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28경기. 프로야구는 장기 레이스다. 자연스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SK의 2014시즌은 '어느팀이든 우여곡절이 있다'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파란만장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2013시즌 6위에 그친 SK는 2014시즌 권토중래를 노렸다. 외국인 선수 또한 루크 스캇, 로스 울프를 영입하며 거물급 선수로 채웠다.
시범경기에 이어 시즌 초반에는 장밋빛 희망이 현실이 되는 듯 했다. 4월까지는 1~2위를 다투며 순항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속 순위는 한 계단씩 떨어졌다. 윤희상은 부상에서 복귀한 뒤 2경기만에 또 다시 부상을 입어 시즌아웃 되는 등 믿기지 않는 일들도 일어났다.
불안한 불펜의 한 줄기 빛이었던 박희수의 이탈은 치명타였다. SK는 6월 12일까지 26승 29패, 5할 근처 승률을 올렸지만 박희수가 전열에서 이탈한 뒤 패수는 나날이 늘어났다. 믿을만한 불펜 투수들이 별로 없다보니 이들이 계속 나오고, 또 그들의 구위가 안 좋아져 실점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됐다.
큰 기대를 가졌던 외국인 선수들도 기대 이하였다. 지난해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 조조 레이예스는 연일 난타 당했으며 루크 스캇은 감독과 말다툼 끝에 짐을 쌌다. 후반기 들어 마무리로 완벽 변신한 로스 울프는 아들 문제로 인해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
전반기 마무리 당시 SK 성적은 34승 49패로 8위였다. 8월말까지도 46승 59패,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최하위 한화와 불과 1.5경기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구단 안팎에서는 '이러다가 꼴찌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대반전이 일어났다. 비록 포스트시즌은 아니지만 날씨가 쌀쌀해지자 '가을 DNA'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차포를 다 뗀 상황에서도 SK 선수들은 끝까지 경기를, 그리고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덕분에 정규시즌 마지막날까지 4강 진출 경쟁을 펼칠 수 있었다. 이만수 감독은 128번째 경기를 마친 뒤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비록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우승만큼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팀으로 보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선수 발굴에는 수확이 많았다. 인천고 동기동창인 이재원과 이명기는 동시에 날아 올랐다. 전반기 타율 .394를 기록한 이재원은 비록 후반기들어 부진했지만 첫 주전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값진 경험을 했다. 후반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타율 .337 12홈런 83타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낸 이명기는 83경기에 나서 타율 .368 4홈런 28타점 8도루 54득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박진만 부상을 틈타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김성현도 공수에서 활약하며 입지를 다졌다. 타율 .284를 기록했으며 수비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안정됐다.
마운드에서도 여건욱, 문광은 등이 시즌 막판 팀의 4강 추격 동력으로 작용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 했다.
시즌 초 1위에서 최하위 위협까지 받는 8위, 그리고 후반기 승률 1위 속 4강 도전까지. SK의 롤러코스터 같은 2014년이다.
[SK 선수단.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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