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합의판정, 누가누가 잘 써먹었나.
올 시즌 후반기부터 프로야구에 큰 변화가 하나 생겼다. 합의판정제가 도입됐다. 이전까지 각 구단은 억울한 오심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심판진의 사과와 징계로 마무리됐다. 아쉽게 경기를 내줘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합의판정제가 도입된 올 시즌 중반부터는 달랐다. 적재적소에 이를 잘 활용하면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7월 18일 TV 중계화면을 활용한 합의판정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후반기 시작 첫날인 지난 7월 22일부터 시행했다. 합의 판정 대상은 기존에 시행하던 홈런과 파울을 비롯해 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여부, 포스·태그플레이 상황의 아웃·세이프, 야수의 포구(파울팁 포함), 몸에 맞는 볼까지 총 5개. 심판의 최초 판정이 정확했을 경우 추가 요청이 불가능하고, 번복되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 지나치게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 2번의 신청만 허용했다.
요청 방법은 이닝 도중에는 감독 또는 감독대행이 심판 판정 후 30초 이내에, 이닝 또는 경기가 종료되는 3번째 아웃카운트에 대해서는 판정 후 10초 이내에 그라운드로 나와 합의판정을 신청해야 한다. 이후 심판과 심판 팀장, 대기심, 경기운영위원까지 4명이 TV 중계화면을 보고 판독에 들어간다.
KBO에 따르면 올해 9개 구단에서 총 112차례 합의판정을 요청했는데 번복된 사례는 47회. 비율로 따지면 41.96%다. 절반이 넘지 않는다. 구단별로 보면 삼성 라이온즈는 가장 적은 8차례 신청해 번복된 사례는 2번(25%)이다. 두산 베어스는 13차례 합의판정을 신청했으나 단 2번만 번복(15.4%)돼 가장 낮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가장 성공률이 높았던 팀은 SK 와이번스. 14차례 합의판정을 신청해 9차례 번복됐다. 성공률이 64.29%에 달한다. 특히 지난 8월 14일 잠실 LG전서는 이 감독이 한 이닝에 2차례 합의판정에 연거푸 성공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면서 SK와 LG의 4강 다툼이 시즌 최종일까지 이어졌다. 롯데 자이언츠도 15차례 신청해 9차례 번복에 성공(60%)했다. 리그에서 2번째로 높은 성공률이다.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나란히 12차례 신청해 6차례 번복(50%)을 이끌어냈다. 반타작이다. 이어 LG 트윈스(5/13, 38.5%) KIA 타이거즈(4/11, 36.4%) NC 다이노스(4/14, 28.6%), 삼성(2/8, 25%) 두산(2/13, 15.4%) 순이다.
합의판정 초기에는 판정 번복 이후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파급효과가 뜨거웠다. 지난 8월 6일 청주 한화-삼성전서는 연장 11회말 한화 공격, 1사 1루서 이창열의 번트 타구가 1-4-3 병살타로 연결됐으나 김응용 한화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 1루에서 이창열이 세이프된 것으로 판정이 번복됐다. 그리고 정근우의 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합의판정으로 귀중한 승리를 따낸 좋은 예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올해부터 합의판정제를 시행했다. 국내와는 조금 다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비디오 판독실에서 3분 30초간 검토한 뒤 현장 심판진에게 전달한다. 4심이 모여 결과를 전해 들은 뒤 판정하는 방식이다. TV 중계화면을 활용하는 한국과 조금 다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3번째 아웃카운트가 만들어진 직후에는 10초 이내에 합의판정을 요청해야 하는데, 더그아웃에 전자기기 반입이 불가능하다 보니 중계화면을 보고 요청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경우 감독과 선수의 직감이 중요하다.
일단 합의판정제 도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례는 확실히 줄었다. 한 감독은 "이전에는 결정적 오심으로 경기를 내줘도 딱히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그런 상황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반기 내내 오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것과 천양지차다. 도입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모양새다. 내년 시즌을 통해 제대로 정착하는 것이 과제다.
[합의판정이 진행 중인 잠실 경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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