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강산 기자] "10승과 같은 개인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팀이 이겨야 하는 경기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이 경기 전 한 말이다. 맞는 말이었다. 포스트시즌은 팀 승리가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기술보다는 심리적인 면이 크게 작용한다. 이날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전이 딱 그랬다. LG는 신나게 즐겼고, NC는 즐기지 못했다.
LG는 19일 창원 마산구장서 열린 NC와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13-4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LG전 5선 3선승제의 시리즈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시작부터 흐름이 LG 쪽으로 기울었다. 1회초 이병규(7번)의 2타점 2루타와 이진영의 적시타, 그리고 최경철의 스리런 홈런으로 6점을 폭발시켰다. 3-0으로 앞선 2사 1, 2루 상황서 바뀐 투수 태드 웨버를 상대로 터트린 최경철의 3점포는 NC의 추격 의지를 꺾어놓기 충분했다. 정규시즌과 중압감의 차원이 다른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창단 2년차인 NC에게 6점의 격차는 무척 크게 느껴졌을 터.
그러다 보니 조급한 플레이가 속출했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을 향하자 타자들은 흔들렸다. 큰 스윙으로 일관하다 삼진으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6안타 2볼넷에 득점은 -점뿐이었다. 2회말 나성범이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추격에 나섰으나 곧바로 실책을 저지른 탓에 분위기가 넘어갔다.
3회초 도루를 저지하려던 포수 김태군의 송구가 빠지면서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1-8로 뒤진 5회말 무사 1, 2루 기회에서 단 한 점을 뽑아내는 데 그치며 흐름을 완전히 넘겨줬다. 수비에서도 아쉬운 실책 2개가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LG의 추가점과 직결됐다는 점이 뼈아팠다. 주루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상대 폭투를 틈타 2루로 뛰던 김종호와 이상호가 나란히 태그아웃됐다. 둘 다 판단이 늦었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LG 선수들 대부분은 표정이 밝았다. 사실 잃을 게 없었다. 승패 마진 '-16'을 극복하고 4강에 올랐다는 자체로 박수받을 만했다. 준플레이오프를 보너스 게임이라 생각했다. 오지환은 "과감하게 들이대겠다"고 했고, 신재웅은 "정규시즌을 치르듯이 즐기자"고 말했다. 임재철은 "11월까진 야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말뿐이 아니었다. LG 타자들은 적극적인 타격으로 초반부터 NC 선발 이재학을 무너트렸다. 이재학은 ⅔이닝 만에 5실점하고 마운드를 떠났다. 이재학을 상대로 적시타를 때려낸 이병규와 이진영은 바깥쪽 직구와 체인지업을 기막히게 받아쳤다. "올스타전은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포스트시즌은 긴장감 넘친다"던 최경철은 포스트시즌 데뷔 타석서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모든 게 그야말로 순조롭게 돌아갔다.
LG는 위기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선발 류제국이 5회말 선두타자 모창민의 헬멧을 맞혀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최대 위기였다. 하지만 이어 등판한 윤지웅과 신재웅이 단 한 점만 내주고 이닝을 마쳤고, 이후에도 추가 실점은 없었다. NC는 올 시즌 LG전 5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59로 강했던 이재학을 내보냈지만 큰 경기에 대한 부담 탓인지 1회도 채우지 못했고, LG는 1회부터 신나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일찌감치 흐름을 잡았다.
경기 막판에도 부담감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8회초 마운드에 오른 NC 이민호는 최경철과 손주인을 연거푸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 나선 탓인지 표정부터 긴장감이 엿보였다. 두산 베어스 시절 포스트시즌을 수차례 경험했던 중견수 이종욱은 아쉬운 송구 실책으로 추가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이혜천은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아내며 3피안타 2사사구 3실점으로 무너졌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른 NC에게 즐기지 못한 대가는 혹독했다.
[NC 다이노스 이상호가 상대 폭투를 틈타 2루로 뛰다 태그아웃되고 있다. 사진 = 창원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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