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4강은 물론 우승후보다."
롯데 자이언츠가 그랬다. 올 시즌 시작 전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현실은 슬펐다. 우승은커녕 4강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2007년 이후 7년 만에 7위(58승 69패 1무)로 시즌을 마쳤다. 투타 엇박자가 심각했고, 팀 내부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어찌 보면 추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게다가 시즌 최종전은 김시진 감독의 고별전이 됐다. 그야말로 새드엔딩이었다.
지난해 5위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성적. "생각보다 잘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주찬(KIA 타이거즈), 홍성흔(두산 베어스)을 떠나 보낸 게 컸다. 그 결과 시즌 내내 4번 타자 고민에 시달렸고, 팀 타율(0.261)과 홈런(61개), 득점권 타율(0.258) 모두 리그 7위로 마쳤다.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던 롯데의 팀 컬러가 실종된 게 컸다.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 3.93(2위)으로 선방했지만 공격력 약화가 고스란히 순위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다를 듯했다. 4년 35억원을 들여 FA 최준석을 잡았다.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의 영입으로 중심타선을 강화했다. FA 강민호(4년 75억원)와 강영식도 눌러 앉히는 데 성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나란히 10승 이상 따낸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과 재계약했고, 장원준이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유먼-옥스프링-장원준-송승준까지 4명이 10승 이상 해준다는 가정도 이상할 게 없었다. 배장호와 김사율, 홍성민 등이 경쟁한 5선발 퍼즐만 맞추면 '만사 OK'였다. 정대현과 이명우, 김성배, 최대성, 김승회, 강영식 등이 지키는 계투진도 경쟁력이 충분했다.
전반기까지는 40승 38패 1무로 리그 4위를 유지했다. 특히 정훈이 전반기 78경기에서 타율 3할 1리 2홈런 41타점을 올리며 고민이던 1번 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준 게 고무적이었다. 초반 부진했던 최준석도 타율 2할 9푼 14홈런 48타점으로 전반기를 마쳤고, 히메네스도 3할 3푼 3리 14홈런 54타점이었다. 손아섭은 3할 6푼 4리 10홈런 50타점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강민호의 부진이 아쉬웠지만 박종윤(전반기 타율 0.310), 황재균(0.324)이 폭발했다. 지난해 고민이던 타선이 살아났다는 건 분명 희망적이었다. 히메네스가 후반기 15경기 출전에 그친 것 외에는 크게 아쉬울 게 없었다.
그런데 마운드가 문제였다. 계투진이 무너졌다. 마무리로 출발한 김성배가 흔들리자 김시진 롯데 감독은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했다. 그런데 이후 마무리로 낙점된 정대현마저 흔들렸다. 믿었던 마무리 카드 둘이 차례로 무너지니 손쓸 방법이 없었다. 결국 가장 좋은 구위를 자랑한 김승회가 마무리로 자리 잡아 53경기 1승 2패 19세이브 4홀드를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후반기 들어 17차례 등판에 그쳤다. 초, 중반에 일찌감치 흐름을 넘겨주다 보니 마무리 등판 기회 자체가 적었다. 김승회의 후반기 등판 횟수는 전반기(36경기)의 절반이다.
선발도 흔들렸다. 유먼이 팀 내 최다인 12승을 따냈지만 평균자책점이 5.93에 달했다. 지난 2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유먼이 이토록 불안하니 대안이 없었다. 퀄리티스타트도 10회에 불과했다. 송승준은 8승 11패 평균자책점 5.9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나란히 10승을 따낸 옥스프링(4.20)과 장원준(4.59)의 평균자책점도 4점대였다. 김사율, 홍성민, 이상화 등이 돌아가며 맡은 5선발 자리는 시즌 내내 공석이나 다름없었다. 팀 평균자책점도 5.19였다. 아무리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이라고 해도 팀 평균자책점이 3점대에서 5점대로 올라간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지난 5월 권두조 수석코치가 물러났다. 당시 롯데 구단 측은 "성적에 책임지고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선수단과의 마찰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권 코치가 엔트리에서 말소된 건 지난 8월 23일이다. 약 3개월이 지난 뒤 일이다. 당시 권 코치는 정민태 투수코치(현 3군 코치)와 함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이종운, 이용호 코치가 등록됐다. 사퇴한 코치가 3개월이 넘도록 1군 엔트리에 남아있었다는 건 누가 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롯데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53승 64패 1무로 당시 4위였던 LG 트윈스와 3.5경기 차 뒤진 7위였다. 10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반전을 일으킨다면 못 뒤집을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LG와 5위 SK의 상승세는 무서웠다. 롯데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었다. 결국 지난 9일 LG의 KIA전 승리와 함께 롯데의 4강 탈락이 확정됐다. 2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다.
이후 사직구장에서 열린 4차례 홈경기 평균 관중 수는 4,375명이다. 특히 주말 경기인 11~12일 한화전 2경기 총 관중 수가 10,111명으로 1만 명을 겨우 넘겼다. 지난 주말 2경기 평균 관중이라고 해도 체면이 안 서는데 총 관중이 1만명을 겨우 넘겼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17일 LG와의 시즌 최종전에도 10,594명만이 찾았다. 홈에서 열린 마지막 5경기 평균관중이 5,618명에 불과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데, 졸전만 거듭하다 보니 팬들의 발길이 끊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열정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롯데 팬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난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8888577(순위)'을 찍던 암흑기 시절로 돌아가지 말란 법도 없다. 이제 진짜 시험대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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