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군가는 가장 위대한 2인자다.
국내야구 정규시즌 MVP 후보가 발표됐다. 예상대로 후보자들의 기록이 화려하다. 넥센 4인방(서건창 박병호 강정호 밴헤켄)에 삼성 릭 밴덴헐크. 5인방을 대상으로 한 기자단 투표 결과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이후 공개된다. 온전히 정규시즌 활약만으로 최우수선수가 선정된다.
5명 모두 올 시즌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누가 MVP에 선정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가정 하나. 이들이 모두 다른 시즌에 이런 기록들을 남겼다면. 모두 MVP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번 MVP 후보 5인방 모두 2014년에 역사에 남을 기록들을 남겼다. 뷸행햐게도 이들 중 누군가는 역대 가장 위대한 2인자가 된다.
▲ 200안타 희소성, 대세는 서건창?
시즌 중반까지 MVP 레이스 주도권은 박병호가 갖고 있었다. 기록적인 홈런 페이스. 박병호의 대항마는 없는 듯했다. 강정호 역시 대단한 파워와 안정된 수비로 커리어 하이를 쌓았다. 하지만, 11년만에 50홈런에 도전장을 던진 박병호에게 2% 부족했다. 홈런왕은 MVP의 바로미터. 역사가 그랬다.
그런데 시즌 막판 흐름이 미묘해졌다. 박병호와 강정호가 주춤한 사이 서건창이 치고 올라왔다. 서건창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지만, 올 시즌 꾸준히, 그리고 폭발적으로 안타를 생산해왔다. 인상적인 건 서건창이 시즌 막판 서서히 주목 받으면서도 페이스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 그만큼 마인드가 강인했다는 의미. 결국 서건창은 1994년 이종범을 넘었다. 201안타에 135득점, 타율 0.370. 홈런과 타점을 석권하지 않고도 타격 3관왕에 올랐다.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 20년 전 이종범은 196안타로 MVP에 선정됐다. 서건창이 역대 최고득점을 경신한 것도 플러스 요인.
역대 이런 케이스는 없었다. 희소성에서 점수를 많이 받는다. 128경기서 200안타는 매우 특별하다. 국내보다 경기 수가 많은 일본과 메이저리그서도 200안타는 결코 쉬운 기록이 아니다. 그동안 MVP는 홈런과 타점, 다승이 필수 조건이었다. 만약 서건창이 200안타를 앞세워 MVP에 오른다면, 야구선수로서 또 다른 의미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국내야구 패러다임이 또 한번 바뀌는 것이다.
▲ 50홈런 타자가 좌절한다면
역대 정규시즌 MVP 중 타자는 총 20차례 배출됐다. 그만큼 기본적으로 MVP는 타자들에게 유리했다. 매일 경기에 나서면서 강력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홈런은 타자가 생산할 수 있는 기록 중 가장 묵직하다. 20차례 MVP 중 18차례가 홈런왕을 거머쥔 케이스. 11년 전 56홈런을 터트렸던 이승엽 역시 여유있게 MVP에 올랐다.
박병호는 52홈런을 때렸다. 11년만에 50홈런 시대를 열었다. 역대 최다홈런 3위. 그리고 124타점으로 MVP 공식과도 같은 홈런-타점왕을 석권했다. 그런데 약간 불안하다. 경쟁자들의 스펙이 너무나도 뛰어나다. 상대적으로 시즌 막판 타격 페이스가 떨어진 대신 서건창의 시즌막판 인상이 매우 강렬했다. 박병호로선 불안한 부분.
만약 박병호가 MVP 문턱에서 좌절한다면 2003년 53홈런 142타점으로도 고개를 숙였던 심정수 이후 11년만에 불운의 아이콘으로 등극한다. 역대 가장 위대했던 MVP 레이스 2인자로 기록될 수 있다. 2001년~2003년 이승엽에 이어 3년 연속 MVP를 노리는 박병호로선 기록적인 시즌을 보내놓고도 안심할 수 없다. 결국 서건창과 박병호가 가장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이란 전망. 서건창이 201안타를 쳤지만, 박병호의 묵직한 기록으로 MVP와 멀어지는 것도 상상하긴 어렵다.
▲ 그들도 대단했다
강정호는 역대 최초 유격수 40홈런타자에 등극했다.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 실책도 9개에 불과했다. 커리어 하이 기록. 그는 역대 최강의 공수겸장 유격수. 하지만, 이렇게 잘 해놓고도 더 잘한 다른 선수들 때문에 개인타이틀이 없다. 현실적으로 강정호가 MVP 레이스서 주도권을 잡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유격수 40홈런은 인정받아야 할 대기록이다.
20승 투수도 나왔다. 밴헤켄은 2007년 다니엘 리오스 이후 7년만에 20승 투수가 됐다. 투수에게 20승은 MVP로 가는 확실한 지표. 하지만, 올 시즌에는 타자 쪽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너무나도 많다. 역대 다승왕과 홈런왕의 MVP 경쟁에선 대부분 홈런왕의 승리. 밴헤켄은 심지어 안타왕과도 경쟁해야 한다. 어쨌든 그는 인정 받아야 마땅하다.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서 만들어낸 20승.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1위를 석권한 밴덴헐크도 2관왕을 해놓고도 5명 중 객관적인 임팩트는 가장 떨어진다. 하지만, 시대적 환경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돼선 안 된다.
MVP 레이스 5파전. 누군가는 역대 가장 위대한 2인자로 기억될 것이다.
[위에서부터 서건창과 박병호, 서건창과 강정호, 밴헤켄, 밴덴헐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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