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14년 두산 야구는 길을 잃었다.
두산이 11일 잠실 LG전서 매너와 결과 모두 지면서 씁쓸하게 패퇴했다. 3년만의 포스트시즌 탈락. 56승66패1무(6위). 2000년대 후반 SK와 함께 한국야구 패러다임을 선도했던 두산 야구는 2014년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앞날도 불투명하다. 무엇보다도 송일수 감독이 지난 한 시즌 동안 보여주려고 했던 야구가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많은 팬이 아쉬워한 부분.
두산은 이제 2015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당연히 2014시즌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전제조건이다. 기록으로 드러난 부분, 드러나지 않은 부분 모두 돌아봐야 한다. 문제점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미래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의 구성과 배치, 내년 보강 포인트를 결정해야 한다.
▲ 이렇게 무너질 정도였나
지난해 스토브리그 때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임재철 김선우 등 베테랑들이 연이어 팀을 떠났다. 겉으로만 보면 엄청난 마이너스. 하지만, 두산은 별다른 보강이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두산 자체 팜 시스템에서 길러낸 자원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수빈 민병헌 김재호 등은 올 시즌 완전히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준석의 빈 자리도 외국인타자 호르헤 칸투로 메웠다. 김선우는 하락세였다.
실질적 전력은 2013년과 다를 바 없었다. 물론,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완벽한 전력 기반 속에서 일궈낸 결과라고 볼 순 없었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강력한 타력에 비해 마운드가 허약했다. 그러나 단기전 특성상 좋은 흐름을 탔고, 단기전 경험이 많은 선수들의 자신감과 노련미가 결합해 꽤 선전했다. 전력 이상의 성과였다.
그런데 올 시즌 두산 전력이 포스트시즌서 쉽게 떨어질 정도로 약했느냐는 물음에는 쉽게 긍정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가 두산을 안정적 4강 후보로 꼽았다. 시즌 중에도 두산은 충분히 반등 포인트를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개개인 능력이 좋은 야수진은 100% 유기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했다. 마운드는 기존의 약점을 메우지 못했다. 두산은 시즌 중반부터 중, 하위권으로 추락한 뒤 끝내 반등하지 못했다.
▲ 2% 부족한 타선, 준비가 부족했던 마운드
두산의 저력은 역시 타선이다. 실제 5월 초까지 팀 타율 3할을 유지하며 막강함을 뽐냈다. 그러나 이후 조금씩 하락세를 탔다. 업, 다운 사이클 특성상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 아쉬운 건 반등을 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게 시즌을 마감했다는 점이다. 시즌 초반 타격 주요부문 상위권을 휩쓸었던 두산 타자들은 현재 상당수 자취를 감췄다.
타격을 보면 8위 민병헌(0.344), 19위 오재원(0.319) 외에는 상위 20걸에 단 1명도 없다. 득점권 타율도 0.355의 민병헌이 9위, 0.352의 정수빈이 14위로 팀내 상위권. 김현수, 홍성흔, 칸투 등 중심타자들은 상위 20걸에 없었다. 잠실을 홈으로 쓴다는 걸 감안해도 팀내 최다 홈런이 홍성흔의 19개. 두산 타자들은 결정적 순간에 임팩트가 떨어졌다. 송 감독은 주전 야수들에게 적절한 휴식과 긴장감을 부여하며 동기부여를 했지만, 부족했다.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이 5.53으로 7위에 그쳤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유희관은 제 몫을 했지만, 3선발 노경은이 완전히 무너졌다. 크리스 볼스테드와 유네스키 마야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5선발은 시즌 내내 아예 적임자가 없었다. 불펜은 마무리 이용찬과 셋업맨 정재훈 이현승 윤명준 체제로 돌아갔지만, 꾸준함과 안정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긴 어려웠다. 노경은의 부진을 풀지 못한 점, 5선발을 찾지 못한 점은 결국 준비과정에서 섬세함이 부족했다는 의미. 확실한 플랜B도 없었다.
▲ 정체성을 찾아라
어느 팀이든 세밀한 약점은 존재한다. 중요한 건 벤치에서 약점을 메우고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시즌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느냐 마느냐다. 이런 점에서 감독 첫 시즌을 맞이한 송 감독은 전문가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긴 어려울 듯하다. 송 감독은 시즌 중 작전, 투수교체 등에서 몇 차례 의문을 낳았고, 언론의 날카로운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야구에서 작전,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과정이 이해가 되지 않아도 결과만 좋으면 어느 정도는 좋게 평가 받을 수도 있는 게 야구. 그러나 송 감독은 과정과 결과 모두 매끄럽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야구가 무엇이었는지 팬들의 공감대를 사지 못했다는 점이다. 화끈한 공격야구인지, 디펜스에 초점을 둔 짜임새 있는 야구인지, 작전과 조직력의 야구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송 감독은 일본에서 배터리 코치와 스카우트 경험을 많이 쌓았다. 그러나 한국에선 감독 첫 시즌이었다. 올 시즌 실패는 송 감독에겐 쓰라린 경험이 됐다. 내년에는 그 경험을 결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일단 확실한 컨셉과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2015시즌 명확한 계획을 세울 수 있고 명예회복도 노릴 수 있다.
[두산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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