수비를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강력한 몸싸움 속에서도 파울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 왜 KBL은 몸싸움에 대해 파울콜이 많을까
여기서 드는 의문 한가지. KBL 역시 FIBA와 비슷하게 실린더 원칙 속에서 정당한 몸싸움과 파울을 구분해왔는데, 왜 KBL이 FIBA보다 몸싸움 파울 콜이 많다는 느낌이 들까. 규칙설명회 이후 전화통화가 닿은 한 농구관계자는 “그건 KBL 심판들도, 선수들도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국내 선수들은 실린더원칙에 위반되는 행위를 많이 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예를 들어 점프를 해서 수비할 때도 팔 각도가 실린더를 벗어나서 공격자에게 접촉했는데, 그 실린더의 범위가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애매해 논란이 될 때가 있었다고 한다. 이때 파울 콜이 불린 건 심판이 정확하게 판정한 것이었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의 수비 테크닉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KBL 심판들도 아쉬움이 있었다”라고 했다. 농구는 매우 동적인 스포츠다. 코트에 있는 10명의 선수는 계속해서 움직인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 심판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울인지, 정당한 행위인지를 정확하게 가려내야 한다. 사실 심판도 사람인지라 그 찰나를 놓쳐 실린더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관계자는 “실린더 범위를 좁게 본 심판도, 살짝 더 넓게 본 심판도 있었다”라고 했다. 실제로 순간적으로 팔과 다리를 벌리는 상황에서 가상의 실린더를 판단하는 기준이 헷갈릴 수 있다. 이런 상황서 때로는 오심도 나오고, 실린더를 박하게 설정해 많은 파울이 양산된 경향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3~4월 프로농구 6강, 4강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때 심판들의 파울 콜이 몸싸움에 관대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심판마다 조금씩 달랐던 규정 및 원칙 적용의 기준이 상당히 비슷해졌다는 것. 나중에 당시 뛰었던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별 차이가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많은 관계자들은 호평했다.
장 심판은 “비 시즌에 외국심판을 초빙해 교육도 받고 준비도 많이 했다”라고 했다. 심판들은 룰에 입각한 판정을 내리고, 선수들은 룰에 입각한 플레이를 펼치면 몸싸움과 파울콜에 대한 논란이 생길 일이 없다. 이상적인 얘기이긴 해도, 결국 그게 한국농구의 지향점이다. 선수들과 심판들 모두 좀 더 깔끔한 농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몸싸움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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