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상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 대부분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양동근은 이대성이 장기결장 중인 상황서 경기당 30분 넘게 출전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무리라는 게 유 감독 견해. LG 김진 감독도 문태종과 김종규의 체력을 걱정했다. 동부 김영만 감독도 김주성의 출전시간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30대 베테랑들도, 팔팔한 20대 영건들도 지쳤다. 지난 10월 3일 12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드라마틱했다. 그 순간을 위해 지난 5개월간 강행군을 펼쳤다. 이후 찾아온 피로와 풀려버린 긴장감이 정규시즌 초반 컨디션을 갉아먹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 대부분 각 팀 간판스타. 당연히 각 팀 전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즌 초반 순위표가 예상과 달리 요동치는 것도 이런 점이 어느 정도는 투영됐다고 봐야 한다.
▲ 평상시 루틴과 달랐다
프로농구 시즌은 4월 중순에 끝난다.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못한 팀은 3월 초에 시즌을 마친다. 대부분 팀이 4월 중순~5월 말까진 휴가를 보낸다. 이후 각 팀에 재소집된 선수들은 5~6월까지 서서히 몸 만들기에 돌입한다. 선수 이동이 사실상 마무리 되는 6월부터 강도 높은 전술훈련과 체력훈련을 병행한다. 7~8월엔 연습경기도 슬슬 갖는다. 외국인선수가 합류하는 9월에는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한 뒤 10월 시즌에 돌입하는 스케줄.
유재학 감독이 이끌었던 남자대표팀 스케줄은 일반적인 프로구단의 스케줄과 달랐다. 대표팀은 5월 19일에 소집됐다. 곧바로 강도 높은 체력과 전술훈련에 돌입했다. 8월 말에 월드컵이 잡혀있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프로구단보다 몸 상태를 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시기가 1~2개월은 빨랐다. 때문에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때 컨디션은 정점이었다.
강행군으로 체력 소모가 심했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컨디션도 정점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구단들은 10월 개막에 맞춰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든다. 한 농구관계자는 “지금 프로 팀 선수들과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의 컨디션 사이클은 정반대다.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은 컨디션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반면 시즌 개막에 맞춰서 몸을 만든 선수들은 점점 올라가는 사이클”이라고 했다.
▲ 요동치는 초반 순위표
3~5경기를 치렀다. 예상과는 다른 흐름. 강호로 분류됐던 LG, SK, 다크호스 동부, KCC, KGC 모두 중, 하위권에 처졌다. 대신 kt와 오리온스, 전자랜드 등의 출발이 좋다. 복합적 원인이 있다. 대표팀 선수들이 100% 영향력을 미친 건 아니다. 국내선수들과 외국인선수들의 조직적 호흡이 맞지 않는 팀, 부상자가 발생한 팀, FIBA 룰 개정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팀 등 여러 변수가 순위표를 뒤흔들었다.
대표팀 선수들의 사이클 문제는 수 많은 변수 중의 한 가지. 그런데 그 한 가지 변수가 팀 사정과 환경에 따라 팀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베테랑 김주성, 문태종이 대표팀에 다녀온 동부와 LG는 확실히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두 사람은 대표팀 핵심멤버였다. 그런데 동부와 LG의 중요한 옵션이기도 하다.
팀의 중심에선 이젠 살짝 비켜섰지만, 좋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경우 객관적 전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김주성만의 위치선정 센스와 골밑 수비센스, 승부처에서 강력한 문태종만의 외곽포 등은 동부와 LG를 강인하게 만드는 요소이자 대체 불가능한 전력. 그러나 시즌 초반 두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이 그리 꾸준하거나 폭발적이지는 않다. 두 팀의 무거운 행보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대표팀에 다녀온 두 사람의 좋지 않은 컨디션도 한 몫을 했다.
김선형의 SK, 박찬희의 KGC 역시 마찬가지. 두 사람은 팔팔한 20대다. 둘 다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속공(김선형), 수비(박찬희)에 강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경기에 쏟는 에너지가 많은 타입. 아무리 팔팔해도 다소 지쳤다. 시즌 초반 몸 놀림은 확실히 썩 좋지 않았다. 김선형은 지난 2경기서 주춤했다. SK 공격 자체가 정적인 느낌. 박찬희는 18일 전자랜드전서 모처럼 맹활약하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반대로 양동근이 지친 모비스, 조성민이 부상으로 빠진 kt는 잘 나간다. 양동근은 갖고 있는 능력 이상의 정신력을 쏟아내고 있다. 모비스는 부상자가 매우 많다. 이대성도 결장 중이라 양동근의 책임감이 높다. 그래서 지금 잘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기도 하다. 유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것도 양동근의 체력. kt는 비 시즌에 준비를 많이 한 모습이 역력하다. 부상 중인 조성민 없이 전태풍 중심으로 많은 공수옵션을 마련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kt에 조성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국내선수들의 공격 파괴력이 빼어나지 않기 때문. 조성민의 복귀시기는 여전히 kt의 올 시즌 성적을 좌우할 요소 중 하나다.
대표팀 멤버들의 아시안게임 후유증. 그 영향력이 직, 간접적으로 시즌 초반 순위표에 투영되고 있다. 중요한 건 향후 대처. 유재학 감독은 “지금은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2~3라운드 이후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선수 본인과 벤치의 노련한 대응책이 매우 중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 순위표는 충분히 또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이제 1라운드 초반이다.
[대표팀 멤버들의 시즌 초반 경기장면.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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