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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실내체 김진성 기자] “6전전승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
SK 문경은 감독은 지난 6일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서 삼성 이상민 감독에게 “6전전승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라고 선전포고했다. 문 감독의 톡톡 튀는 발언이 밋밋하던 미디어데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물론 이 감독 입장에선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두 사람의 관계는 너무나도 특별하다. 한국농구 역사를 말할 때 두 사람을 거론하지 않고는 설명이 안 된다.
두 사람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오빠부대를 주도했던 슈퍼스타였다. 문 감독이 90학번, 이 감독이 91학번으로 연세대 선, 후배. 두 사람은 90년대 초반 오빠부대의 산실 연세대 농구부를 이끌며 한국농구 패러다임을 새롭게 썼다. 지금도 두 사람의 테크닉을 뛰어넘는 후배가 없다. 한국농구 최고의 슈터와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다.
20년이 흘렀다. 프로농구에서 선수로 숱하게 맞대결을 펼쳤던 두 스타도 은퇴했다. 지도자 출발은 문 감독이 빨랐다. 2011-2012시즌 SK서 감독대행을 시작으로 2012-2013시즌 SK를 정규시즌 우승,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문 감독은 2013-2014시즌에도 SK를 정규시즌 3위,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수완이 입증됐다.
그에 비하면 이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는 내세울 게 없다. 삼성에서 지난 두 시즌간 김동광 전 감독 밑에서 코치로 일했고, 그 직전에 미국에서 연수를 다녀온 게 전부. 이 감독은 11일 오리온스를 상대로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초짜감독이다. 그런 두 사람이 12일 잠실체육관에서 마침내 감독으로 사상 첫 맞대결을 치렀다. 코트가 아닌 벤치에서 정장을 입고 지략대결을 펼친 것이다.
두 감독은 경기 전 잠시 만났다. 그 자리에서 이 감독은 문 감독에게 “형, 살살해주세요”라고 했고, 문 감독은 이 감독에게 “첫 승 빨리하고 성공하길 바란다”라면서도 “오늘은 이기지 말고”라며 뼈 있는 코멘트를 날렸다.
라커룸에서 속내가 드러났다. 문 감독은 “상민이가 삼성을 맡은 뒤 확실히 빨라졌다. 삼성의 속공을 막아야 한다. 시범경기서도 삼성에 속공을 많이 내줬다”라고 경계했다. 미디어데이서 내뱉은 말을 두고서는 “사실 우승후보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돌발질문이 와서 놀랐다”라고 했다. 사실 미디어데이 당시 사회자가 기습적으로 문 감독과 이 감독의 관계를 알고 한 마디를 부탁했던 것. 문 감독은 “그래도 이기겠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프로에선 봐주는 것 없다”라고 했다. 한편, 이 감독은 “경은이 형은 나보다 3년먼저 감독을 시작했다. 여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나도 어제보단 여유있게 하겠다”라고 웃었다.
맞대결이 시작되자 역시 치열했다. 문 감독은 삼성 간판 리오 라이온스를 막기 위해 수비력이 좋은 박승리를 붙여 봉쇄에 성공했다. 이 감독도 삼성의 막강 공격력을 막기 위해 수 차례 수비를 바꾸는 등 세심하게 맞받아쳤다. 하지만, 결과는 전력상 한 수 위인 문 감독의 SK 승리. 연세대 선후배이자 오빠부대의 아이콘이 정장을 입고 펼친 첫 맞대결서는 문 감독이 웃었다. 문 감독은 일단 미디어데이서 내뱉었던 말을 6분의 1 지켰다.
[문경은 감독과 이상민 감독.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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