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연승. 단독선두.
오리온스는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이승현을 영입했다. 때문에 전력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은 있었다. 그러나 개막 3연승으로 단독선두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모습. 시즌 초반이라 순위가 큰 의미는 없다. 그러나 경기내용이 좋다는 게 고무적이다.
시즌 초반엔 대부분 팀이 조직력 구축작업에 애쓴다.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선수들과 FA,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선수들이 실전을 거치면서 최적의 라인업과 컨셉을 꾸린다. 올 시즌엔 국가대표팀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치르느라 소속팀을 떠난 기간이 예년보다 길었다. 대표팀 멤버들을 보유한 팀들의 초반 조직력 구축작업도 만만치 않다. 이런 변수 속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팀이 오리온스다. 시즌 초반 10개구단 중 조직력이 가장 매끄러워 보인다.
▲부상변수 차단
부상은 지난 시즌 오리온스의 가장 큰 악재. 시즌 초반부터 최진수와 김동욱이 연이어 부상 혹은 수술로 경기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때문에 전태풍과 함께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빅3는 해체됐다. 시즌 중반 kt와의 4대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런데 대성공했다. 전태풍을 내보내고 장재석과 김도수가 가세했다. 군 복무를 끝낸 허일영마저 가세했다. 190cm 넘는 장신포워드들로 라인업을 꾸리는 게 가능했다. 무수한 미스매치 효과를 봤다. 시즌 막판 폭발적 상승세를 탔던 비결.
그러나 시즌 막판 또 다시 주춤했다. 결국 정규시즌 6위. 몇몇 선수들이 부상을 입어 출장과 결장을 반복하면서 좋은 리듬이 끊겼다. 천적 SK에 6강 플레이오프서 패퇴하며 시즌을 마쳤다. 오리온스는 부상 관리가 좋지 않을 때 어떤 결과를 남기는지를 보여줬다. 한편으로는 오리온스 농구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즌이었다.
올 시즌 인상적인 건 추일승 감독이 초반부터 부상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는 점. 무릎 부상이 있는 베테랑 김동욱은 아직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오리온스 관계자는 “1라운드에는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추 감독은 “올 시즌 단 1경기에도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선수단 전체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 아픈 선수는 철저히 배제하고 다른 선수들로 최상의 전력을 꾸리겠다는 의미. 현재 김동욱 외에 경기에 뛰지 못할 정도의 부상자는 없다.
▲제공권과 어시스트
지난 시즌 오리온스는 평균 71.4점으로 최소실점 2위였다. 수비력이 끈끈했다. 타이트한 맨투맨은 물론 추 감독이 조합한 지역방어와 트랩 디펜스 등이 통했다. 개개인은 수비력이 썩 강하지 않았지만, 추 감독의 지략이 돋보였다. 그러나 리바운드를 많이 내줘 허무하게 실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시즌 1794개의 리바운드를 잡았으나 1910개를 내줬다. 확실히 손해였다. 190cm 넘는 장신포워드 라인업도 리바운드 약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또 하나는 안정적인 볼 배급을 해줄 가드가 부족했다. 이현민은 의외로 안정감이 높지 않았다. 제공권과 어시스트는 오리온스의 아킬레스건.
시즌 초반 3경기서 이 부분들이 말끔하게 해소된 느낌이다. 오리온스는 삼성과의 첫 경기를 제외하곤 동부, SK전 제공권서 모두 앞섰다. 두 팀은 높이가 좋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밀리지 않았다. 2경기서 메인 외국인선수 길렌워터는 9개씩을 잡았으나 허일영이 11개와 10개를 잡았다. 이현민의 각성도 눈에 띈다. 삼성과의 개막전서 27분간 11어시스트, SK전서 21분 뛰고도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동부전서도 29분간 7어시스트. 효율성이 대단히 높다. 다른 선수들이 이현민의 패스를 잘 받아먹을 정도로 움직임이 좋다는 뜻. 이런 부분들이 오리온스의 경기력 향상을 뒷받침하는 기록들이다.
▲길렌워터와 이승현
결정적으로 길렌워터와 이승현의 높은 공헌도가 인상적이다. 길렌워터는 3경기 연속 28점-26점-25점을 해냈다. 그는 199cm에 불과하다. 애당초 주목받는 외국인선수가 아니었다. 오리온스도 2라운드에 선발됐다. 그러나 골밑 득점력이 의외로 뛰어나다. 탄탄한 몸을 바탕으로 리오 라이온스, 데이비드 사이먼, 애런 헤인즈 등 만만찮은 외국인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순간 스피드와 탄력을 갖췄다. 내, 외곽을 오가지만 승부처에서는 의식적으로 골밑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
여기에 이승현이 자연스럽게 팀에 녹았다. 추 감독의 배려를 받아 4번 파워포워드로 출전 중인 이승현은 철저히 보조자 역할을 한다. 리바운드, 박스아웃, 블록슛 등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 충실하다. 도움수비 이해도와 센스도 뛰어나다. 그가 기록한 블록슛 대부분 도움수비 이후 돌아오면서 상대 공격수의 길을 놓치지 않은 결과. 본인 스스로도 “신인이니 뭐든지 해야 한다”라고 했다. 프로로서 마인드가 굉장히 좋다. 이러면서 오리온스의 객관적 약점인 골밑 지배력이 많이 보완됐다.
아킬레스건이 치유됐다. 지난 1~2년간 드러났던 오리온스 농구의 세부적 약점이 많이 보완된 모습. 팀 워크 자체가 견고해졌다. 이런 상황서 포워드 농구의 강점이 극대화되고 있다. 추 감독은 부상 변수에도 강력하게 대처하는 모습. 분명 희망이 보인다.
하지만, 꾸준함이 관건이다. 예를 들어 허일영의 리바운드 열정과 이현민의 각성에 기복이 생기면 곤란하다.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제 54경기 중 3경기 치렀을 뿐. 갈 길은 멀다. 상대가 대응책을 들고 나왔을 때 오리온스의 맞대응이 중요하다.
[오리온스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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