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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높았으나 작품성은 글쎄'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가 12일 52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 37.3%까지 치솟으며 가히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의 인기였다. '왔다! 장보리' 방송 다음 날이면 식당이든 커피숍이든 곳곳에서 보리(오연서)가 "불쌍하다"거나 민정(이유리)이 "악랄하다" 등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들렸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오연서, 이유리 두 여주인공의 열렬한 연기였다. 친딸도 아닌 비단이(김지영)를 향해 극진한 사랑을 쏟던 보리나 자신의 잇속을 위해 패륜을 일삼은 민정의 악행이 시청자들을 울리거나 분노하게 한 건 두 여배우의 혼신의 힘을 쏟은 연기 탓이다. 남주인공 김지훈, 오창석은 물론 김혜옥, 황영희 중견연기자와 아역 김지영, 중고신인 성혁까지 배우들의 열연은 70분짜리 드라마를 눈 돌릴 틈 없게 했다.
하지만 작품성은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극본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는 2009년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매 작품 불러일으켰던 소위 '막장 드라마' 논란을 이번에도 재현했다. 우연의 반복과 '출생의 비밀'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보리는 너무 착하고 민정은 너무 악하게 그리는 등 단편적인 캐릭터는 공감대를 떨어뜨렸다. 악행을 저지르는 연민정의 극단적 설정은 탄탄한 극본이 빚은 개연성과 거리가 멀었다. 결말에 이르러 악역이 개과천선하고 주변인들의 용서를 받는 설정은 '막장 드라마'의 필수요소처럼 연민정에게도 적용됐다.
다만 '극단적 위기 후 해소'가 재빠르게 되풀이되는 단순한 구조는 오히려 시청자들을 쉽게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기도 했고, 음모가 드러나고 비밀이 밝혀지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흥미를 유발했다.
그럼에도 시청률만 좇아 작품성은 등한시한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특히 마지막회에서 김순옥 작가가 자신의 히트작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 연민정 역의 배우 이유리가 눈 밑에 점을 찍고 전혀 다른 성격의 민소희 역으로 등장했는데, 재미도 있었지만 "시트콤인 줄 알았다"는 시청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사진 = MBC 제공-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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