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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최근엔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인사지만 MBC '무한도전' 초기 오프닝 인사에는 언제나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표현이 함께 했다. 특별한 400회 방송 속에는 바로 그 '리얼'의 의미를 잘 느낄 수 있는 멤버들의 민낯이 담겨있었다.
지난 2005년 4월 첫 방송된 '무한도전'은 18일 방송된 '비긴 어게인' 편으로 예능프로그램으로는 기록적인 400회를 맞이했다. 처음엔 20회, 50회, 100회를 요란하게 자축하던 '무한도전'이었지만 회차가 늘어나고 프로그램을 향하는 대중의 기대치가 커져갈 수록 제작진과 출연진의 축하법은 담담해져갔다.
이날 방송은 서로에 대한 내용을 담은 퀴즈를 푼 뒤 둘씩 짝을 지어 24시간을 함께 하는 여행을 떠나는 멤버들이 모습으로 꾸며졌다. 서로를 가장 잘 아는 개그맨 유재석과 정형돈, 서로를 가장 잘 모르는 가수 하하와 방송인 노홍철,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개그맨 박명수와 정준하가 짝이 됐다.
우유부단한 조합인 유재석과 정형돈은 목적지를 쉽게 정하지 못하고 "그냥 차가 안 막히는 곳으로 계속 달리자"며 막연한 상태로 고속도로에 올랐다. 결국 종일 고속도로 위에 머물던 두 사람은 끝내 경기 여주로 향했지만 가는 곳마다 유재석, 정형돈을 향해 몰려드는 인파가 가득했고 이들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그 어떤 연예인보다 친근한 연예인인 '무한도전' 멤버들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만의 시간을 일정 부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유재석은 "9년간 무명생활을 겪으며 간절히 바랐던 일이다. 그걸 내가 지금 불편하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동갑내기 죽마고우이자 영원한 라이벌, 하하와 노홍철은 모처럼 다시 뭉쳐 서울 경리단길을 찾았다. 하하의 결혼과 바쁜 두 사람의 스케줄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던 죽마고우는 다시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다. 노홍철은 자신의 아지트인 경리단길을 소개했고, 가족이 생긴 후 과거의 자유로움보다는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던 하하는 덕분에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최근 설레는 마음을 다시 일깨워 준 외국인 친구 애니에 대한 언급과 "나는 우리 사이가 소원해지면서 네가 더 이상 그런(속마음) 얘기를 나에게 안하는 줄 알았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등 노홍철도 카메라를 잊은 듯 대중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방송과 대중을 위해 둘 만의 장소를 찾는 유재석, 정형돈 팀과 대중 속에서 방송 같지 않은 방송을 만들어가는 노홍철, 하하 팀의 모습은 모두 타당했고 흥미로웠다.
큰형 박명수와 정준하는 박명수의 의견에 따라 주꾸미 낚시를 떠났다. 박명수의 일방적인 주장과 서로 다른 음악취향으로 인해 여행은 어색하게 시작됐지만 무심하게 정준하를 챙기는 박명수의 태도와 은근하게 배려를 발휘하는 정준하의 마음씀씀이로 이들은 의미 있는 여행을 진행해나갈 수 있었다.
'비긴 어게인' 편에 담긴 것은 '무한도전'에 대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안다고 자부하는 마니아도 알 수 없었던 멤버들의 진짜 고민과 진짜 일상의 모습이었다. 400회 방송은 잔잔하게 꾸며졌지만, 첫 방송 후 9년이라는 시간동안 매주 토요일 저녁을 함께 한 시청자들에게 이들의 고민과 생각을 전한다는 것은 그 어떤 특집보다 솔직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알림시계, 출퇴근길 지하철처럼 이젠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무한도전' 다운 특별한 축하잔치였다.
[MBC '무한도전' 멤버들.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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