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대 최강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올 시즌 리그 타율은 무려 0.289. 리그 평균자책점은 무려 5.21. 둘 다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최고 수치다. 종전 리그 최고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1999년 0.276, 4.98. 2014년 타고투저가 15년 전 1999년을 넘어섰다는 의미. 그나마 후반기 들어 타고투저 광풍이 잦아든 결과가 이 정도였다. 타자들은 투수들을 압도했다. 투수들이 기가 죽은 2014시즌이었다.
▲ 1999년을 뛰어넘은 극강 타고투저
세부적인 기록을 살펴보자.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들 중 3할 타자는 무려 36명. 0.370으로 타격왕을 차지한 서건창(넥센)부터 0.302로 아슬아슬하게 3할을 넘긴 김강민(SK)까지. 초고타율의 경연장이었다. 어지간한 3할타자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올 시즌 내내 타격 선두권은 3할 7~8푼대였다. 정규시즌 4연패를 차지한 삼성의 팀 타율은 무려 0.301.
리그 홈런은 1162개, 타점은 6120개, 득점은 6477개가 쏟아졌다. 홈런은 1274개의 1999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가장 많이 터졌다. 리그 득점은 33년 역사상 최고 기록. 리그 장타율도 0.443으로 1999년 0.441를 뛰어넘었다. 득점권 타율 0.287에 대타 타율도 0.233이었다. 어마어마한 수치를 찍었다.
반면 마운드는 수난시대였다. 5점대 리그 평균자책점 자체가 역대 최초였다.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이 없었다. 4점대를 기록한 팀도 삼성 NC LG에 불과했다. 이 팀들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결국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게 입증됐지만, 예년보다 투수들의 영향력이 많이 떨어졌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투수는 단 6명이었다.
▲ 화려한 개인기록들
넥센 타자들의 개인기록이 도드라졌다. 사상 첫 200안타 시대를 연 서건창의 방망이는 대단히 뜨거웠다. 그는 1994년 이종범(196안타)을 20년만에 넘어섰다. 서건창은 최다안타, 타율, 득점(135)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서건창은 정규시즌 MVP 1순위로 꼽힌다. 신고선수 출신에서 화려한 백조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2003년 이승엽(56개) 이후 11년만에 50홈런 시대를 열었다. 52홈런으로 2003년 심정수에게 1개 모자랐다. 외국인타자 유입 속 3년 연속 홈런왕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시즌 중반까지 폭발적인 홈런 페이스를 자랑한 박병호는 56홈런 돌파 가능성도 있었으나 아쉽게 실패했다. 강정호 역시 역대 최초로 유격수 40홈런 시대를 열었다.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서 밴헤켄이 2007년 리오스 이후 7년만에 20승 투수가 된 것 역시 눈에 띄었다.
삼성 타자들도 의미있는 기록을 쌓았다. 이승엽이 만 38세에 역대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0.308, 32홈런, 101타점) 타자가 됐다. 삼성은 최형우와 나바로가 31홈런을 치면서 2003년 이후 11년만에 30홈런 타자 3명을 배출한 팀이 됐다. 올 시즌 삼성은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를 보유한 넥센 못지 않게 강력한 타격의 팀이었다.
▲ 투수들이 타자들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KBO는 올 시즌 중반 타고투저가 극심하자 공인구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반발계수가 예년보다 약간 높았지만, 허용치(0.4134~0.4374)를 벗어나진 않았다. 다만 공인구를 제조하는 4개 업체 중 1개 업체가 공인구 무게(141.7g~148.8g)를 살짝 넘어서면서 KBO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KBO는 향후 공인구를 통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운드 높이를 낮추고, 공인구 반발개수를 낮추면서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야 한다는 야구인들의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투수들이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더 많았다. 투수들이 던질 수 있는 공은 홈 플레이트에서 갑자기 휘는 컷 패스트볼, 싱커 등에서 진화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슬라이더, 체인지업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
중요한 건 국내 정상급 타자들이 투수들의 이런 공을 잘 받아친다는 점이다. 타자들은 힘과 세기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하면서 투수들을 눌렀다. 또 단일리그 특성상 특정팀이 계속 맞붙기 때문에 맞대결 횟수가 늘어나면서 타자와 투수가 서로 익숙해졌다. 결국 타자들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수들의 기본적인 기량 저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위에 열거한 변화구들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실투가 돼 좋지 않은 결과를 안은 투수가 더 많았다는 지적. 실제 직구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은 투수도 즐비하다. 같은 1군 투수라고 해도 수준 차가 적지 않다. 투수들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타고투저 광풍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위에서부터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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